부동산 시장지표 기관별 차이
10월 서울 강남구 아파트값선
공공 -1.38%·민간선 -0.29%
실거래가 중심 통계 정비해야
공공기관과 민간업체가 내놓는 집값 통계의 차이를 두고 시장의 불신이 다시 커지고 있다. 통상 주택가격 변동률은 시장 흐름을 나타내는 기본 지표일 뿐 아니라 실수요자의 매수·매도 타이밍 판단과 심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기관마다 제각각인 조사 기준과 데이터 집계 방식으로 인해 상반된 수치가 쏟아지면서 시장 참여자들의 셈법만 복잡해지는 모양새다.
최근 발표된 부동산 시장 지표를 살펴보면 같은 지역의 가격 흐름을 두고도 조사기관에 따라 판단이 극명하게 갈린다. 10월 누적 통계 기준 서울 강남구 아파트값 변동률의 경우 공공기관인 한국부동산원은 -1.38%로 집계했으나 민간 기관인 KB부동산은 -0.29%, 부동산114는 오히려 0.0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강남구 아파트값을 조사했음에도 한국부동산원의 하락률이 KB부동산보다 약 4.8배나 높게 산정된 셈이다. 주간 단위 조사에서도 특정 주차에 강남 집값이 올랐다는 기관과 내렸다는 기관이 엇갈리는 등 혼선이 이어졌다.
이 같은 현상과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객관적 데이터와 통계가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는지 걱정”이라며 주택가격 상승으로 이익을 보는 이해관계자들이 통계 일부만 활용해 시장을 한쪽 방향으로 몰아가는 측면을 경고했다.
이어 “주택 가격을 예측하려면 거래량과 매물의 증감, 선도지역 거래 가격, 공급 흐름, 금리, 담보대출 연체율 등 객관적 자료를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산정방식 기관마다 달라 오류
부동산 통계를 둘러싼 불신은 과거에도 반복되어 왔다. 지난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와 국토교통부가 한국부동산원 통계 작성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감사원 조사 결과가 발표된 바 있으며 현재 관련자들의 재판이 진행 중이다. 당시에도 5년간 서울 집값 상승률에 대해 한국부동산원(19.5%)과 KB부동산(62.2%) 간의 격차가 극심해 통계 신뢰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기관별 결과가 달라지는 핵심 원인은 조사 대상과 가격 산정 방식의 차이에 있다. KB부동산은 공인중개업소가 입력한 시세 정보를 바탕으로 검증 작업을 진행하고 부동산114는 AI 분석을 통해 실거래가와 매물 호가를 종합 반영한다.
반면 한국부동산원은 30개 지사의 전문조사가가 실거래가가 없을 경우 인근 유사 사례나 중개업소 의견을 참고해 시세를 직접 판단한다. 이 과정에서 전문조사가의 주관이 과도하게 개입될 수 있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가격 지수뿐 아니라 거래량과 매물 지표 간의 불일치도 현장의 혼란을 키운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1년 전보다 20% 이상 늘었지만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상 거래량은 전년 대비 20% 이상 감소했다. 8·3 세제개편안 이후 매물은 쌓이는 반면 강화된 대출 규제로 거래는 꽉 막힌 시장의 복잡한 실태가 단일 주택가격 지수에는 제대로 담기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실거래가를 중심으로 통계 체계를 정비하고 주간 통계 발표 체계를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케이스실러 지수 등 주요국 사례처럼 등기가 완료된 실거래가를 기반으로 월간 또는 분기 단위 통계를 작성해 정확도를 높이고 주간 지표는 단기 시장 분위기 파악을 위한 보조 자료로 한정해 활용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과 간담회를 열고 기존 통계 개선 방안을 논의 중이다. 기관마다 통계 산출 목적과 방식이 달라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자료 공유를 확대하고 통계의 정확성과 활용성을 높이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