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재건축 사업장 53곳 '재초환 부담금' 비상
강남·용산 아닌 지역이 절반
이중 9곳 1인 부담금 1억 넘어
공사비 올라 분담금 치솟는데
재초환 부담까지 겹쳐 이중고
지자체도 재초환 폐지 촉구
서초구, 주민탄원서 내기도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민간 재건축 용적률을 높이고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가 복병으로 떠올랐다. 서울 강남권뿐 아니라 영등포·강북 등 비강남권에서도 조합원 1인당 수억 원대의 부담금이 예고되면서다. 공사비 상승으로 추가분담금이 늘어난 상황에서 재초환 부담까지 겹치면서 재건축 사업 지연에 따른 주택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6일 정진철 서울시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지난 8월 기준)와 정비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재건축부담금 예정액이 통지되거나 공지된 서울 재건축 사업지는 53곳이다. 강남 3구와 용산구가 27곳으로 절반가량을 차지했고 나머지 26곳은 한강벨트 13곳, 강북권 4곳, 서남권 9곳에 분포했다.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26곳 중 9곳은 조합원 1인당 평균 부담금이 1억원을 넘었다.
특히 영등포구는 8곳 중 5곳에 억대 부담금이 예고됐다. 여의도 한양아파트가 2억2421만원, 유원제일1차가 1억7296만원, 문래진주아파트가 1억7238만원이었다. 집값이 상대적으로 낮은 강북·서남권도 예외는 아니다. 강북구 미아4구역은 1억2169만원, 강서구 신안빌라는 1억3324만원의 부담금이 산정됐다.
이들 금액은 사업시행계획인가 이후 산정한 예정액이다. 준공 시점의 주택가격과 공사비 등 개발 비용에 따라 최종 부담금은 달라질 수 있다. 재건축부담금 예정액을 통지받은 서울 단지는 2024년 31곳에서 지난 8월 52곳으로 늘었고, 은마아파트가 추가되면서 53곳이 됐다.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발생한 초과이익의 최대 50%를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2006년 도입돼 2018년 재시행됐다. 윤석열 정부에서 폐지를 추진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고, 2024년 부담금 면제 기준을 30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높이는 등 일부 규제를 완화하는 데 그쳤다.
재초환이 주택 공급에 미칠 파장이 주목되는 것은 서울 도심에서 재건축의 공급 기여도가 높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준공된 정비사업 59곳에서 재건축으로 늘어난 주택은 1만3000가구로 재개발(7000가구)의 두 배에 가까웠다. 사업 전보다 늘어난 주택 비율도 재건축은 44.2%로 재개발(27.4%)보다 높았다. 지난 6월 기준 서울의 착공 전 재건축 사업지는 175곳이며 이 중 170곳(97.1%)이 민간 사업이다. 전체 공급 예정 물량은 20만7184가구에 달한다.
최근 당정은 민간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용적률을 법적 상한의 1.2배까지 높이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일반분양 물량을 늘려 조합원 부담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용적률 상향으로 개발이익이 늘면 재초환 부담도 커질 수 있어 사업성 개선 효과가 제한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초환을 둘러싼 제도적 논란도 여전하다. 주택을 팔아 이익을 현금화하지 않았는데도 준공 시점의 평가이익을 기준으로 부담금을 부과한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향후 주택을 처분할 때 양도소득세까지 내야 해 동일한 부동산 이익에 부담이 중첩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재건축부담금은 양도세 산정 때 필요경비로 반영될 수 있어 법률상 이중과세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현장에서는 추가분담금에 재초환까지 겹치면서 사업 추진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조합 관계자는 "같은 평형으로 다시 들어가는 데 10억원가량이 든다면 재건축을 하지 말라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부담금 감면 기준이 사업 지연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1주택자는 보유 기간에 따라 부담금을 감면받는데, 6~10년 구간에서는 1년 차이로 감면율이 10%포인트씩 달라진다"며 "조합원들이 부담금을 줄이려고 사업을 최대한 미루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담금 부과가 본격화하면 조합원 간 분쟁도 우려된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부담금 액수와 관계없이 납부 자체를 납득하지 못하는 조합원이 많다"며 "개인이 아닌 조합에 부담금이 부과되는 구조여서 사업 도중 소유주가 바뀐 경우 분담 문제를 둘러싼 소송이 잇따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제도 폐지 요구가 나오고 있다. 서초구는 지난 4일 국토교통부에 재초환 폐지를 촉구하는 건의문과 주민 탄원서를 전달했다.
국토부는 국회 논의 과정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국회에는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재초환 폐지안과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부담금 경감안이 계류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회 논의를 통해 합리적인 방안이 정해지면 그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주택의 절대 공급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재건축부담금 문제가 불거지면 재건축을 통한 공급이 사실상 멈출 수 있다"며 "정부 정책의 우선순위가 신속한 주택 공급이라면 재초환은 과감하게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영신 기자 / 이용안 기자 / 곽은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