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공조를 강조하면서도 공급 방식을 둘러싸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국토부는 서울시에 정책 협조를 요구한 반면 서울시는 공공 주도 개발에 무게를 두는 정부 방침을 정면으로 받아쳤다.
전날(5일)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은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서울 집값 상승세가 둔화되고 매물이 늘어나는 등 일부 희망적인 신호가 보인다”면서도 “누적된 공급 부족을 해소하고 시장 불안 심리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집을 계속 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홍 장관은 “외손뼉은 울리지 않는다. 결국 서울 안의 공급은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함께 풀어야 할 일”이라며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활성화는 물론 용산국제업무지구 공급 확대, 공공도심복합사업 신속 추진 등 가용한 방안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히며 서울시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구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같은 날 보도 참고자료를 내고 공공 재개발의 우수성을 강조해 온 정부와 이재명 대통령의 최근 견해를 공개적으로 반박하며 맞불을 놓았다.
서울시는 “공공과 민간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해 민간 재개발을 죄악시하는 접근은 주택 공급 확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서울 재개발 계획 물량의 약 90%를 차지하는 민간 재개발이 위축되지 않도록 정부가 규제 개선과 사업성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시는 객관적인 수치를 제시하며 정부 정책의 한계를 지적했다.
시에 따르면 서울 시내 재개발 계획 물량은 민간 재개발이 373개 구역 약 37만 5000호에 달하는 반면 공공 재개발은 32개 구역 약 4만 2000호에 불과하다. 공급의 절대다수를 맡는 민간의 역할을 외면한 채 공공 주도만으로 주택을 늘리겠다는 것은 현장 구조와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사업 속도와 경제성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서울시는 “지난 2020년 공공 재개발 도입 당시 정부는 사업 기간을 5년으로 단축하겠다고 공언했으나 6년이 지난 현재까지 서울에서 공공 재개발 착공 실적은 단 한 건도 없다”며 “총사업비의 3%에 달하는 시행 수수료 부담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 축소로 공공 재개발의 메리트가 대폭 줄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공공 재개발 후보지 3곳이 주민 반대 등으로 취소되거나 민간 방식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점도 명시했다.
전문가들은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가 8만 건을 넘어서는 등 시장 재편의 기로에 선 상황에서 정책 기관 간의 주도권 싸움이 자칫 공급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국토부와 서울시 모두 공급 확대라는 대전제에는 동의하고 있지만, 정작 핵심 수단인 공공 방식과 민간 방식의 주도권을 두고 상당한 온도 차를 드러내고 있다”며 “주민 분담금 완화와 사업성 확보 등 시장 현장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책을 통합해 조속히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