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부동산 통계 불만 토로
부동산원 서초 하락 분석할 때
민간에선 '상승세 여전' 판단
표본·산출방식 달라 차이 발생
실제 집값 반영 시간차도 존재
장기적으론 비슷한 흐름 수렴
일각선 정부 통계 개입 우려도이재명 대통령이 3일 부동산 통계가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낸 것은 지난달 서울 강남권 아파트값을 놓고 공공·민간 통계가 정반대 결과를 내놓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결국 민간통계와 정부 통계가 시차를 두고 수렴해 비슷해지는 게 과거의 추세다. 이 때문에 정부가 특정한 시장 판단을 앞세워 통계에 관여할 경우 문재인 정부 시절의 통계 개입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일 한국부동산원·KB부동산·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의 아파트값 변동률은 기관별로 서로 다르게 집계됐다. 서초구의 10월 누적 변동률은 부동산원과 KB부동산이 각각 1.21%, 0.01% 하락한 반면 부동산114는 0.24% 상승했다. 부동산원과 부동산114의 격차는 1.45%포인트에 달했다.
송파구도 부동산원이 0.75% 하락으로 집계한 반면 KB부동산은 0.29%, 부동산114는 0.11%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강남구는 부동산원과 KB부동산이 각각 1.38%, 0.29% 하락했지만 부동산114는 0.0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주택가격이 상승해야 이익을 보는 쪽이 자료 가운데 일부만 갖고 한쪽 방향으로 몰아가는 측면도 보인다"고 지적했다. 민간 통계의 실제 거래 반영 속도가 정부 통계에 비해 늦다는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보인다.
주간 통계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지난달 12일 기준 송파구 아파트값 변동률은 부동산원 -0.21%, KB부동산 0.02%로 0.23%포인트 차이가 났다. 같은 달 26일 서초구도 부동산원은 0.35% 하락한 반면 KB부동산은 0.01% 상승해 격차가 0.36%포인트였다.
기관별 주간 시세가 엇갈린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핵심 지역의 월간 누적 변동률에서 상승과 하락 방향까지 갈리는 것은 드문 현상이라는 게 업계 지적이다.
세 기관은 조사 방식부터 다르다. 부동산원의 주간 통계 표본은 3만3500가구다. 표본 단지의 실거래 사례나 가격 형성 요인이 비슷한 인근 지역의 거래 사례를 바탕으로 매물 정보와 시세, 중개업소 의견 등을 종합해 표본 가격을 산정한다.
KB부동산은 가격조사가 가능한 전국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시세를 산출한다고 설명한다. 지역 공인중개사가 가격을 직접 입력하며 표본에 거래가 있으면 실거래가를, 없으면 인근 거래 사례를 비교해 산정한 가격을 넣고 담당자가 검증한다. 지난 1월 기준 아파트 표본 수는 6만5698가구다. 호가는 조사하지 않는다는 게 KB부동산의 설명이다.
부동산114는 지난해 초 시세 산출 방식을 바꿨다. 이전에는 협력 공인중개사가 입력한 가격을 검수해 시세로 활용했지만 현재는 인공지능(AI) 모델이 개별 단지의 실거래가와 매물 호가를 분석해 시세를 산출한다.
조사 대상과 가격 산정 방식이 다른 만큼 거래가 급감하는 시기에는 기관별 시세 차이가 벌어질 수 있다. 실제 거래가 없는 단지의 가격을 추정하는 과정에서 조사자의 판단이나 분석 모델이 개입하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 통계가 엇갈리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는 점에서 일시적인 수치 차이만으로 어느 한쪽의 통계가 잘못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대통령이 언급한 실거래가격과 이들 기관의 시세 변동률 역시 서로 다른 지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이 최근 집값 통계 문제를 거론하자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도 이와 관련해 통계에 미비점이 없는지 다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지난달 8일 한국부동산원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유관 기관장들과 주택통계 신뢰도 제고 방안을 논의했다. 주택시장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정책 수립에 활용할 수 있도록 통계의 생산·활용 체계를 개선하는 방안이 다뤄졌다.
대통령이 정확한 정보 제공을 주문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특정한 시장 판단에 맞춰 통계의 생산이나 해석에 영향을 미칠 경우 과거의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공공·민간 집값 통계의 격차가 논란이 되자 대통령 지시로 통계 통합과 민간 통계 규제 방안까지 검토한 전례가 있다. 2025년 공개된 감사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정부는 KB부동산 통계의 폐지를 유도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박재영 기자 / 곽은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