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택지 지정때마다 그린벨트 투기 활개
10㎡ 이하 초소형 거래 판쳐
GB 도로 지분도 손바뀜 빈번
올 김포 풍곡리 지분거래 76%
정부 이상거래 단속 강화불구
신규택지 닥공 발목잡힐 수도지난 3월 27일 경기 하남 미사동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내 전(밭)의 지분 10㎡는 1200만원에 거래됐다. 면적이 30㎡ 이하인 초소형 지분 거래는 그린벨트 내 전·답·임야뿐 아니라 도로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전의 지분 10㎡가 매매된 날 미사동 그린벨트 내에선 도로의 29㎡ 지분이 1100만원에 거래됐다. 석 달 뒤인 6월 25일에도 도로의 13.2㎡ 지분이 300만원에 손바뀜됐다.
정부가 지난 1·29 대책을 통해 서울과 수도권에 6만가구를 공급한다고 밝힌 후에도 공급 확대 기조가 이어지자 부동산 업계에선 추가로 그린벨트를 해제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 후보지로 거론된 지역의 지분 거래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올해 1~10월 지분 거래 비중이 80%에 달하는 미사동은 업계에서 하남 내 최고 입지로 꼽혀왔다. 이곳은 서울 강동구와 맞닿아 있고 지하철 5호선 미사역이 연결돼 있어 교통 편의성이 높은 지역이다. 특히 평지인 데다 한강 조망까지 가능해 하남 내 '금싸라기 땅'으로 불렸다. 미사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미사동 개발 이야기는 10여 년 전부터 꾸준히 있었는데 개발계획이 거론만 됐다가 추진되진 않아 주민들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며 "바로 밑에 교산신도시 등이 예정돼 있어 공연·문화·상업시설 중심의 개발도 추진됐었다"고 말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주택 공급이 부족해지자 신규 택지 지정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경기도 핵심 입지의 그린벨트 지분 거래에 관심을 가지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신규 택지 인근 지역에서 주택 공급 계획이 발표될 때마다 언젠가는 모두 개발될 것이란 기대가 지분 거래를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구리 사노동 그린벨트의 한 토지소유자는 "과거에 물류센터 건립이 추진됐던 용지였는데 대규모 주택이 들어선다는 이야기가 올 하반기에 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22년 45.8%였던 하남 감북동의 그린벨트 내 전·답·임야의 지분 거래 비중은 2024년까지 90%대를 유지하다가 이후 소폭 떨어졌지만 올해에도 73.9%로 집계됐다. 하남 감북·감일동 역시 과거부터 신규 택지 지정 이슈가 있을 때마다 그린벨트 해제 예상지로 거론되던 곳이다. 이곳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에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됐다가 주민 반발과 시장 침체 등을 이유로 2015년 해제된 바 있다. 서울 송파구와 맞닿아 있고 특히 2032년 준공을 목표로 서울 지하철 핵심 노선인 3호선 연장 사업이 추진되고 있어 교통 편의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김포 고촌읍 역시 최근 5년 중 2023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그린벨트 내 지분 거래 비중이 50%를 넘겼다. 특히 고촌읍 풍곡리는 2022년 16.7%에 불과했던 지분 거래 비중이 올해 1~10월 75.9%까지 높아졌다. 이곳 역시 김포신도시가 개발되면서부터 투자자 관심을 끌었다. 김포 내에서 서울과 가장 가깝고 김포골드라인 고촌역과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를 통해 서울로 진입하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인근에 지하철 5호선 연장 사업이 추진 중이기도 하다.
다만 신규 택지 발표 때마다 지분 쪼개기 논란이 끊이지 않자 정부가 조사를 강화해 거래량 자체는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감북동은 2023~2025년 그린벨트 내 전·답·임야 거래량이 연간 100건을 넘었지만 올해는 23건에 그쳤다. 고촌읍 역시 그린벨트 내 거래량이 최근 5년 기준 대부분 연간 100건을 돌파했는데, 올해는 46건뿐이었다.
고촌읍의 한 공인중개사는 "정부에서 농지 조사와 함께 그린벨트 단속도 엄청 했다"며 "그래서 거래가 많이 죽긴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거래가 잘 안되던 와중에 수용을 통해 현금화가 가능해지니 토지주들은 반기는 분위기"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아무리 단속을 강화해도 그린벨트 내 지분 쪼개기 자체를 원천 차단하기는 어렵다. 개발 가능성만으로 거래를 제한하면 정상 거래까지 위축시키고 과도한 재산권 침해 논란이 나올 수 있어서다.
문제는 이 같은 지분 쪼개기가 주택 공급 속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이다. 보상 절차를 위해 토지소유자에게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그 절차가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풍곡리의 경우 올해 그린벨트 내 지분 거래 22건 중 절반가량(10건)이 10㎡ 이하 초소형 지분 거래였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신규 택지를 지정할 때 기존 토지소유자가 많으면 보상 동의를 받는 데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며 "특히 토지소유자가 해외에 있을 땐 소재지 파악 자체가 어려워 토지수용 절차에 속도를 내기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용안 기자 / 정호준 기자 / 김중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