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구 힐스테이트 메디알레
2500가구 매머드급 단지인데
집주인 잔금 완납 전 대출 금지
전세대출 가능 매물 손에 꼽혀
대출 안되면 최대 2억 싸지만
현금 5.5억 없으면 계약 안돼서울 은평구에서 2451가구 규모의 신축 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했지만 전세대출이 가능한 매물은 손에 꼽는다. 지난해 6·27 대책으로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 금지된 영향이다. 같은 면적이라도 대출이 불가능한 전세 매물은 대출이 가능한 매물보다 최대 2억원 저렴하다. 그러나 수억 원의 현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세입자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1일 매일경제가 은평구 대조동 힐스테이트 메디알레 인근 중개업소 8곳을 취재한 결과 이들 업소가 보유한 전용면적 59㎡ 전세 매물 가운데 대출이 가능한 물건은 4~5개에 불과했다. 이 단지의 전용 59㎡는 892가구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대출이 안 된다는 말에 부담을 느껴 발길을 돌린 20·30대 임차 희망자도 많았다"고 말했다. 힐스테이트 메디알레는 총 2451가구로 올해 10월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 3302가구의 약 74%를 차지한다.
전세대출 가능 여부에 따라 보증금도 크게 차이가 났다. 전용 59㎡의 경우 전세보증금이 5억5000만원인 매물은 대출이 불가능한 반면 대출이 가능한 매물은 6억5000만~7억5000만원에 나와 있었다. 같은 면적의 전셋값이 대출 가능 여부에 따라 최대 2억원까지 벌어진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해 6·27 대책으로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 금지되면서 나타났다. 집주인이 세입자의 전세대출금으로 잔금이나 분담금을 치른 뒤 소유권을 이전하는 방식이 막힌 것이다. 힐스테이트 메디알레는 노후 주거지를 재개발한 단지로, 일부 조합원은 추가 분담금과 잔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분담금을 자체적으로 완납하기 어려운 조합원들이 전세대출 규제 때문에 세입자를 구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전했다.
집주인의 자금 사정에 따라 임대 방식도 갈리고 있다. 잔금 마련이 급한 조합원들은 보증금을 낮춰서라도 전세 세입자를 구하려 하지만, 월세나 반전세로 전환하기는 쉽지 않다. 보증금이 더 줄어들면 잔금을 충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잔금을 이미 납부했거나 자금 여력이 있는 집주인들은 월세·반전세로 매물을 내놓고 있다.
현재 전용 59㎡ 월세 매물은 보증금 1억원에 월세 240만원, 보증금 3억원에 월세 150만원 등의 조건으로 나와 있다. 대규모 입주를 앞두고 전월세 매물이 한꺼번에 나오면서 임대인들은 가격을 낮춰 세입자를 찾고 있다.
잔금 납부 시한도 임대인에게 부담이다. 이 단지의 입주 지정 기간은 12월 29일까지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기한 내에 잔금을 내지 못하면 미납금에 연 7%의 지연손해금이 붙는다"고 말했다. 전세보증금으로 잔금을 마련하려는 조합원들은 기한 전에 세입자를 구해야 하지만, 대출이 불가능한 매물은 계약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대표는 "공사비 상승으로 정비사업 조합원들의 추가 분담금 부담이 커졌다"며 "분담금을 완납하지 못한 조합원이 늘어나면 신축 아파트가 공급돼도 세입자가 입주하기 어려운 문제가 다른 단지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세대출 규제가 청년과 신혼부부의 주거비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전세대출이 막힌 세입자들이 월세로 밀려나면서 청년과 신혼부부 등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규모 신축 입주에 따른 전셋값 안정 효과가 단기간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전세대출 의존도가 높은 서울 외곽 지역에서 순수 전세 매물이 줄어들 수 있다"며 "신축 아파트 입주 때 나타나는 전셋값 안정 효과가 지속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재영 기자 / 김중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