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7.6만여호 추가 공급에
“주거안정”vs“환경파괴” 이견
정부가 수도권 집값을 잡고 서민과 청년·신혼부부 등 실수요자의 주거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달 29일 국토교통부는 경기 김포, 구리, 하남, 의정부, 고양 등 5개 시, 6개 지구에 총 7만6700호 규모의 신규 공공택지 후보지를 전격 발표했다. 앞서 발표된 2만7200호를 합치면 총 10만3900호에 달하는 대규모 공급 물량으로 전체 해제 대상 면적만 781만㎡에 이른다.
정부와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서울 접근성이 뛰어난 입지에 대규모 공급 시그널을 주는 것이 시장의 불안 심리를 해소하는 가장 확실한 방안이라고 강조한다. 수도권의 누적된 신축 주택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통 여건이 좋은 외곽 녹지를 활용하는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특히 대상지 대부분이 이미 비닐하우스나 창고, 시설물 등이 들어서면서 훼손도가 높고 보전가치가 낮거나 난개발이 진행 중인 지역 위주로 엄선됐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아울러 김포아라의 우수한 경관자원과 하남미사의 한강 수변 자원, 의정부다락원의 도봉산 및 중랑천 인접성 등 자연 친화적 입지를 활용해 고품질의 주거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실수요자 계층에서도 이번 발표에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도심 외곽이라도 대중교통망 확장 계획과 결합된 공공택지가 조성되면 양질의 분양가상한제 주택이 들어서 내 집 마련의 문턱이 낮아질 수 있어서다.
국토부는 신공공택지 추진 시 행정 절차를 대폭 줄이는 ‘최단기 착공 모델’을 적용해 오는 2030년까지 차질 없이 첫 공사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시민단체와 환경단체의 반발은 거세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최근 성명을 내고 “그린벨트는 주택공급을 위해 비축해 둔 예비 개발용지가 아니며 미래세대의 소중한 생태 자산”이라며 이번 대책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고 나섰다.
경실련은 특히 정부가 내세운 ‘훼손지 개발’ 논리의 모순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린벨트가 훼손된 배경에는 정부의 난개발 관리·감독 부실과 방치가 작용했음에도 이를 바로잡고 복구하기는커녕 해제의 명분으로 삼는 것은 ‘방치할수록 개발권이 부여된다’는 잘못된 신호를 시장에 전달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보전가치가 낮다면서 동시에 자연 경관의 우수성을 개발의 장점으로 내세우는 정부 설명은 그 자체로 모순이라며 각 지구의 환경평가 등급, 훼손 경위, 원상복구 가능성에 대한 투명한 검증 결과 공개를 요구했다.
일각에서는 정책의 실질적인 집값 안정 효과와 타임라인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된다. 정부의 목표대로 2030년 착공에 성공하더라도 실제 주민 입주는 2030년대 중반에나 가능한 만큼 당장의 주거 불안을 덜기엔 시차가 크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 역시 공급 시차에 따른 단기적 한계를 지적하며 적기 기반시설 확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이번 대책의 성패는 발표된 숫자가 아니라 실제 착공과 입주로 이어지는 실질적인 물량에 달렸다”며 “서울 인접 입지라는 잠재력이 실제 주거 경쟁력으로 이어지려면 사업 단계별 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철도·도로·학교 등 기반시설이 입지 시기에 맞춰 차질 없이 공급되도록 교통 대책과 주민 수용성 문제를 조기에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