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어 7만6000여 호 규모의 신규 공공택지를 조성하겠다는 대규모 주택 공급 대책을 공식화했다. 김포·구리·하남·의정부·고양 등 서울 경계 5km 이내의 우수한 입지에 대규모 주택을 공급함으로써 수도권 집값을 안정시키고 청년층의 내 집 마련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이번 대책이 제시한 실제 착공 시점이 오는 2030년에 달해 당장 극심한 전세 물량 가뭄과 보증금 폭등에 시달리는 무주택 청년과 신혼부부들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기에는 시차가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날(29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신규 공공택지 추진 계획’에 따르면 경기 5개 시, 6개 지구에 총 7만6700호가 들어선다. 이는 지난 발표 물량인 2만7200호를 합치면 총 10만3900호에 달하는 대규모 물량이다. 정부는 이미 환경적 보전 가치가 낮아지거나 훼손된 그린벨트 지역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수도권 서민들의 주거 사다리를 복원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지구 지정, 토지 보상 협의, 광역교통 망 신설 등 넘어야 할 행정 및 법적 절차가 까다롭게 산적해 있어 실제 입주가 이루어지기까지는 최소 수년 이상의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신규 공공택지가 실제로 조성되기까지 남은 기간 동안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직면한 임대차 시장의 혼란이 이미 한계치에 다다랐다는 점이다. 현재 서울 및 수도권 주요 지역의 아파트 전셋값은 지속적인 상승세를 이어가며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여기에 금융권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와 전세 매물 품귀 현상이 맞물리면서 2년 전 대비 수천만 원에서 억 단위로 뛰어오른 보증금을 감당하지 못한 임차인들은 결국 외곽 지역으로 밀려나는 이른바 ‘전세 난민’ 신세로 내몰리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자산 형성 기회가 부족했던 2030 세대와 신혼부부 등 취약 계층의 타격이 매우 심각하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 중인 직장인 A씨(31)는 “정부 발표를 보면 먼 미래에 수만 호가 공급된다고 하지만 당장 내년 재계약을 앞두고 집주인이 요구하는 보증금 인상분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매일이 막막한 심정”이라며 “2030년 착공이라는 숫자는 아무런 실효성이 없는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라고 토로했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 역시 대규모 물량 공세 위주의 중장기 공급 대책이 시장 심리를 장기적으로 안정시키는 데는 일부 기여할 수 있으나 현재의 급박한 전세난을 완화하는 직접적인 구원투수가 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오히려 청약 대기 수요로 인한 공급 공백기 동안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급격히 전환되며 중저가 아파트 가격을 자극하거나 빌라·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시장의 매매·임대 가격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신규택지는 서울 접근성이 좋고 광역교통망과 자족 기능을 함께 갖춘 기존 3기 신도시의 특징을 이어받아 주택 공급 확대라는 정부의 정책 의지를 명확히 한 것”이라면서도 “3기 신도시 역시 첫 발표부터 입주까지 8년 이상 소요됐듯 건물을 짓는 사업은 토지 수용과 보상 등 실무 절차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므로 단기적인 시장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보다는 사업이 계획대로 차질 없이 추진되는지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