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에선 수천 대 일, 한쪽에선 ‘0명’
아파트 ‘분양시장’도 양극화 시대
최근 국내 주택 분양 시장이 핵심지 과열과 외곽·지방 냉각으로 나뉘며 침체와 열기가 공존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서울 주요 정비사업 단지와 경기 일부 선호 입지에서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이나 뛰어난 입지 여건에 힘입어 청약자가 몰려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는 반면 지방과 수도권 외곽 지역에서는 계약 포기 물량을 처리하는 무순위 청약조차 응모자가 전혀 없는 미달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29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및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진행된 서울 서초구 ‘아크로 드 서초’는 1순위 청약 30가구 모집에 3만2973명이 몰려 평균 1099.1대 1의 기록적인 경쟁률을 나타냈다.
서초구 잠원동 ‘오티에르 반포’ 역시 1순위 평균 경쟁률이 710.2대 1에 달하며 주요 강남권 단지에 수만 명의 청약자가 집중되는 양상을 보였다. 올해 서울 첫 분양 단지였던 서대문구 ‘드파인 연희’도 1순위 평균 44.1대 1의 높은 실적을 내며 입지 선호 단지의 열기를 증명했다.
반면 같은 기간 지방 광역시 및 외곽 지역에서 분양에 나선 20여 개 단지 중 80% 이상은 모집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무더기 미달을 기록했다. 지방 일부 중소도시 아파트의 경우 100가구 이상을 모집하는 대규모 분양임에도 불구하고 신청자가 단 ‘0명’에 그치거나 겨우 한 자릿수에 머무는 등 심각한 수요 진공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 같은 쏠림 현상은 청약 자격 제한이 완화된 무순위 청약 시장에서 더욱 선명하고 극명하게 드러난다. 당첨 후 계약 포기나 부적격 판정으로 나온 잔여 물량에 대한 무순위 청약에서 서울 선호 지역 단지들은 단 몇 가구 재공급에 수만 명 이상의 신청자가 몰려 청약 홈페이지 접속 장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와 달리 지방 주요 도시 및 경기도 외곽 단지에서는 잔여 물량을 해소하기 위해 수차례 ‘줍줍’ 재공고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명의 신청자도 나오지 않아 무순위 청약 제도 자체가 무색해지는 상황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같은 청약 시장의 ‘극과 극’ 양극화 원인으로 고금리 환경의 장기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분양가 급등, 그리고 실수요자들의 ‘똘똘한 한 채’ 집중 심리를 주요 배경으로 꼽는다. 분양가가 전반적으로 크게 오른 상황에서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진 수요자들이 시세 차익이 확실하거나 향후 자산 가치 보존 및 상승이 확실히 보장되는 수도권 상급지로만 대거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분양업계 한 관계자는 “고분양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지방이나 비선호 지역은 청약에 당첨되더라도 자산 가치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고 오히려 프리미엄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시장에 넓게 확산됐다”며 “대출 규제와 자금 부담이 심화된 상황에서 실수요자들이 귀중한 청약통장을 무분별하게 쓰기보다 확실한 단 한 곳에만 신중하게 사용하는 경향이 강화됨에 따라 청약 통장의 극단적 양극화 및 지역 간 분양 온도 차는 당분간 더욱 가파르게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