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실거주의무유예 종료 앞둬
내년 11월까지 1301건 만기
70%가 내년 2월까지 몰려
돌려받을 보증금 9157억 달해
강동·송파 등 전세난 자극할 듯국내 최대 아파트 단지인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1만2032가구)에서 내년 11월까지 1300건이 넘는 전월세 계약이 만기를 맞는다. 보증금 합계만 1조원에 육박한다. 입주 당시 전세를 놓아 잔금을 치를 수 있도록 미뤄 준 실거주 의무 시한이 다가오면서 집주인들의 직접 입주가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전세매물 품귀 속에 대규모 계약 만기까지 겹치면서 서울 동남권 전세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매일경제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신고된 올림픽파크포레온 전월세 계약 1499건(2024~2025년 체결)을 분석한 결과, 실거주 유예 시한인 내년 11월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계약은 1301건으로 집계됐다. 전세 871건, 월세 430건이다. 해당 계약의 보증금 합계는 9157억원에 달한다. 다만 조합원 물량까지 포함한 전체 신고 기준으로, 1301건 모두가 실거주 의무 대상은 아니다.
만기는 올해 말과 내년 초에 집중된다. 오는 12월 298건을 시작으로 내년 1월 342건, 2월 267건 등 석 달 동안 907건이 끝난다. 전체의 약 70%다. 집주인들이 갱신 대신 직접 입주하면 기존 전세 물량이 줄고, 새집을 구하려는 세입자들이 강동을 넘어 송파·하남 등 인근 지역으로 몰릴 수 있다.
이번 만기 집중은 2024년 2월 국회를 통과한 주택법 개정과 맞물려 있다. 당시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 시작 시점을 '최초 입주 가능일'에서 '최초 입주 가능일부터 3년 이내'로 늦췄다. 수분양자가 전세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를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것이다.
하지만 유예 기간이 끝나는 내년 11월까지 실거주 의무 대상 집주인들은 직접 입주해야 한다. 적용 대상은 일반분양 4786가구로, 조합원 물량에는 의무가 없다. 다만 조합원 물량에서도 실입주를 검토하는 움직임이 나타난다는 게 현지 중개업계의 설명이다. 실거주 주택에 세제 혜택을 집중하는 개편 논의가 이어지면서 다른 집을 처분하고 새 아파트로 들어오려는 집주인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계약갱신요구권도 변수다. 기존 세입자가 갱신요구권을 행사해 계약이 2년 연장되면 집주인은 실거주 시한을 넘길 수 있다. 반면 집주인이 실제 거주를 이유로 적법하게 갱신을 거절하면 세입자는 새 전셋집을 찾아야 한다. 실거주 의무 위반에 따른 처벌과 환매 규정까지 있어 집주인들이 임대를 마냥 연장하기도 어렵다.
유예 시한에 맞춘 단기 전세도 등장했다. 현지 매물에는 '2027년 11월까지 거주'처럼 임대 기간을 못 박은 사례가 있다. 올해 체결된 18개월 이하 단기 전세는 32건으로, 이 중 22건은 내년 10~11월에 만료되도록 설정됐다. 다만 주택임대차보호법상 2년 미만 계약도 세입자는 원칙적으로 2년의 임대 기간을 주장할 수 있다.
실거주 유예 시한을 앞둔 단지는 올림픽파크포레온뿐만이 아니다. 국토부에 따르면 유예 조치가 적용 중이거나 앞으로 적용될 수 있는 주택은 전국 약 8만가구에 달한다. 2024년 입주한 단지들을 시작으로 내년부터 유예 시한 종료가 잇따를 전망이다.
정부는 위장전입 등 실거주 의무 위반을 가려내기 위한 조사도 강화할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는 행정자료로 실거주 여부를 확인할 수 있으며, 제도가 정비되면 통신·카드 등 다른 기관이 보유한 자료까지 대조하는 조사도 가능해진다"고 밝혔다.
잔금 마련을 돕기 위해 허용했던 전세가 3년 뒤에는 공급을 줄이는 요인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올림픽파크포레온처럼 만기가 집중된 단지에서 실입주가 늘면 이미 매물이 부족한 서울 동남권 전세시장에 추가 부담이 될 수 있다.
[박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