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올 공공기여 시설 154곳 분석
용적률 상향조건 공공시설 기증
운영·관리비 매달 수천만원 불구
이용객 100명 이하 11곳 달해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용산도시기억전시관. 신용산역 인근 고층 주상복합 건물 사이에 자리 잡은 이 전시관은 연면적 1100㎡(약 333평) 규모다. 국제빌딩주변 제4구역을 개발하면서 용적률 인센티브 등의 대가로 확보한 공공기여 시설이다. 용산참사와 지역의 도시 변천사를 기록하는 공간이지만 이달 초 평일 오후 2시에 찾았을 때 관람객은 단 1명이었다. 지난해 월평균 이용객도 126명에 그쳤다. 반면 운영비와 관리비로 매달 약 2100만원이 들어간다.
서울시가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재건축·재개발 용적률 규제를 완화하는 가운데, 개발사업에서 확보한 공공기여 시설 상당수가 이용 저조와 개장 지연 등의 문제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이 지어 기부채납한 시설이지만 운영과 관리에 공공 예산이 계속 투입되는 만큼 실제 수요를 고려한 시설 확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매일경제가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준공된 서울 공공기여 시설 현황’을 분석한 결과 서울에서 준공된 공공기여 시설은 156곳이었다. 공영주차장 2곳을 제외한 건축물 형태의 시설은 154곳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준공된 공공기여 시설을 대상으로 10년 만에 운영 실태를 전수 조사했다.
시설별로는 어린이집·키움센터·노인·장애인시설 등 복지·돌봄시설이 67곳(43.5%)으로 가장 많았다. 도서관·전시관 등 문화·교육시설이 33곳(21.4%), 주민센터·파출소 등 행정·안전시설이 27곳(17.5%)으로 뒤를 이었다. 청년·창업·일자리 시설은 21곳(13.6%), 체육시설은 6곳(3.9%)이었다.
문제는 실제 이용률이다. 월평균 이용자가 기재된 130곳 가운데 38곳은 이용자가 100명 이하였다. 정원이나 이용 대상이 제한되는 어린이집·키움센터·장애인 돌봄시설·파출소 등을 제외해도 11곳의 월 이용자가 100명을 넘지 못했다.
영등포구 신길동 ‘YDP 오름 실내암벽장’도 연면적 333.7㎡(약 101평) 규모지만 지난해 월평균 이용자는 60명에 그쳤다. 이 암벽장은 최근 새로운 운영자가 인수해 재개장했다. 강동구 천호동 공유오피스 ‘그로우위드’는 면적이 152.9㎡으로 이용 정원이 11명이다. 서울연구원은 암벽장을 이용률 저조 사례로, 그로우위드는 용도 전환 등을 검토할 시설로 꼽았다.
강동구청 관계자는 “2023년부터 민간에 사용허가해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시설을 확보하고도 문을 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강서구 화곡동 해링턴타워 2층의 335㎡ 공간은 2022년 12월 서울형 키즈카페로 사용하기로 결정했지만 실제 개장은 2024년 9월이었다. 추진계획 수립부터 설계, 계약심사, 공사, 수탁자 선정 등을 거치면서 1년9개월이 걸렸다. 시설 조성 등에만 7억8240만원이 투입됐다.
송파구 오금동 키움센터 역시 210㎡ 공간을 실제 이용하기까지 1년9개월이 걸렸다. 건물 준공 무렵 담당 부서가 신설된 데 이어 조례 제정과 사업 승인, 예산 확보, 설계·공사 등의 절차를 밟아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 작은 시설일수록 활용이 늦어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면적과 준공·입주 시점을 비교할 수 있는 141곳 가운데 500㎡ 미만 시설은 50곳 중 9곳(18.0%)이 준공 후 실제 활용까지 1년 이상 걸렸다. 500㎡ 이상 시설은 91곳 중 9곳(9.9%)으로, 작은 시설의 장기 지연 비율이 약 두 배 높았다. 활용까지 2년 이상 걸린 시설도 5곳이었다.
한 구청 관계자는 “큰 시설은 개발사업을 계획할 때부터 도서관이나 체육시설 등 용도를 정하는 경우가 많다”며 “작은 공간은 일단 기부채납을 받은 뒤 각 부서에 수요조사를 해 사용처를 찾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공공기여 시설은 확보했다고 비용 부담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운영비가 기재된 139곳의 월 운영비 합계는 47억1678만원이었다. 별도로 관리비가 기재된 124곳의 월 관리비는 5억6219만원에 달했다. 민간이 건물을 지어 넘기더라도 내부 시설 조성과 인력 배치, 프로그램 운영, 건물 관리에는 지속적으로 공공 예산이 들어간다.
전문가들은 시설을 확보하기 전에 주민 수요와 지방자치단체의 운영 능력부터 따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작은 공간을 통합하거나 용도를 전환하고, 당장 필요한 시설이 없다면 향후 수요에 대비해 비축하는 방식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특히 주택 수요가 많은 지역에서는 활용도가 낮은 문화·편의시설 대신 공공임대주택을 확보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현행법상 공공기여는 문화·복지시설뿐 아니라 공공임대주택으로도 받을 수 있다.
서울시도 공공기여 수요·공급 통합관리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공공기여 시설을 신청하는 자치구의 운영 능력을 평가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관련 운영계획도 손질할 방침이다.
윤 의원은 “공공기여 시설은 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필요하지만 실제 수요와 적정 규모를 따져 효율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며 “주택 수요가 높은 지역에서는 활용도가 낮은 시설보다 서민·청년층의 주거 안정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