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오는 2030년까지 모듈러 주택 1만6000가구를 발주하고 대통령까지 나서서 ‘장기 공급계약’을 제안했지만 핵심 법안은 10개월 넘게 국회에 묶여 있다. 정책 효과를 높이려면 조속한 입법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LH는 최근 주택 공급난 해소와 건설 현장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2030년까지 모듈러 주택 1만 6000가구 발주를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올해 당초 목표치보다 확대된 2100가구를 시작으로 2027~2029년 매년 3000가구, 2030년에는 5000가구까지 발주 물량을 대폭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당장 이달 3기 신도시인 고양창릉 A3블록(668가구)과 남양주왕숙2 A10블록(555가구)에 모듈러 공법을 적용하는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 공모가 시행되며 12월에는 포천송우2 A1블록(916가구) 전체가 모듈러 방식으로 공급된다.
모듈러 주택은 주요 부재와 내장재의 70~80% 이상을 공장에서 미리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탈현장 건설(OSC)’ 공법이다. 전통적인 철근콘크리트(RC) 공법 대비 공사 기간을 20~30% 단축할 수 있으며 LH는 2030년까지 공기 단축 폭을 최대 5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아울러 LH는 제조업체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LG전자 등 IT 대기업과 손잡고 AI 가전과 에너지 관리 플랫폼을 결합한 ‘AI 모듈러 홈’ 고도화에도 나섰다.
대통령 역시 주택 공급 속도전의 핵심 열쇠로 모듈러 공법을 꼽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주택공급 현장 간담회 등에서 공사비 인상과 인력 부족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대안으로 모듈러 주택의 확대를 주문했다.
특히 모듈러 건축의 최대 약점인 ‘초기 설비 투자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공공 부문에서 대규모 물량을 장기간 안정적으로 주문하는 ‘장기 공급계약’ 도입 필요성을 제안했다. 공장 가동률을 보장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단가를 낮춰 민간 영역까지 모듈러 생태계를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정부와 공공기관의 전방위적인 발주 확대 노력에도 현장에서는 제도적 한계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모듈러 건축 규제 완화와 인센티브 제공 등을 골자로 한 ‘모듈러 건축 활성화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이 발의된 지 10개월이 지나도록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기 때문이다.
현행 주택법과 건축법은 여전히 현장 시공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어 공장 제작 방식에 맞는 감리 기준이나 성능 인증 제도가 명확하지 않다. 용적률·건폐율 완화 등 인센티브 규정도 미비해 민간 건설사들이 수주 및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힘든 구조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공공 물량 확대와 장기계약 신호는 긍정적이지만 법적·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으면 민간 투자 유치나 기술 고도화에 한계가 있다”며 “정책이 결실을 맺으려면 국회가 조속히 특별법을 통과시켜 법적 불확실성을 제거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