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중심 핀셋 완화에 빌라 등 ‘역차별’
생애 최초 200만원 세금 감면 혜택도 무용지물
‘6개월 전입 족쇄’에 세입자·매수자 갈등 조장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전입의무 규제가 아파트와 비아파트(빌라·다세대) 시장 간에 격차를 만들면서 무주택 실수요자와 임차인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아파트 중심의 핀셋 완화 조치만 이어지다 보니 빌라 등 비아파트 시장에서는 대출 규제로 인한 세입자 강제 퇴거와 현금 부자들의 매물 싹쓸이 등 부작용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고수하고 있는 ‘
주택담보대출 실행 후 6개월 이내 전입 의무’ 규제로 인해 세입자가 낀 주택을 매수하려는 실수요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주택 거래 시 임대 중인 주택의 실거주 유예 신청 기한을 연장하고 갱신계약까지 유예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원회 역시 ‘수도권·규제지역 소재 아파트’에 한해 주담대 전입의무를 유예해 주는 완화책을 내놓았다.
문제는 이 같은 보완책이 아파트에만 핀셋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별다른 예외 규정을 적용받지 못하는 수도권 비아파트 시장의 무주택 서민들은 대출 제한과 전입 의무라는 이중고에 직면해 있다.
실제로 무주택 신혼부부인 이모 씨(33)는 최근 서울의 한 재개발 예정지 빌라(매매가 6억 2000만원)를 계약하는 과정에서 난관에 부딪혔다. 해당 주택은 2028년 8월까지 월세 세입자(보증금 5000만원, 월세 95만원)가 거주 중인 상태다.
이 씨는 임대차 계약 승계 조건으로 매입을 추진하려 했지만 규정상 ‘6개월 이내에 실거주 전입’을 마쳐야 대출이 나온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 창구를 직접 찾아가 상담을 받았지만 모두 “세입자가 거주 중인 상태에서는 대출 승인이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답답한 마음에 사설 대출 컨설팅업체까지 찾아가 문의했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이 씨는 정부가 무주택 서민과 청년·신혼부부의 주거 사다리를 지원하기 위해 운영 중인 ‘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취득세 감면(최대 200만원)’ 혜택도 못 받는 상황이다.
현행 지방세특례제한법에 따르면 생애최초 주택구입자는 취득세에서 최대 200만원을 전액 감면받을 수 있다. 이사 비용 등에 보탬이 되는 금액이지만 대출 및
세제상 실거주 전입 요건(1년 이내 전입 등)을 채우지 못하면 혜택을 받지 못한다. 세입자 계약 기간이 수년 남은 상태라 이 씨로선 그림의 떡인 셈이다.
이에 이 씨는 세입자에게 계약 만료 전 퇴거를 요청하며 합의금과 이사비 명목으로 400만원을 제안했다. 하지만 최근 월세 상승 등을 이유로 세입자가 800만원을 요구하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임차인 보호를 외치는 정부 정책과 달리 현실을 외면한 엇박자 대출·세제 규제가 되레 세입자를 길거리로 내쫓도록 압박하는 모순을 낳고 있는 것이다.
‘방공제’ 시스템 존재에도 ‘이중 족쇄’
현장 관계자들은 이미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과정에서 임차인의 보증금을 한도에서 차감하는 ‘
방공제(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금 등 차감)’ 제도가 가동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세입자가 있는 주택은 구조적으로 대출 한도가 대폭 깎이기 때문에 대출을 활용한 무분별한 갭투기는 이미 원천 차단돼 있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이 ‘6개월 내 전입’이라는 일률적인 족쇄를 유지하면서 투기 방지 목적을 넘어 정상적인 실수요 거래마저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거래 절벽 속 ‘현금 부자’만 유리…양극화 심화 우려
빌라 등 비아파트 시장은 이번 대출 규제와 맞물려 거래 절벽과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 평범한 무주택 서민들은 은행 문턱과 전입 의무에 막혀 집을 구매하기 어려운 반면 현금 자산가들은 저평가된 빌라 매물을 유리하게 매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시장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아파트 중심의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임대차 계약 기간이 남은 주택 매매 시 ‘
기존 임차인의 계약 만료 후 전입’을 허용하는 등 비아파트 실수요자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