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토목학회 KSCE 2026 원전특별세션
지하 500m 암반에 묻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강원도 태백에 연구용 지하연구시설 추진 중
방사성 물질 이동 막기 위한 투수계수 조절
지하 터널 굴착 과정서 손상 최소화 등 논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관리하기 위한 처분시설(방폐장) 건설이 한국에서 추진되면서, 지하 약 500m 깊이 암반에 지어지는 방폐장을 위한 토목공학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처분시설은 문을 닫은 뒤에도 1만 년 동안 안전성을 입증해야 하는 만큼, 일반 지하 구조물과는 다른 토목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방사성 물질이 지하수를 타고 퍼지지 않도록 물길을 막고, 굴착 과정에서 암반 손상을 최소화함으로써 이동 통로를 줄여야 한다는 분석이다.
하창용 한국원자력환경공단 팀장은 23일 강원도 정선 하이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한토목학회 ‘KSCE 2026’ 원전특별세션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세션은 대한토목학회가 ‘안전하고 신속한 고준위 폐기물 처분시설 건설을 위한 토목공학의 역할’을 주제로 마련했다.
방사성폐기물은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한 핵 연료처럼 폐기가 필요한 방사성 물질로, 방사능 농도에 따라 저준위·중준위·고준위 등으로 분류된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은 열 발생량이 2kW/m³ 이상이고, 반감기 20년 이상인 알파선 방출 핵종의 방사성 농도가 4000Bq/g 이상인 폐기물을 일컫는다. 방사능과 열이 강해 수만 년 이상 사람과 격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하 약 500m의 단단한 암반에 터널을 뚫고, 터널 바닥에 처분공이라는 구멍을 낸 다음 금속 용기에 담은 폐기물을 넣는다. 용기 주변은 완충재 역할을 하는 벤토나이트로 채운다.
하 팀장은 “방폐장도 일반 쓰레기 매립장과 같다”라며 ”매립장에서 악취와 지하수 오염이 문제가 되듯, 처분장도 폐기물이 반응해 생긴 가스나 지하수에 녹아 흘러나간 방사성 물질이 피폭을 일으키는 두 가지가 안전성 위험을 높이는 경로“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물이 흙이나 암반을 얼마나 잘 통과하는지 측정하는 ‘투수계수’를 조절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고준위 방폐장은 관련 법상 폐쇄 후 1만년 동안의 안전성을 평가해야 한다. 문제는 콘크리트, 철강과 같은 소재는 이 이 기간에 열화한다는 점이다. 하 팀장은 “열화 특성을 투수 계수와 연관 지어 고려할 수 있어야 해당 재료가 안전성에 기여하는지 판단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폐기물이 내는 열로 인해 20도 안팎인 암반 온도가 100도 가까이 오르고, 이 상태가 100년 이상 이어진다는 점도 변수다.
하 팀장은 투수계수 영향을 최소화하는 굴착 기술 확보와 장기 모니터링을 위한 방법도 향후 과제로 꼽았다.
한편 국내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은 중간저장시설을 2050년 이전에 가동하고, 영구처분시설을 2060년 이전에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안에 전국 부적합 지역을 걸러내고 내년부터 기본조사 후보 부지 공모에 나선다. 특히 실제 환경과 비슷한 연구용 지하연구시설(URL)을 강원도 태백시에 추진하고 있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2028년까지 설계를 마치고 2029~2032년 시공한다는 목표다.
시공사들도 이같은 토목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어진 발제에서 신영진 현대건설 책임연구원은 굴착 손상을 줄이기 위한 현대건설의 기술 현황을 소개했다. 터널을 뚫을 때 주변 암반에 생기는 균열 공간을 ‘굴착손상영역(EDZ)’이라고 하는데, 이 구간은 방사성 물질이 이동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
신 연구원은 한국 암반에 적합한 굴착 기술 연구를 위해 현대건설의 채석장에서 진행한 실험 결과를 공유하며 “발파를 해 보니 굴착 손상 영역이 2m 정도 나왔다“며 ”미리 균열을 내놓고 발파했더니 손상이 조금 줄었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은 이달 초 실증 굴착 완료를 발표한 처분공 전용 굴착장비로 뚫은 처분공 주변 암반에 대해서도 굴착 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장기 모니터링에는 드론과 휴머노이드 로봇을 활용할 계획이다. 현대건설은 숙련 기술자가 현장에서 눈으로 하던 터널 암반 평가를 라이다 센서와 인공지능(AI)으로 자동화한 시스템을 개발해 현장 2곳에서 실증하고 있다.
신 연구원은 “사람이 하다 보니 주관적이고 객관성이 떨어지는 데다 안전 문제도 있었다”며 “라이다로 정량 정보를 얻고, 지하수나 풍화 정도처럼 라이다로 읽어낼 수 없는 정보는 AI로 판단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단계로 이 시스템을 드론에 태우고 휴머노이드에도 태워 보려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