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청이 창신 9·10구역 재개발 사업추진위원회 측에 신탁방식 사업시행자 지정을 위한 토지등소유자의 동의서를 다시 걷으라고 요구했다. 구청은 기존에 동의서를 받는 과정에서 불법 금품 제공 등 정황이 파악돼 향후 법적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부동산업계에선 사실상 사업을 멈춰 세우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종로구청은 창신 9·10구역 재개발 비대위로부터 접수된 위법·부당 사례 신고를 법률 검토한 결과 일부 행위들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132조 위반으로 판단된다고 23일 밝혔다.
사업추진위측이 신탁 사업시행자 지정을 위해 토지등소유자의 동의서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4000만원 상당의 빌트인 가전과 발코니 확장, 시스템 에어컨 등 물품 제공을 약속해 부당한 금품을 제공했다는 이유에서다. 또 사업추진위측이 “(동의서에) 동의하지 않으면 향후 (자산이) 청산될 수 있다”는 식의 안내로 주민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방해했다고도 부연했다.
종로구청은 사업추진위측에 동의서를 전면 재징구하라고 요구할 방침이다. 위법하게 수집된 기존 동의서를 바탕으로는 신탁 사업시행자 지정 신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위법 사항을 방치한 채 사업을 진행하면 향후 더 큰 법적 분쟁에 휘말려 주민의 피해가 커질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업추진위가 구청의 행정 지도를 이행하지 않고 신탁 사업시행자 지정 신청을 강행하면, 즉시 반려 등 법령과 행정 절차에 따른 엄정 처분을 집행할 것이라고도 예고했다.
하지만 정비업계에선 종로구청의 이 같은 동의서 재징구 요구가 사실상 사업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보고 있다. 종로구청은 이번 동의서 재징구 요구 이전에도 법적 권한이 없는 사업추진위에 이주 대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또 사업추진위가 사업시행자 지정을 위한 토지등소유자 동의율 75%을 확보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도 소수 반대 주민을 설득하라며 사업시행자 지정을 미룬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