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서울 빌라 매매가 1.03% 상승
아파트 상승률 넘어서
전셋값보다 가파른 매매가 상승
실거주보다 ‘갭투자’
치솟은 아파트 가격에 부담을 느낀 실수요와 규제를 피하려는 투자 자금이 빌라 시장으로 분산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서울 아파트의 높은 가격과 규제가 빌라 시장을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서울 빌라 가격은 전월 대비 1.03% 상승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인 0.74%를 0.29%포인트 웃도는 수치다.
중장기 흐름을 보여주는 연간 상승폭 역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서울 빌라 매매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0.35% 치솟으며 아파트 못지않은 과열 양상을 보였다. 수년간 아파트에 집중되던 주택 매수세가 비아파트 시장으로 본격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세 시장에서도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양상은 차이를 보였다. 지난달 서울 빌라 전셋값은 전월 대비 0.65%, 1년 전보다는 5.82% 올랐다. 이에 비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월 대비 0.80%, 전년 동월 대비로는 10.22% 상승해 빌라보다 높은 오름폭을 유지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빌라의 매매가격 상승률(1.03%)이 전셋값 상승률(0.65%)을 크게 웃돈다는 점이다. 실수요를 대변하는 전셋값보다 자산 가치 상승을 노린 매매가가 훨씬 가파르게 뛰었다는 건 현재 시장을 이끄는 주된 동력이 실거주가 아닌 투자 수요임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빌라 매수세를 자극한 근본적인 배경으로는 아파트값 폭등에 따른 풍선효과가 지목된다. 서울 전역의 아파트 진입 장벽이 높아지면서 매수를 포기한 이들의 대체 수요가 유입되고 노후 빌라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한 재개발 기대감이 투자 심리에 영향을 줬다.
정부의 잇따른 규제 강화도 수요의 빌라로 이동에 계기가 됐다. 서울 주요 아파트 단지들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고 대출 한도가 축소되자, 비교적 규제 문턱이 낮고 자금 부담이 덜한 재개발 예정지 빌라로 투자 자금이 급격히 유입된 것이다.
전세를 끼고 매수하는 갭투자 수요와 향후 입주권을 노리는 정비사업 기대감이 맞물리며 빌라 시장의 몸값을 끌어올린 셈이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던 빌라가 아파트 규제의 틈새 상품이자 자산 증식의 대체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재개발 사업의 불확실성과 단기 급등에 따른 리스크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높다. 정성진 어반에셋매니지먼트 대표는 “입지나 개발 가능성에 따른 옥석 가리기가 선행되지 않은 맹목적인 빌라 갭투자는 향후 부동산 경기 변동이나 정비사업 지연 시 고스란히 투자자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