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종묘 맞은편 세운4구역 주민들이 국가유산청의 세계유산영향평가 요구와 정비사업 인허가 유보 조치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국가유산청이 과거 정부 및 자청이 내린 공식 행정지침과 유권해석을 스스로 뒤집고 법적 근거가 박약한 잣대를 대며 사업을 차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2일 세운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주민대표회의는 국가유산청장을 수신인으로 하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들을 참조인으로 명시한 공개질의서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주민대표회의는 국정감사 종합감사 참고자료 활용을 고려해 오는 10월 21일까지 관련 법령 조문 및 문서번호를 첨부한 명확한 서면 답변을 요구했다.
주민대표회의는 공개질의서를 통해 행정의 신뢰성 훼손 문제를 가장 먼저 지적했다.
주민 측은 “세운4구역은 종묘 경계에서 약 170m 떨어진 부지로 법정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100m)은 물론 세계유산지구 범위 밖에 위치해 있다”며 “국가유산청은 2017년 1월 고시 제2017-7호를 통해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별도 심의 조항을 삭제하면서 ‘지정문화재 보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는 행위이므로 지자체에서 자체 처리함’이라고 공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23년 2월 국민신문고 질의에서도 문화재청 협의 기준이 의무적 이행사항이 아님을 재확인해주어 이를 신뢰하고 사비 8000억원을 들여 3만 1000㎡에 달하는 부지의 정밀발굴조사를 마치고 전시공간까지 마련했다”면서 “그런데 갑자기 올 5월 ‘종묘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다’며 정반대의 잣대로 세계유산영향평가 실시와 인가절차 유보를 명령한 것은 국민과의 약속을 짓밟은 행정”이라고 규탄했다.
동일 정비지구 내 다른 구역과의 형평성 문제도 수면 위로 올랐다. 주민대표회의에 따르면 2017년 별도 심의 조항 삭제 이후 세운3구역과 5구역, 6구역 등은 별도의 문화재 심의나 세계유산영향평가 절차 없이 사업시행계획 변경인가를 받아 사업을 추진해왔다.
주민들은 “같은 세운지구 내 타 구역에는 요구하지 않던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유독 세운4구역에만 강제하는 합리적인 근거와 법률적 바탕이 무엇인지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업 지연으로 인한 막대한 금융 손실과 주민 피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2004년 정비구역 지정 이후 22년 동안 첫 삽을 뜨지 못하면서 현재 누적 사업 손실은 8000억원에 이르고 매월 발생하느 이자만 20억원을 넘어섰다. 주민 측은 착공을 보지 못하고 사망한 주민만 50명이 넘는다며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다.
아울러 주민대표회의는 매장유산 심의를 세계유산 절차와 인위적으로 연계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세운4구역은 이미 발굴 유구의 해체 및 이전 보관, 복토 등 2015년 문화재위원회가 제시한 보존조건을 완료했고 지난 6월 사업시행계획 변경인가 고시도 마친 상태다.
그러나 국가유산청 매장유산분과위원회는 8월과 9월 심의에서 연이어 보류 결정을 내렸다.
주민들은 “매장유산 관계 법령에 맞지 않는 이유로 보류를 거듭하는 배경에 대해 밝히라”며 매장유산 심의의 독립적 진행, 10월 16일 현장조사 후 조속한 결론 도출, 이행명령 관련 내부 검토자료 및 유네스코 서한·발신문서, 매장유산분과 회의록 전체 공개를 강력히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