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142개 시스템 중 DR 구축 3개뿐
최상위 A1·A2 14개는 완전 구축 ‘제로’
세움터·KRAS 복구목표 1시간인데 DR 없어
국토부 “재정당국 심의서 예산 미반영”
건축 인허가와 건축물대장 발급을 담당하는 ‘세움터’ 등 국토교통부 핵심 정보시스템 상당수가 별도 재해복구(DR) 체계를 갖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재·침수 등으로 주 전산센터가 멈출 경우 다른 센터로 서비스를 넘겨 복수하는 체계가 없는 것이다. 지난해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이후 정부가 중요 정보시스템의 재해복구체계 구축과 등급별 복구시간 준수를 의무화했지만, 국토부 핵심 시스템 상당수에는 아직 공백이 남아있는 셈이다.
2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실이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토부 소관 정보시스템은 총 142개다. 이중 완전한 DR이 구축 완료된 시스템은 GNSS서비스포털, 국가교통DB(KTDB), 항공정보시스템(FOIS) 등 3개(2.1%)에 불과했다. 국가교통정보센터(ITS)는 DR 일부 구축에 그쳤다.
DR은 화재·침수 등으로 주 전산센터가 가동을 멈출 때 다른 장소의 전산자원을 활용해 서비스를 복구하는 시스템이다. 단순히 데이터를 복사해 보관하는 백업보다 서비스를 다시 가동하는 데 초점을 둔다.
정부는 지난해 9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를 계기로 재해복구체계 강화에 나섰다. 올해 4월 제정된 정보시스템 안전성 고시에 따르면 A1은 1시간 이내, A2는 3~12시간 이내 복구를 목표로 재해복구·백업체계를 갖춰야 한다. 하지만 정작 국토부의 A1·A2 시스템 14개 가운데 별도 DR이 완전히 구축된 시스템은 한 곳도 없었다.
A1 등급인 건축행정시스템 ‘세움터’와 부동산종합공부시스템(KRAS)은 모두 DR 미구축 상태다. 두 시스템의 목표복구시간(RTO)은 1시간 이내다.
세움터는 건축·주택 인허가를 포함해 144종의 민원 신청·처리와 건축물대장 생성·관리·발급을 담당한다. KRAS도 전국 230개 시·군·구의 토지대장·지적도 등 부동산 관련 18종의 공적장부를 관리한다. 장애가 장기화되면 건축·주택 인허가와 건축물대장 발급, 토지·지적 행정 등 주택공급과 직결된 업무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A2 등급에서도 토지이음, 통합인허가지원시스템, 국가공간정보통합플랫폼, 건설공사안전관리종합정보망, 자동차관리정보시스템 등이 DR 미구축으로 나타났다. 토지이음은 목표복구시간 180분, 통합인허가지원시스템은 240분, 건설공사안전관리종합정보망은 4시간이다.
국토부는 의원실에 DR 구축을 위한 예산을 요구했지만 재정당국 심의 과정에서 반영되지 않아 사업을 추진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DR 구축에는 주 시스템과 유사한 수준의 전산 인프라를 별도 장소에 갖추고 운영해야 해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국토부는 모든 정보시스템에 동일한 수준의 DR을 구축하기보다 국민 생활과 행정서비스에 미치는 영향이 큰 핵심 시스템부터 우선순위를 정해 단계적으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시스템별 DR 구축에는 관계부처 협의와 예산 확보도 필요하다. 시스템의 중요도와 구축 필요성을 검토한 뒤 행정안전부 등과 협의하고 예산 심의를 거쳐 사업을 추진하는 구조다. 국토부는 세움터와 KRAS 등 중요도가 높은 시스템을 중심으로 향후 DR 구축을 추진할 방침이다.
관련해 김종양 의원은 “국정자원 화재를 겪고도 국토부 핵심 시스템은 여전히 재해복구 공백 상태”라며 “예산 탓만 할 것이 아니라 대국민 서비스 마비와 행정 혼란이 현실이 되기 전에 핵심 시스템부터 복구체계를 즉각 갖춰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