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택 수선자금 2.5조 위탁운용
금융자산 담보로 1.2조 추가 차입
투자 규모 3.7조로…758억 평가손실
차입 한도·담보 위험 관리기준 부재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공임대주택의 노후 시설을 고치기 위해 모아둔 자금을 레버리지(차입) 방식으로 운용하다 지난해 758억원의 평가손실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외부 운용사가 LH로부터 위탁받은 금융자산을 담보로 1조2000억원이 넘는 돈을 추가로 빌려 투자 규모를 키웠지만, 정작 LH는 차입 규모에 대한 별도 한도조차 마련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공공임대주택의 유지·보수를 위해 적립한 자금이 이른바 ‘빚투’에 활용되는 과정에서 정작 차입 규모와 담보 위험을 관리할 구체적인 기준은 마련돼 있지 않았던 셈이다.
19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LH가 외부 전문기관에 맡긴 특별수선충당금 2조5200억원의 평가금액은 2조444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원금보다 758억원 줄어든 액수다.
특별수선충당금은 임대주택이 낡았을 때 고치는 데 사용하는 돈이다. 공공임대주택의 승강기와 배관 등 주요 시설을 교체하거나 보수하기 위해 미리 적립하는 자금이다. LH는 공공주택 특별법에 따라 장기임대주택과 분양전환 임대주택 등에 일정한 요율로 충당금을 쌓고 있다.
LH는 이런 자금을 금융상품에 투자해 운용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특별수선충당금 운용액은 2조7977억원이다. 이 가운데 90.1%에 해당하는 2조5200억원을 외부 전문기관에 맡겼다.
외부 운용사는 LH가 맡긴 2조5200억원을 금융상품에 투자했다. 이후 투자한 상품을 담보로 1조2270억원을 추가로 빌려 다시 투자에 나섰다. 이른바 ‘레포매도’ 방식으로, 전체 운용 규모는 당초 위탁받은 원금보다 48.7% 늘어난 3조7470억원으로 불어났다.
이 같은 방식은 금융자산 가격이 하락할 경우 자기자금만 운용하는 경우에 비해 손실 노출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 이러한 운용 과정에서 지난해 말 기준 758억원의 평가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금융상품별로는 기타금융채에서 약 352억원, 재간접펀드에서 약 276억원, 국채에서 약 87억원의 평가손실이 났다.
문제는 LH의 위험관리 체계가 미흡했다는 점이다. LH의 ‘특별수선예치금 위탁운용 가이드라인’에는 투자할 수 있는 채권의 전체 보유한도가 설정돼 있다. 그러나 레포매도를 활용한 차입 투자에 대해서는 별도의 한도가 명시돼 있지 않았다. 담보로 맡긴 금융자산의 가치가 떨어졌을 때 추가 담보나 현금을 어떻게 확보할지에 관한 구체적인 관리기준도 없었다.
특별수선충당금은 일반적인 투자 여유자금과 성격이 다르다. 공공임대주택의 노후 시설을 수리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돈인 만큼 수익성뿐 아니라 안정적인 보존과 회수가 중요하다. 투자자산을 제때 현금화하지 못하면 실제 수선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임대주택 수선에 들어가는 비용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LH가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LH의 임대주택 수선유지비는 1조8602억원으로 전망됐다. 올해 예상되는 임대수익은 1조8668억원으로, 임대료 수입의 99.6%에 해당하는 금액이 수선유지비로 들어가는 셈이다.
수선유지비는 2025년 1조5979억원에서 내년 2조509억원, 2028년 2조2245억원 등으로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임대주택이 노후화하면서 유지·보수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수선자금의 안정적인 운용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