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알글로벌리츠가 벨기에 파이낸스타워 감정평가를 둘러싼 영국 소송에서 패소했다.
9일 제이알글로벌리츠에 따르면 영국 고등법원은 지난 8일(현지 시각) 글로벌 부동산서비스기업 JLL이 산정한 파이낸스타워 감정평가액 9억2000만유로가 대출 약정상 유효하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현지 대주단이 걸어둔 캐시트랩(현금유보)도 그대로 유지된다.
캐시트랩은 담보 자산의 감정가가 떨어져 담보인정비율(LTV)이 약정 기준을 넘으면 임대수익 등 현금을 별도 계좌에 묶어 현지 대출 상환에 우선 쓰도록 하는 계약 장치다. 파이낸스타워가 벌어들이는 배당 수입이 한국으로 넘어오지 못하고 현지 대출을 갚는 데 먼저 투입된다는 의미다. 캐시트랩은 지난 4월 이 회사가 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된 원인 중 하나였다.
소송은 제이알글로벌리츠의 현지법인이 대리금융기관인 CBRE론서비스를 상대로 낸 것이다. 회사는 JLL의 감정평가가 부당하게 낮아 캐시트랩을 무효로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만 법원이 JLL의 평가를 온전히 인정한 것은 아니다. 제이알글로벌리츠에 따르면 판결문은 평가 담당자가 업무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했고 현금흐름할인(DCF) 교차검증도 피상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일부 대주가 캐시트랩 발생을 원했고, 대리금융기관도 JLL 선임 당시 9억5000만유로 이하의 평가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는 점도 사실로 인정했다. 그럼에도 이런 정황이 감정평가사에 대한 부당한 압력이나 지시로 이어졌다는 입증은 부족하며, 평가의 결함이 계약상 효력을 부인할 정도는 아니라고 결론 냈다.
법원이 파이낸스타워의 가치를 9억2000만유로로 확정한 것도 아니다. 원고 측 전문가는 10억9000만~11억유로를 제시했는데, 법원은 양측 차이를 전문가 견해의 정당한 차이로 보고 감정평가는 단일 수치가 아닌 범위의 문제라고 판단했다.
이번 법원 판단으로 제이알글로벌리츠의 정상화 구상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회사는 기존 대주단 대출을 신규 금융기관 대출로 갈아타는 리파이낸싱으로 캐시트랩을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복수의 금융기관과 협의하며 실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임차인인 벨기에 건물관리청과는 임대차 기간을 장기 연장하는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원화 가치 상승으로 환정산 채무가 줄어든 점 등을 반영해 새로운 채무변제안도 내놓을 예정이다.
제이알글로벌리츠 관계자는 “법원이 판결문에서 JLL 평가가 여러 측면에서 비판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유효성을 인정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리파이낸싱과 임대차 협상을 마무리해 자율구조조정지원(ARS) 프로그램을 조기 졸업하고 리츠 정상화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