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단지 조합보유분 속속 가격 인하
경희궁유보라도 3억6000만원↓
매각 지연시 해산·청산 일정 영향
강남·서초 고가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보류지 가격 인하가 확산하고 있다. 청담르엘이 9차 입찰에서 기준가를 최대 11억원 낮췄고, 경희궁유보라도 3억6000만원 인하하며 매각에 나서면서다.
일반 매물 호가가 보류지 기준가보다 낮아지면서 조합들이 매각 시기를 앞당기는 결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청담삼익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청담르엘)이 오는 9일까지 보류지 7가구에 대한 9차 입찰을 진행한다.
보류지는 조합이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분양하지 않고 남겨둔 물량으로, 흔히 말하는 조합보유분을 일컫는다.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대출을 받지 않을 경우 실거주 의무가 부과되지 않아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에서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이번 입찰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입찰기준가가 직전 공고 대비 5%가량 하락했다는 점이다.
지난 6월에 이어 두 달여 만에 재공고된 펜트하우스 가운데 가장 면적이 큰 218㎡(전용면적 기준)의 기준가는 약 226억원에서 214억6000만원으로 11억원 이상 내려갔다. 172㎡·200㎡·202㎡도 직전 178억~210억7000만원대에서 169억5000만~200억5000만원대로 대폭 조정됐다.
84㎡ 3가구도 지난달 26일 8차 공고 후 일주일 만에 기준가를 2억5000만~2억8000만원 낮추고 지난 2일 재공고됐다. 이에 따라 57억3000만~58억원 수준이던 가격은 55억원 전후로 인하됐다.
보류지 가격을 낮춘 단지는 청담르엘이 전부는 아니다. 서대문구 영천동 경희궁유보라 역시 보류지 141㎡가 지난달 공고 당시 33억3000만원에 주인을 찾지 못하자 2주 만에 3억6000만원 내린 29억7000만원에 입찰을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조합들이 매각을 서두르는 결단에 나선 것으로 해석한다. 강남·서초 주요 단지에서는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급매물이 잇따라 나오면서 보류지보다 저렴한 일반 매물까지 등장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강남구와 서초구의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8월 둘째 주 이후 4주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청담르엘 보류지 중 84㎡(105동)의 기준가는 55억2000만원이지만, 같은 동·유사 층수 일반 매물은 52억~55억원 수준에 호가가 형성됐다. 실거주 요건 등을 충족할 수 있다면 보류지보다 저렴하게 매수할 수 있는 대안이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조합들도 보류지 가격을 조정하며 매각에 나서는 분위기다. 보류지 매각이 장기간 지연될 경우 조합 해산 및 청산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어서다.
매각이 늦어질수록 조합 운영비와 인건비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