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엔드 주거의 기준이 희소성에서 규모로 재편되고 있다. 소수 세대 중심의 고급 빌라가 주를 이루던 과거와 달리 수천 가구 규모의 대단지가 최상급 설계와 서비스를 갖춘 이른바 ‘매시브 하이엔드(Massive High-end)’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급되는 하이엔드 주거는 수백 가구를 넘어 2000가구에 육박하는 대단지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국내 하이엔드 주거는 2000년대 초반 초고층과 보안을 내세운 1세대(타워팰리스 등), 프라이버시와 컨시어지를 강조한 청담동 소규모 빌라 중심의 2세대를 거쳐 대단지 형태로 발전해 왔다.
소규모 하이엔드는 철저한 프라이버시를 보장받는 반면 넉넉한 조경이나 대형 수영장 같은 대규모 커뮤니티 시설을 갖추기 어렵고 높은 관리비와 환금성 저하 등이 약점으로 지적됐다.
반면 최근의 매시브 하이엔드는 200~600가구 수준을 넘어 1000가구가 넘는 대단지에 하이엔드 상품성을 결합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규모가 커지면서 주거의 질도 달라지고 있다. 수천 평 규모의 조경과 대형 수영장, 실내 체육시설 조성이 가능해졌으며 넉넉한 주차 공간과 호텔식 위탁 운영 서비스 등도 유지 비용 부담을 낮추며 안정적으로 운영된다.
또한 활발한 거래를 통해 가격 기준이 쉽게 형성되면서 거주 가치를 넘어 탄탄한 자산으로서의 성격도 강화되고 있다.
실제로 용산 ‘더파크사이드 서울’, 성수동 옛 삼표레미콘 부지 복합개발, 양천구 ‘목동윤슬자이’, 동탄 ‘아크메르 동탄’ 등 주요 거점마다 대단지 규모의 하이엔드 상품이 공급 채비를 마쳤다.
서울 주요 정비사업지 역시 압구정 3구역(5175가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디에이치 클래스트’(5007가구) 등 수천 가구 규모의 매머드급 단지마다 대규모 커뮤니티와 특화 설계를 예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엔드의 조건이 세대 내부에서 단지 전체로 넘어오면서 소규모 주택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조경과 커뮤니티, 주차, 서비스를 갖춘 대단지가 하이엔드 시장을 이끌고 있다”며 “규모는 단순히 세대 수가 아니라 입주민이 실제로 누리는 생활의 크기이고 거래가 이어지며 값이 매겨지는 자산 가치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