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 세제개편안이 발표 한 달 만에 방향을 틀고 국회에서도 추가 수정 가능성이 흘러나오면서 매수·매도자 모두 셈법을 굳히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눈에 띄게 줄어드는 흐름이다.
7일 우리은행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지난 4일 계약일 기준으로 집계된 8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322건에 머물렀다. 신고 기한이 아직 남아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7월 5800건과 비교하면 60%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4월과 5월 각각 8659건, 8962건에 달했던 거래량이 6월과 7월 들어 5000건대로 내려앉은 데 이어 8월에는 2000건대로 주저앉은 셈이다.
지역별 온도차도 뚜렷하다.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3구가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월 16.1%까지 올라갔다가 8월에는 9.1%로 떨어져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9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의 거래 비중은 8월 54.3%로 절반을 넘어섰고 비강남권 거래 비중도 90.9%에 달했다. 자금 여력이 있는 수요자는 관망하고 대출 규제 속에서도 움직일 수 있는 실수요자만 저가 매물로 눈을 돌리는 모양새다.
이같은 거래 위축의 배경에는 오락가락하는 세제개편안이 꼽힌다. 정부는 지난 1일 국무회의에서 최종 확정한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이는 앞서 지난달 3일 발표한 원안에서 한차례 수정된 내용이다.
당초 정부안은 거주용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액을 14억원으로 올리는 대신, 비거주 1주택자는 9억원으로 낮춰 거주 여부에 따라 공제액을 차등화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개편안 발표 직후 부동산 시장에서는 직장 발령이나 자녀 교육, 손주 돌봄을 위한 지방 이주 등 불가피한 사정으로 전세를 택한 1주택자까지 투기 세력처럼 취급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같은 지적에 정부는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를 9억원에서 다시 12억원으로 되돌리며 사실상 현행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200%까지 올리려던 세부담 상한선도 현행 150%로 남겨뒀고 비거주 부부 공동명의 1주택자의 1인당 공제액 역시 4억원에서 6억원으로 상향했다.
정부가 마련한 수정안이 국회로 넘겨졌으나 향후 정치권 논의 과정에서 내용이 또다시 뒤바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여당 안팎에서는 거주 여부와 무관하게 1주택자 기본공제를 14억원으로 일원화하거나 올려잡은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현행 수준으로 되돌리자는 의견이 오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보유특별공제를 거주기간 중심으로 바꾸는 방안도 다시 논의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거론된다.
세제개편이 확정되지 않은 채 표류하면서 시장 참여자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실제로 계약을 맺었다가 취소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기준 8월 서울 아파트 매매 계약해지 건수는 168건으로 연중 최고치였던 7월 239건에 이어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세제 방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길어질수록 시장의 의사결정은 더 늦춰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함영진 랩장은 “대출 의존도가 낮은 강남권조차 세제 개편안 최종안이 확정되지 않은 불확실성 속에 자산가들이 관망세로 돌아섰다”며 “가을·겨울 서울 아파트 시장의 향방은 세제 개편안 확정 시점과 통화 당국의 추가 금리 결정 여부, 가을 주택임대차 시장의 불안 강도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