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월세에 …정부, 기업형 임대 종부세 완화 검토
'다주택자 개인' 구조서 벗어나
기업임대·리츠 중심으로 전환
보유세 부담 낮추며 공급 촉진
건설업계 "稅혜택만으론 부족
택지·금융 관련 지원 병행을"정부가 법인형 임대사업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부담 완화를 검토하는 것은 개인 다주택자에게 의존해온 민간임대주택 공급 구조를 기업 중심으로 바꾸려는 정책 전환으로 풀이된다. 20년 이상 안정적으로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기업에 세제 혜택을 줘 새로운 주택 시장 '플레이어'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주택 공급 확대에 속도전을 천명한 정부가 민간임대 시장에서도 가용 수단을 총동원하고 나선 셈이다.
6일 정부 부처 등에 따르면 8·13 공급대책을 앞두고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는 신축 주택을 매입해 20년 이상 장기 임대하는 법인에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추진했다. 조정대상지역에서 종부세 합산배제를 허용하고 비조정대상지역에서는 합산배제 대상 임대주택의 공시가격 기준을 3억원 높이는 방안 등이 검토됐다.
◆ 매입임대·건설임대 모두 촉진
개인과 법인 간 세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8·13 대책에는 담기지 않았지만 정부는 이후 매입임대뿐 아니라 직접 주택을 지어 공급하는 건설임대사업자로까지 세제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설을 통해 민간임대를 하는 사업자들이 주택 시장에 플레이어로 참여해 공급을 촉진할 수 있도록 길을 여는 취지"라고 말했다.
정부가 법인형 임대 육성에 나선 것은 민간임대주택 공급이 급격히 위축됐기 때문이다. 국토부 임대주택통계에 따르면 서울 건설형 임대주택 신규 공급은 2021년 2만1115가구에서 2022년 1만1804가구, 2023년 4763가구, 2024년 3976가구로 3년 만에 81% 감소했다. 국내 임대주택 재고 역시 2020년 이후 5년간 330만가구 안팎에 머물렀다.
고금리와 공사비 상승으로 2022~2023년 인허가·착공이 위축된 여파까지 겹치면서 전월세 시장의 공급 부족도 심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가격은 162만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연립·다세대 평균 월세도 67만원으로 전년 동월 62만9000원보다 6.52% 올랐다.
종부세 합산배제는 법인형 임대의 사업성을 좌우하는 핵심 인센티브로 꼽힌다. 법인형 임대는 수십~수백 가구를 장기간 보유하면서 임대료로 수익을 내는 구조여서 매년 발생하는 보유세가 수익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합산배제가 확대되면 장기 보유에 따른 세 부담을 낮춰 기업의 시장 진입 문턱을 낮출 수 있다.
정부는 이를 통해 개인 다주택자가 주도해온 민간임대 시장을 공공과 기업이 함께 공급하는 구조로 재편한다는 구상이다. 비제도권 민간임대 시장은 전세사기와 비자발적 퇴거, 임대주택 재고 변동에 따른 전셋값 급등 등 시장 불안 요인을 안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당정에서도 임대주택을 개발·보유·운영하는 법인형 민간임대를 새로운 공급 주체로 육성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1일 '전월세 안정을 위한 즉시 공급 가능한 반영구적 민간임대주택 공급 촉진방안' 세미나에서 "종부세 등 세제와 금융 지원, 택지 문제에서 조건이 맞춰지면 시세차익 없이도 임차인이 감당할 수 있는 민간임대주택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질 것"이라며 관련 특별법 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 건설업계 "금융지원도 필수"
다만 업계에서는 종부세 완화만으로 법인형 임대의 사업성을 확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땅값이 높은 서울에서는 종부세 부담이 사라지더라도 임대료 수입만으로 사업비와 금융비용을 감당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리츠·자산운용 업계에서 "세제 혜택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법인형 임대사업자를 별도 정책 대상으로 정의하고 이에 맞는 세제·금융·주택정책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맹그로브 운영사 MGRV의 조강태 대표는 "기업형 장기 임대를 명확하게 정의하고 장기 임대 의무 등 기업이 감수해야 할 의무도 함께 규정해 취득·보유·운영·매각·재투자가 하나의 순환으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영화 기자 / 박재영 기자 / 박소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