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신권 미사용 재계약 5.1억→5.6억
전세 매물 줄며 주거비 부담 가중
올해 7월 계약갱신요구권을 사용하지 않고 서울 아파트 전세 계약을 갱신한 세입자 10명 중 9명은 이전보다 보증금을 올려준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인상액은 4600만원을 넘어섰다. 서울 전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 전세 매물이 줄어든 가운데 학군지 등을 중심으로 재계약 수요가 이어지면서 세입자의 부담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6일 뉴스1 보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전세 갱신계약 4576건 가운데 계약갱신요구권을 사용하지 않은 계약은 2093건으로 전체의 45.7%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이들 계약의 평균 전세 보증금은 5억5904만원으로 2년 전 계약 당시 평균 5억1221만원보다 4683만원(9.1%) 올랐다. 같은 달 갱신요구권을 사용한 전세 재계약의 평균 보증금 인상액 2744만원보다 1900만원가량 많다.
계약갱신요구권은 임차인이 계약 갱신을 요구할 경우 임대료 인상 폭을 5% 이내로 제한하면서 계약 기간을 2년 연장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를 사용하지 않고 임대인과 합의해 재계약하면 5% 상한을 적용받지 않는다.
실제로 갱신요구권을 사용하지 않은 계약 2093건 가운데 보증금이 오른 사례는 1835건으로 87.7%에 달했다. 보증금을 동결한 계약은 234건(11.2%), 낮춘 계약은 24건(1.1%)에 불과했다.
지역별 격차도 컸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평균 보증금 인상액이 가장 큰 곳은 종로구로 1억2203만원에 달했다. 광진구가 8393만원으로 뒤를 이었고 강남구 8069만원, 용산구 8015만원, 송파구 7771만원, 성동구 7695만원 순이었다.
일부 단지에서는 2년 만에 보증금이 수억원씩 뛰었다. 성북구 꿈의숲아이파크 전용면적 84㎡는 2년 전 5억2500만원이던 전세 보증금이 지난 7월 8억2500만원으로 3억원 올랐다. 서초구 래미안 리더스원 전용 114㎡도 보증금이 3억7000만원 상승한 23억5000만원에 갱신 계약이 신고됐다.
반포동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강남 등 학군지 세입자는 자녀의 학교와 학원 문제로 같은 생활권 거주를 희망한다”며 “보증금이 올라가도 기존 주택의 갱신 계약을 우선순위에 둔다”고 말했다.
전세 보증금 상승 배경으로는 서울의 전세 매물 감소가 꼽힌다. 지난해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아파트 매수자는 일정 기간 실거주해야 해 매입한 주택을 전세로 내놓기 어려워졌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달 3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387건으로 지난해 말 2만3263건보다 2876건(12.4%) 감소했다.
매물이 줄어드는 동안 전셋값은 상승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12월보다 7.59% 올라 전국 평균 상승률 3.58%의 두 배를 웃돌았다.
보증금 상승 부담을 월세로 돌리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7월 순수 전세에서 월세가 포함된 계약으로 바뀐 갱신 사례는 366건이었다. 이 가운데 기존 보증금을 유지하면서 월세를 추가한 계약이 248건을 차지했다.
서초구 서초래미안 전용 84㎡의 경우 2년 전 보증금 10억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지만 지난 7월에는 보증금 10억원을 그대로 두고 월세 60만원을 추가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갱신했다.
가을 이사철을 맞아 임차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반면 전세 매물은 단기간에 증가하기 어려워 전셋값 상승과 월세 전환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보증금 인상분을 한꺼번에 마련하기 어려운 세입자들이 보증금 대신 월세를 추가하는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서울 전세 매물은 실거주 의무와 입주 감소에 따라 단기간에 증가하기 어렵다”며 “임차인의 주거비는 전셋값과 월세 전환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