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1개구 상승률 ‘전세>매매가’
외곽은 전세·매매가 동시 상승 부담
서울 절반에 가까운 자치구에서 올해 들어 아파트 전세가격이 매매가격보다 더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권은 세제개편 영향으로 매매가격이 조정을 받는 반면 전세가격은 누계 기준 더 큰 폭으로 올랐고 서울 외곽은 매매와 전세가격이 함께 뜀박질을 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31일까지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11곳에서 전세가격 누적 상승률이 매매가격 상승률을 웃돌았다.
격차가 가장 큰 곳은 송파구였다. 송파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올해 들어 5.63% 올랐지만 전세가격은 8.90% 상승했다. 전세 상승률이 매매보다 3.27%포인트 높았다. 서초구도 매매가격이 2.65% 오르는 동안 전세가격은 5.02% 뛰어 2.37%포인트 차이가 났다. 강남구 역시 매매가격 상승률은 1.43%에 그쳤지만 전세가격은 2.62% 올랐다.
최근 강남3구(강남·서초·송파)는 부동산세 강화를 골자로 한 세제개편 이후 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수억원씩 몸값을 낮춘 매물이 나오며 가격 조정이 본격화하고 있다. 8월 다섯째 주(8월 31일 기준) 강남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한 주 새 0.41%, 서초구는 0.23% 각각 하락했다. 4주 연속 내림세다. 송파구도 0.01% 오르는 데 그쳐 전주보다 상승폭이 크게 줄었다.
전세시장도 이번 주에는 강남구와 서초구 전세가격도 각각 0.13%, 0.10% 내렸지만 올해 누계로 보면 전세가격 상승률은 여전히 매매보다 높다. 특히 대치 은마와 잠실주공5단지 등 대단지 재건축 이주가 본격화하면 전셋값이 다시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비강남권에선 매매와 전세가 동반 상승하고 있다. 노원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올해 들어 9.97% 올라 두 자릿수 상승률에 육박했는데 전세가격은 이보다 높은 11.33% 상승했다. 도봉구도 매매가격이 7.57%, 전세가격이 9.38% 각각 뛰었다. 강북구 역시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각각 8.60%, 9.25% 올랐다.
특히 성북구와 중랑구 등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매매가격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성북구는 한 주 새 0.54%, 중랑구는 0.52%, 노원구는 0.50%, 강북구는 0.45% 각각 올랐다. 서울 전체 아파트 매매가격이 0.2%대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안팎의 상승률이다.
부동산114는 “중저가 지역이 강세를 보이는 근저엔 세제 개편과 공급대책, 금융 정책 등이 자리잡고 있다”며 “1주택자에 대한 거주와 비거주 관점의 세제개편 논의 과정에서 세금 부담이 덜한 ‘덜 똘똘한 한채’에 대한 트렌드 변화가 중저가 지역에 수요 밀집 현상을 불러온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전세가격 역시 비강남권 상승세가 가파르다. 이번 주 성북구와 강북구 전세가격은 각각 0.38%, 노원구와 금천구도 각각 0.37% 올랐다. 서울 전체 전세가격 상승률(0.21%)을 웃도는 수준이다.
강남과 비강남권 아파트값 온도차가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강남권은 급매장이 섰고 비강남권은 팔렸다하면 신고가를 경신하는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어서다.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 전용 111㎡는 최근 58억원에 급매물이 나왔다. 지난달 실거래가 66억5000만원보다 8억5000만원 낮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급매물이 나왔던 지난 4월 실거래가 61억원보다도 3억원 낮은 가격이다.
대치동 미도1차 전용 128㎡ 중고층 매물은 45억원에 나왔다. 내부 수리를 마친 매물인데도 ‘가격 조정 가능’이라는 설명이 붙었다. 같은 면적은 지난 4월 47억원과 49억원에 각각 거래됐다.
반면 지난달 동대문구 래미안클래시티 84㎡는 18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강서구 등촌동아이파크도 84㎡는 지난달 13억7000만원에 손바뀜됐는데 약 두 달전 12억원보다 1억7000만원 뛴 가격이다.
문제는 세입자에게는 어느 쪽도 달갑지 않다는 점이다. 강남권에서는 세제개편을 계기로 집주인이 매도를 서두르거나 직접 들어와 살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세입자의 ‘퇴거 공포’가 커지고 있다. 비강남권에서는 전세 재계약 비용이 불어나는데 집값도 빠르게 오르다보니 매매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전셋값이 오를수록 매매가격과 격차가 줄어 매수 전환 문턱이 낮아진다”며 “높은 전세 보증금에 부담을 느낀 세입자가 매매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