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용산공원 주택공급 대안으로 강남구 탄천물재생센터 일대에 최대 1만3000가구 규모의 주택공급 구상을 제시하면서 개포·일원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사전 협의가 전혀 없었던 일방적인 절차에 대한 성토와 함께 항의 화환 설치마저 경찰에 가로막히는 논란까지 더해지며 갈등이 확산하는 양상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의 잇단 면담에서 용산공원 주택공급의 대안으로 일원동 탄천물재생센터를 이전하고 인근 동부도로사업소 및 세텍(SETEC) 부지 등을 연계해 청년주택과 산업단지를 복합개발하는 구상을 정식 제안했다.
이에 대해 개포·일원지역 주민들은 주택공급 그 자체보다 ‘밀실 발표’에 가까운 절차적 문제를 정조준하고 있다. 오 시장이 서울의 녹지와 시민 삶의 질을 이유로 용산공원 일부 부지 활용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강남권인 탄천 일대에는 1만 가구가 넘는 대규모 개발안을 불쑥 던진 것은 이중잣대라는 지적이다.
주민들은 이미 인근에 구룡마을 개발을 비롯해 통합공공임대, 미리내집, 수서·일원 일대 기존 임대주택 등 상당한 규모의 공공주택이 밀집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교통과 학교, 도로 등 기반시설이 추가로 1만 가구를 감당할 수 있는지 검토조차 되지 않은 상태에서 또다시 주택을 떠안기는 것은 부당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과거 탄천물재생센터 상부 공원화 당시에는 주민 설문조사와 설명회 등을 거쳤던 것과 비교해 지역의 지형을 뒤흔들 대규모 구상을 내놓으면서 주민 의견 수렴 과정을 생략한 행정 행태에 대한 불신도 깊어지고 있다.
주민들의 반발은 서울시청과 여의도 국회 인근으로 보낸 근조화환 시위로 가시화됐다. 그러나 서울시청 주변에서는 경찰이 화환 설치와 배치를 제지하면서 현장 마찰이 빚어졌다.
화환 배송업체들은 현장에서 경찰이 배치를 막고 촬영조차 제지하고 있다고 전했으며 주문자들에게 직접 경찰과 통화할 것을 요구하는 등 난처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주민들은 “통행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의 표현 방식조차 시청 부근에서 가로막는다면 어디에 호소해야 하느냐”며 공권력의 과도한 제지라고 비판하고 있다.
국토부 “이전 부지 선정이 더 난제”…사업 실현 가능성도 도마 위에
이러한 주민 반발과 별개로 정부 역시 탄천물재생센터 이전이라는 현실적 난관을 주시하고 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27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서울시의 제안에 대해 타당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기피·혐오 시설로 꼽히는 재생센터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과정 자체가 쉽지 않음을 지적했다.
김 장관은 전주교도소 이전 사례를 언급하며 “이전을 결정하는 것보다 새로운 부지를 찾는 과정에서 해당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과 난리가 일어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진단했다.
국토부는 용산공원 내 방위사업청 부지, 장교 숙소, 병원 및 옛 미군 학교 부지 등을 활용해 청년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