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찾는 외국인 수가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방한 외국인은 1071만명으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들이 국내에서 쓴 카드 소비액도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어섰다.
늘어난 것은 관광객만이 아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같은 기간 외국인직접투자(FDI) 도착액은 107억3000만달러(약 14조8200억원)로 1년 전보다 42.6% 늘며 역대 최대를 경신했다. 한국을 찾는 발길이 관광을 넘어 비즈니스로 이어지는 중이다.
최근 매일경제가 만난 위니 씨(Winnie Sze) 디이그제큐티브센터(TEC) 서울 지사장은 이런 변화를 최전선에서 지켜보는 인물이다. 1994년 홍콩에서 설립된 TEC는 아시아·태평양과 중동 15개 시장, 38개 도시에서 260개 이상의 센터를 운영하는 프리미엄 유연 업무공간 기업으로 2001년 서울파이낸스센터(SFC)에 한국 첫 센터를 열었다.
씨 지사장은 “아시아 최고 관광지 중 하나로 떠오른 한국이 최근에는 출장지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며 “글로벌 비즈니스 업체 직원들을 만나 보면 직종을 가리지 않고 ‘한국에서 일해 보고 싶다’는 말을 듣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서울에 지사를 내려는 글로벌 기업들은 예상하지 못한 문턱에 부딪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씨 지사장은 “상당수 글로벌 기업은 ESG(환경·책임·투명경영) 정책에 따라 사무 공간에도 세부 기준을 두고 있다”며 “심지어 사무실에서 종이컵 같은 일회용품을 쓰는지, 재활용 체계를 갖췄는지까지 따지는 곳도 있다”고 전했다.
보안 기준은 더 엄격하다. 씨 지사장은 “건물에 보안 게이트가 없으면 절대 입주할 수 없다는 글로벌 정책을 둔 기업도 있다”며 “보안과 피난·안전 항목으로 구성된 본사 체크리스트를 일정 수준 충족하지 못하면 해당 건물은 후보에서 밀려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기준 상당수가 입주 이후에는 보완이 어렵다는 점이다. 씨 지사장은 “ESG 인증은 건축 단계부터 설계에 반영해야 하는 항목이 많다”며 “아직까지 한국 오피스 시장은 임차인을 위한 어메니티 투자에도 인색한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외국계 임차 수요를 잡으려면 국내 오피스 임대인들도 설계 단계에서부터 글로벌 기준에 대응해야 한다는 의미다. 글로벌 업체들이 오피스를 고르는 기준은 입지와 임대료에서 직원 경험으로 옮겨가는 중이다. 그는 “요즘 기업들은 사무실이 지하철역과 연결돼 있는지, 주변에 외국인 직원들이 점심을 먹을 곳이 있는지, 높낮이 조절 책상처럼 직원 건강을 챙길 설비가 있는지까지 따진다”고 말했다.
TEC는 글로벌 기준에 맞춘 보안 시설과 IT 인프라, 서버 코로케이션(미니 데이터 센터)까지 갖춘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씨 지사장은 “‘몸만 오면 된다’는 한국식 표현이 저희 서비스에 딱 맞는다”며 “한국에 처음 오는 기업을 위해 사업자등록부터 세무·법률 전문가 연결까지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서비스에 힘입어 TEC 한국 센터의 다국적기업 고객 비중은 2021년 53%에서 올해 6월 기준 79%까지 높아졌다. 씨 지사장은 “이름을 대면 누구나 아는 포춘 글로벌 500 기업들도 TEC 서울 지사의 고객사”라고 소개했다.
씨 지사장은 2010년 연세대 교환학생으로 처음 서울을 찾았고, 이후 베이커리 카페를 직접 창업해 운영한 경험도 있다. 2014년부터는 한국에서 상업용 부동산과 업무공간 분야 경력을 쌓았다. 그는 “16년 전에 처음 온 서울은 영어도 잘 통하지 않는 도시였지만 지금은 모두의 관심을 받는 도시가 됐다”며 “관광으로 시작된 관심이 비즈니스로 이어지는 흐름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