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열차와 서울의 부동산: 세제개편에 대한 7가지 제언
현 정부 출범 이후 연일 급등하는 부동산 가격과 관련해 정부가 지속적으로 안정화 정책을 내놓았지만 부동산시장은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가 부동산 세제관련 개편안도 내놓았는데 그 세제개편안에 대한 민심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부동산은 개인의 주거뿐 아니라, 노후, 자녀교육, 선거 등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친다. 부동산정책은 생활이자 정치의 영역이다.
나는 정책 당국자의 고충과 충심을 이해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미 많은 제안을 내놓았을 것이기에 내가 밥숟갈 하나 더 얹는다고 해서 달라지는 게 무엇이 있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정책 실패로 또다시 국민 대다수가 좌절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 정책이 지키면 좋을 7가지 원칙을 중심으로 정책 제언을 하고자 한다.
1. 서울과 수도권은 모두가 살고 싶어 하는 곳이다.첫째 한국의 부동산문제는 주로 서울과 경기도의 부동산문제이다. 그런데 서울 및 경기도는 여건만 되면 ‘모두가 살고 싶어하는 곳’이다.
‘모두가 살고 싶어하는 서울 및 경기도’라는 말은 이에 대한 주거수요가 당분간 좀처럼 줄기 어렵다는 말이다. 그리고 정책을 자칫 잘못하면 거의 모든 사람들의 분노를 유발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서울과 경기도는 비유하자면 설국열차이고 강남은 그 열차의 1등칸이다. 모두가 가서 살고 싶은 곳인데, 아무나 갈수 없는 곳, 하지만 언젠가는 그곳으로 가고 싶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 곳이다. 일단 이 사실을 인정하고 시작할 필요가 있다.
서울과 경기도는 전국인구의 50%에 가까운 ‘어마어마한’ 규모의 사람들에게 있어 태어나거나 오랫동안 살아온 일종의 ‘고향’이고 ‘일터’이다. 부동산 가격이나 관련 세금이 올라가거나 내려간다고 이미 살고 있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사람들이 자신의 고향이나 일터를 바로 떠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게다가 서울과 경기도는 주거 및 생활환경도 가히 세계최고 수준이다. 깨끗한 거리, 밤에도 안전한 도시, 저렴하고 질 높은 대중교통, 질 높은 교육시설과 의료시설, 잘 발달한 쇼핑몰들과 배달환경, 지하철역에서 내리면 바로 연결되는 아름다운 산들과 트래킹 코스들, 도심을 가로지르는 아름다운 하천들, 동네 구석구석마다 잘 정비된 시민공원과 산책로. 외국의 대도시들과 달리 서울은 범죄와 마약이 판치는 슬럼도 거의 없다.
최근 K-열풍을 업고 밀물처럼 밀려드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서울과 수도권에 대해 한결같이 찬탄해마지 않는 이유들이다.
1970년대 패티김씨가 열창한 유행가 가사에서처럼 거의 모든 사람들이 “종이 울리네. 꽃이 피네... 아름다운 서울에서, 서울에서 살으렵니다”고 노래 부르는 이유이다. 어디 이뿐인가? 서울에서 집을 사서 자가로 몇 년간 살다보면 매우 고수익율로 자산증식도 시켜준다.
사람들이 서울을 떠나게 만들거나 오지 않게 하려면 서울만큼 아름답고, 살기 좋고, 일자리 많고, 부동산투자수익율도 높은 거점도시를 대안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당장 서울에 필적할 만한 대안도시는 없다.
더욱이 그런 대안도시를 만드는 것은 몇십년이 걸릴지 모른다. 모든 사람이 설국열차에 탑승할 수는 없다. 하지만 대안이 없이 설국열차에서 뛰어내리라고, 혹은 설국열차를 타지 말라고, 다른 열차 기다렸다가 타던지 아니면 눈 속에서 걸어가라고 하면 사람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다.
2. 세제의 목표를 부동산 가격을 낮추는데 맞추지 마라.둘째, 조세정책으로 폭등하는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거나 혹은 이 참에 세수를 증대시키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게 좋겠다. 조세정책은 사람들의 경제활동이 어느 한쪽으로 과도하게 쏠리지 않도록 방지하는 것에 국한 하는 것이 좋다.
부동산 세제 개편은 눈앞의 주택 가격 상승에 대한 대응이 아니라, ‘부동산 세제의 정상화’라는 좀 더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목표를 가지고 하는 것이 좋다는 말이다. 조세정책을 잘못 설계하면 부동산에서 이득을 얻은 사람들뿐 아니라 부동산에서 소외된 사람들도 분노하게 만들 수 있다.
일단 세제의 정책목표가 무엇인가를 분명히 하고 이 정책목표에 부합하도록 가능하면 세제를 단순화하는게 좋다.
개인이 근로, 사업, 주식투자, 부동산투자 중 무엇을 하여 소득을 얻을 것인가는 개인의 선호와 처한 환경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근로소득이 아닌 소득을 통상 ‘불로소득’이라고 부르며 이로부터의 소득은 중과세로 환수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는 잘못된 주장이다.
근로로 얻은 소득은 생산적 소득, 투자로 얻은 소득은 비생산적 소득 혹은 불로소득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경제학적 거가 없다. 문제의 핵심은 근로로 얻은 소득은 수익률이 낮고 세금은 많은 반면 투자로 얻은 소득은 수익률은 높고 세금은 낮다는 데 있다.
따라서 정책의 핵심은 투자로부터 얻은 소득의 순수익율이 근로로부터 얻은 소득의 순수익율보다 훨씬 크게 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지 투자에 대해 도덕적으로 비난하거나 강제로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에 대해서는 40%의 소득세가 매겨지는 반면 금융투자나 부동산투자로부터 얻은 금융소득, 임대소득, 양도소득 등에 대해서는 20%의 소득세가 매겨진다면 당연히 사람들은 근로활동과 사업활동을 기피하고 금융투자나 부동산투자에 몰리게 된다.
한국사회에서 부동산 투자가 사회적 문제가 되었던 것은 바로 이 이유 때문이다. 경제행위간에 차익이 다르면 차익이 많이 나는 쪽으로 사람이 몰리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보유세의 부담은 임대소득세 부담과 균등하도록, 그리고 임대소득세는 근로소득세 및 금융소득세와 가능하면 부담이 균등하도록 설계하는 것이 세제를 정상화하는 길이다.
부동산은 자산이고 자산은 임대소득을 발생시킨다. 예컨대 시중금리가 5%라고 할 때 10억원짜리 부동산으로부터 대략 연간 5000만원의 임대소득이 발생한다. 만일 5000만원의 임대소득에 대한 세율이 10%라면 임대소득세는 500만원이므로 10억원짜리 부동산에 대한 보유세율은 0.5%가 되는 것이 적당하다.
보유세를 많이 올리면 결국은 부동산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는 주장이 있는데 이는 이론적 가능성일 뿐 현실에서 이것이 실현되려면 보유세를 엄청나게 많이 올려야 한다. 강남의 50억원짜리 아파트를 15억원으로 낮추는게 정책목표인가?
그런 것이 가능하기는 할까? 바람직할까? 보유세를 그렇게 엄청나게 많이 올리면 부동산 가격이 안정화되기전에 민란이 나서 정권이 붕괴할 것이다.
3. 실거주 여부를 기준으로 선과 악을 나누지 마라.셋째, ‘실거주 여부’를 조세정책의 기준으로 삼지 말자. 보유세 부담을 임대소득세, 근로소득세, 금융소득세 등 다른 소득세의 부담과 균등하도록 설계하면 다주택자인지 1주택자인지, 실거주하는지 여부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다.
자기 집에 안 산다고 세금으로 벌줄 일도 아니고 자기 집에 산다고 세금으로 상 줄 필요도 없다. 보유자의 실거주 여부를 기준으로 상과 벌을 주다 보면 정작 세금을 내지 않는 실거주자인 세입자만 불안해진다.
집주인이 내보내지는 않을까, 임대료를 올리지는 않을까 불안하다. 이는 마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에 대해 주주총회에 열심히 참여하여 기업의 경영활동에 참여하는가 여부에 따라 주식의 ‘실소유자’와 ‘투기적 보유자’로 나눈후 조세정책을 달리하여 상벌을 주자는 것과 비슷하다.
1주택자나 실거주자는 선이고 다주택자나 비거주자는 악’이라는 요상한 구분을 하는 순간 정책은 꼬이게 된다.
톨스토이는 소설 안나 카레니나에서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의 이유로 불행하다”고 하였다. 마찬가지로 “실거주자는 서로 엇비슷한 이유로 실거주하지만 비거주자는 제각각의 이유로 비거주한다”는 점을 인정하자.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시기 위해, 직장의 위치 때문에, 자녀 교육 때문에, 일단 있는 적은 돈으로 조그마한 집이라도 사두려는 투자동기에서, 사람들은 제각각의 이유로 보유는 하되 거주하지 않을 수 있다.
이 많은 제각각의 이유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단순한 조세정책은 없다. 세제에 예외를 너무 많이 만들면 그 예외들 간에 비효율과 불공정이 생기기 마련이다.
4. 양도소득은 수년에 걸친 양도차익의 합계이다. 한번에 과세하지 마라.넷째, 양도소득세를 거래세라고 부르면서 거래세율을 낮춰야 매물잠김을 막을수 있다는 주장이 있는데 양도소득세는 거래세가 아니라 부동산투자로부터 얻은 수익(양도차익) 에 대한 소득세이다.
따라서 양도소득세가 여타의 다른 소득세와 비슷한 수준인지를 따지지 않고 무조건 낮추는 것은 바람직한 정책이 아니다. 양도소득세를 다른 소득세의 수준에 비해 너무 낮추면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투자수익을 기대하고 부동산투자로 쏠리게 된다.
양도소득세 과세의 정상화과정에서 고쳐야 하는 것은 수년간에 걸쳐 발생한 연도별 양도차익의 누적합계에 대해 한꺼번에 과세하는 문제이다.
예컨대 2017년에 1억에 산 부동산이 2026년에 10억이 되었다면 이때 발생한 9억의 양도차익은 9년간 발생한 연도별양도차익의 합이다.
따라서 이 9억에 대해서는 각 연도별로 발생한 양도소득분에 대해 따로따로 소득세를 매긴후 이를 합산하여 최종 양도소득세를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만일 9억원 전체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매기고 이를 한 번에 납부하도록 강제하면 양도소득세의 누진세 구조로 인해 결정세액이 과다할 뿐 아니라,
9년치 세금을 한꺼번에 납부하는 꼴이 되어 세부담이 지나치게 과중하게 된다.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과도한 세부담이 매물잠김의 원인이다.
하나의 해결방법은 9년에 걸친 연분연등법을 적용해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부동산을 판매한 시점에 발생한 양도차익 전체(9억)를 1억씩 균등하게 나눈 후 이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계산하고 이를 미래의 9년간 납부하도록 한다.
9억원의 9년간 평균액(1억원)을 기준으로 연간 양도소득세를 매긴후 이를 9년에 걸쳐 납부하도록 하는 것도 동일한 방법이다. 만일 9년이 도래하기 전에 납세자가 사망하는 경우는 상속인이 양도소득세 미납분을 납부한 후 상속을 받도록 하면 된다.
5. 전세시장에 존재하는 두가지 왜곡부터 해소하자.다섯째 전세제도를 강제로 퇴출시키려 하지 말고 전세시장에 존재하는 왜곡을 먼저 없애자. 우리나라에서 주거를 위한 사금융수단으로 오랫동안 사용돼 온 전세제도는 많은 긍적적인 효과와 함께 부정적인 효과를 동시에 안고 있다.
부동산 가격상승기에는 레버리지 투자의 수단으로 사용되고 부동산 가격 하락시기에는 깡통전세의 문제나 전세사기의 문제를 유발한다는 것이 자주 지적되어 왔다. 이러한 문제를 인식한 정부는 전세제도를 가능하면 소멸시키려 하지만 이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
경제이론상으로 연이자율이 5%라고 할때 전세보증금 5억원을 집주인에게 2년간 맡기는 것과 매년 2500만원의 임대료 (즉 약 208만원의 월세)를 2년간 집주인에게 내는 것은 동일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거액의 전세보증금을 맡기는 계약이 월세를 주기적으로 납부하는 계약보다 선호되는 이유가 존재한다. 첫째 이유는 전세대출제도이다. 전세대출제도는 시중금리보다 현저하게 낮은 금리로 전세보증금을 대출해 주는 제도이다.
예컨대 2.5%의 금리로 5억원을 빌려주면 임차인은 금리부담이 적으니 당연히 이를 선호한다.
두 번째 이유는 시중금리보다 높은 전월세전환율이다. 예컨대 임차인이 보증금이 2억밖에 없어 나머지 3억원에 해당하는 부분을 월세로 내고자 하고, 만일 전월세 전환율이 시중금리보다 높은 6%라면 임차인은 매년 1800만원의 임대료를 내야 한다.
이는 5%였을때의 임대료 1500만원보다 높다. 이 두 가지 이유로 인해 임대인뿐 아니라 임차인도 거액의 전세보증금을 맡기는 계약을 반전세나 월세계약보다 선호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왜곡을 먼저 바로잡자. 이 두가지 문제가 해소되면 임대인과 임차인이 자신들의 형편과 사정에 따라 전액 전세보증금으로 할지 반전세로 할지를 결정할 것이다.
첫째 꼭 필요한 주거빈곤층을 제외하고는 전세대출금에 지나치게 낮은 저금리를 적용하지 말자. 혹은 저리로 빌려주는 전세대출금에 상한을 적용하는 방법을 고려해도 된다.
예컨대 현재 공공임대의 한 형태인 전세임대에서 적용하는 전세보증금 지원액의 한도상한액과 맞춰볼 수 있다.
둘째 전월세 전환율을 시중 대출금리의 평균으로 설정한다. 두가지 왜곡이 해소되면 월세를 주기적으로 내는 계약이 특별히 불리할 이유가 없어진다.
저금리로 제공되는 최소한을 제외한 나머지 대출은 모두 시중금리로 대출할 수밖에 없고, 전월세전환율 또한 시중금리와 동일하기 때문이다.
굳이 전세보증금 대출규제를 엄격하게 할 필요도 없다. 전세보증금 5억원을 시중금리로 대출받아 집주인에게 2년간 맡기는 계약을 할것인지, 아니면 매년 2500만원의 임대료를 2년간 집주인에게 낼것인지는 임차인이 자신의 상황에 맞게 알아서 결정할 것이다.
6. 부동산세제의 국제비교는 세제개편의 기준이 되기에는 부적절하다.여섯째, 부동산 관련 논쟁에서 종종 우리나라의 보유세나 양도소득세가 다른나라에 비해 낮은지 높은지가 논쟁이 되곤 하지만 정책수립과정에서 다른 나라와의 비교는 잊어버리는 게 좋겠다.
일단 세금의 수준을 국가간 비교하는 것은 여러 가지 기술적 어려움을 초래하기 때문에 공정한 비교를 하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어떤 수준이 적당한 수준인지에 대해서도 말하기 어렵다.
보유세나 양도소득세의 높고 낮음은 나라마다 다른 환경과 상황에 따라 결정되는 것일뿐 외국과 비교하여 보유세나 양도소득세를 높여야 하는지 낮춰야 하는지를 논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
정책당국자가 중요하게 보아야 할 것은 보유세나 양도소득세가 그에 대응하는 우리나라의 임대소득세, 근로소득세, 금융소득세 등과 동등한지 여부이지 우리나라의 세금이 다른나라의 세금보다 높은지 낮은지가 아니다.
7.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려면 공급 확대와 대안도시 건설 외에는 답이 없다.일곱째, 부동산 가격안정을 둘러싸고 항상 수요억제가 우선이냐 아니면 공급확대가 우선이냐를 둘러싼 논쟁이 있어 왔지만 거의 모든 사람이 서울에서 살고 싶어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이러한 논쟁은 공허하다.
일단 ‘아름답고 살고 싶은 서울’에 대한 주거수요가 항구적으로 있기 때문에 공급확대는 필수적이다. 물론 공급확대가 부동산가격을 자동으로 낮춘다는 보장은 없다. 공급확대가 추가수요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질 좋은 주거지의 공급을 늘리면 부대시설도 늘고 인근환경도 개선되어 서울은 사람들이 ‘더 살고 싶어하는 곳’이 될 것이다. 결국 서울과 수도권에 공급을 확대하는 것은 필수이지만 이와 동시에 서울만큼 많은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제2, 제3의 대안도시를 만드는 방법이 최선이다.
딜레마는 대안도시의 건설이나 공급의 확대에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점이다. 반면 정치권과 국민들은 빠른 처방을 요구한다. 모듈식 공법이던 조립식 공법이던 건설기간을 가장 짧게 해서라도 일단 공공임대주택을 가능하면 많이 그리고 빨리 짓는 수 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이우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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