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진단
공공택지 착공 기간 앞당기고
정비사업 금융지원 크게 늘어
재초환·용적률 등 규제 여전
사업성 높여야 서울공급 속도
서울·수도권 추가 택지지정
교통여건 개선 등 동반돼야정부가 13일 발표한 주택 공급 대책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공공택지 착공 시기를 앞당기고 정비사업 금융 지원을 늘리는 등 공급 속도를 높이려 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서울 주택 공급의 핵심인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더 과감하게 풀지 않은 점은 아쉽다는 지적이 많았다. 정부가 향후 공개할 추가 택지가 어느 지역에 조성될지도 중요한 변수로 꼽혔다.
◆ 공급대책 속도전 의지
전문가들이 가장 긍정적으로 본 부분은 공공택지 공급 절차 단축이다. 정부는 신규 공공택지의 후보지 발표부터 착공까지 걸리는 기간을 최단 37개월로 줄이기로 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기본조사와 감정평가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은 정부가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인 만큼 실제 기간을 줄일 수 있다"며 "세부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한 점은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다만 '37개월 내 착공'이 계획대로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 교수는 "토지 보상과 수용재결을 거쳐 이주와 철거까지 6개월 안에 끝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최대한 사업 기간을 줄이겠다는 정부의 의지로 보는 게 맞다"고 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도 "토지 보상은 정부가 의지만 갖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적절한 보상 수준을 제시하고 주민 협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난관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민간 공급 활성화의 필요성을 정책에 반영한 것도 이번 대책의 특징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수도권에서 공급의 큰 축을 담당하는 민간 부문의 활성화도 중요하다는 것을 정부가 인식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토론회에서 제기됐던 정비사업 이주비 대출과 잔금대출 완화 등의 요청도 반영됐다"며 "비교적 빠른 시일 내 공급할 수 있는 비아파트 규제 완화도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했다.
◆ 정비사업 지원 늘렸지만 규제 남아
서울에서 공급을 늘리려면 민간 정비사업 규제를 더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정비사업의 가장 근본적인 걸림돌인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에 대한 전향적인 개선이 없다"고 지적했다. 고 교수도 "강북은 용적률을 높이지 않으면 분담금 때문에 재건축을 추진하기 어려운 단지가 많다"며 "재초환과 용적률 등 사업성을 높일 수 있는 추가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비업계에서는 이번 대책의 효과가 사업이 상당 부분 진행된 사업지에 집중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백준 J&K도시정비 대표는 "금융·세제 지원 가운데 1년 연장이나 2028년까지 등 시한을 둔 조치가 많아 단기적인 처방으로 보인다"며 "사업시행인가를 받았거나 착공을 앞둔 사업장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이제 정비사업을 시작하는 곳에는 현실적인 지원책이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대책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갈증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이주비 대출 개선책을 두고도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 교수는 "종후자산 기준을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대출 한도에 묶이면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백 대표는 "종후자산 가치를 높이면 결국 사업비와 일반분양가가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며 "정비사업 이주비에 적용하는 LTV를 직접 완화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가계대출 총량 관리 방식 변경은 실수요자의 자금 조달에 일부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주비와 중도금·잔금대출을 총량 관리에서 별도로 관리하는 것 자체는 의미가 있다"면서도 "DSR과 전세대출 규제가 함께 강화돼 현금이나 기존 자산이 부족한 가구는 자금 조달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서울 집값을 안정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전망했다. 김 소장은 "당장 집을 사거나 전월세를 구해야 하는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없다"며 "입주 물량과 전월세 공급 부족에 대한 답이 부족한 만큼 매매와 전월세의 상승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공급 속도 제고와 세제 개편 영향이 맞물리면서 서울 핵심지 매수세는 당분간 숨고르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서울 등 7.3만+α 추가 택지 주목
이 때문에 정부가 연내 추가 공개할 7만3000가구+α 규모의 신규 택지가 더욱 중요해졌다. 고 교수는 "정부가 공개한 남양주와 서울 강서 등은 최고 선호 지역에서는 다소 비껴가 있지만 저렴한 가격에 미니신도시급 공급이 이뤄진다면 청년 실수요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신규 택지의 효과를 높이려면 교통 여건도 함께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양주에 2만가구 넘는 주택을 공급하는 데다 주변 개발까지 맞물리면 교통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경의중앙선 운행 간격이 길고 왕숙2지구와 양정역세권 개발까지 더해지면 도로 교통 부담도 커질 수 있다"며 "철도와 도로 교통을 함께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박 위원은 "서울 등을 포함해 아직 발표하지 않은 7만3000여 가구 공급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며 "무주택 서민들이 공급 불안이 해소된다고 느낄 수 있도록 속도감 있게 개발하고, 진행 과정도 수시로 공개해 공급 확대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영신 기자 / 박재영 기자 / 공준호 기자 / 권선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