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공급 지원 총력
재건축·재개발 '문턱' 확 낮춰
정비사업 일정 당기면 稅혜택
기부채납부담 최대 4%P 줄여
공급의 한 축 민간에 적극구애
금융지원 21조 이상 대폭 확대정부가 민간 재개발·재건축 규제까지 풀어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공공 공급만으로는 수도권 주택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보고, 정비사업 초기 동의율부터 공사비 분쟁, 세제·기부채납, 이주비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까지 사업 전 단계의 걸림돌을 낮추기로 했다. 부동산과 금융의 절연을 강조해온 기존 기조에서도 한발 물러서 주택 공급자에 대한 금융지원은 대폭 강화한다.
국토교통부는 13일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도심 민간 정비사업 23만4000가구의 정상 착공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재개발·재건축 착공 규모를 연간 2만2000가구 이상으로 높이고, 도심복합·소규모 정비사업 8000가구를 더해 서울 도심에서 연 3만가구 수준의 착공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대책은 공급의 두 축인 공공과 민간 모두에서 사업 속도를 높이는 방안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이전 대책과 차이가 있다. 지난해 9·7 대책과 올해 1·29 대책이 공공 주도 공급에 무게를 뒀다면 이번에는 민간 재개발·재건축까지 '공급 속도전'에 끌어들였다.
◆ 재개발 단계마다 '시간 단축'
우선 정비사업 초기 단계의 걸림돌로 꼽히던 조합 설립 동의율 기준을 완화한다. 민간 재개발은 토지등소유자의 동의율을 현행 75%에서 70%로 낮춰 재건축과 같은 수준으로 맞춘다. 공공재개발·재건축의 사업시행자 지정 동의율도 67%에서 60%로 낮춘다.
사업 중반의 시간도 줄인다. 시공사 선정 입찰에 한 곳만 응찰했을 경우 불필요한 재입찰 절차를 축소한다. 공사비를 둘러싼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 등으로 사업이 장기간 멈추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분쟁 중재에도 직접 나선다. 국토부에 공사비와 관리처분계획 관련 분쟁을 조정하는 중재위원회를 설치하고 중재 결과에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부여한다.
착공을 앞당기는 정비사업에는 세제 인센티브도 준다. 재개발 사업시행자가 현금청산자로부터 내년까지 매입하는 주택은 취득세를 면제한다. 2028년 매입분은 취득세의 75%를 감면한다. 다만 대책 발표일 이후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고 주택 취득일로부터 2년 이내 착공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사업성 저해 요인으로 꼽혀온 기부채납 부담도 낮춘다. 수도권에서 내년까지 사업계획 승인을 받는 사업장은 기부채납 부담을 현행보다 4%포인트 낮추고, 2028년 승인 사업장은 2%포인트 감면한다.
사업계획 승인 후 1년 이내 착공해야 혜택이 적용된다. 전체 가구의 3분의 2 이상을 전용면적 60㎡ 이하로 지어 공급 물량을 늘리는 사업장은 공원·녹지 기부채납 기준도 가구당 3㎡에서 2㎡로 완화한다.
◆ 공급자 금융지원 총 48조 풀어
정부는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금융 규제 기조도 일부 수정한다. 가계대출 등 수요자 금융은 관리하되, 실제 주택을 짓는 공급자 금융에는 자금을 더 공급하는 방식이다. 주택 공급을 위한 금융지원 규모를 현재 26조3000억원에서 47조8000억원으로 21조5000억원 확대한다.
사업 초기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해 브리지론 단계에서 저금리 자금을 지원하는 앵커리츠도 확대한다. 기존 앵커리츠는 주택사업 비중을 70% 이상으로 높여 운용하고, 내년에는 4000억원 규모의 주택사업 전용 앵커리츠를 새로 조성한다. 토지 확보 이후 본PF로 넘어가지 못하고 사업이 좌초되는 것을 줄이기 위해서다.
정비사업 막바지의 대표적인 걸림돌인 이주비 대출 규제도 완화한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산정할 때 기존 주택인 종전자산과 정비사업 이후 새로 지어질 종후자산의 평가액 가운데 더 높은 금액을 기준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해 이주비 대출 한도를 늘린다.
일반 주택 공급을 위한 대출 문턱도 낮춘다. 일반 주택 신축을 위해 멸실 예정 주택을 매입하거나 임대사업자가 신축 일반 주택을 살 경우 LTV 한도를 기존 0%에서 규제지역 30%, 비규제지역 60%로 높인다. 등록 임대사업자가 주택을 매입할 때는 규제지역 여부와 관계없이 LTV 60%를 적용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비아파트와 임대주택 등 민간 공급 생태계를 복원한다는 구상이다.
정상 사업장에 대한 PF 공적보증도 크게 늘린다. 연평균 보증 규모를 28조7000억원으로 확대해 직전 3개년 평균의 2.2배 수준으로 높인다. 특히 착공 예정 물량이 가장 적은 내년에는 33조원을 집중 공급한다. 서울 사업장은 토지비 보증뿐 아니라 공사비의 최대 80%까지 보증 한도를 확대한다.
조기 착공 사업장에는 금융비용도 깎아준다. 내년 말까지 PF 보증료를 30% 인하하고, 보증 승인 이후 3개월 이내 착공하면 추가로 10%포인트를 감면한다. 금융지원의 조건을 '착공 시점'과 직접 연계해 사업을 서두르도록 유도하는 구조다.
공급을 제약할 수 있는 금융 건전성 규제의 시행 시기도 늦춘다. 주거사업장 PF 시행사의 자기자본비율을 매년 5%씩 높여 최대 20%까지 적용하도록 한 규제는 당초 내년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2029년으로 2년간 유예한다.
[이용안 기자 / 김혜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