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13일 부동산 공급·금융 대책을 발표한 가운데 서울 주택 공급 방식을 놓고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면충돌했다.
오 시장이 정부를 향해 “세금과 실거주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말고 충분하고 지속적인 공급 확대로 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고 요구했고, 김 의원은 오 시장의 이런 반응을 예상한 듯 김 의원은 “규제를 더 풀어달라고 요구하기 전에 서울시가 이미 지정한 정비사업부터 착공으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고 맞받았다.
오 시장은 이날 오후 자신의 SNS 계정에 8·13 대책에 대해 “재개발·재건축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서울시가 지속적으로 정부에 요청해 온 사항들이 일부 반영된 것은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고 발표하는 과정에서 서울시와 충분한 사전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며 “깊은 유감”을 표했다.
그는 “주택공급과 정비사업의 상당 부분을 실제 현장에서 집행하는 서울시가 정책 결정 과정에서 사실상 배제된 채 일방적으로 결과를 전달받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향후 정부와 서울시 간 긴밀한 정책 공조를 요구했다.
특히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강조했다. 오 시장은 ”이번 대책에 서울시가 요구한 일부 규제 개선이 반영됐지만,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완화와 민간 정비사업 용적률 규제 완화, 재개발 임대주택 비율 완화 등 현장에서 요구해 온 핵심 사항들은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조치로 정비사업 현장의 숨통이 일부 트일 수는 있지만 현장의 어려움은 완전히 해소될 수 없다”며 “현장의 사업성을 실질적으로 높이고 사업 기간을 단축할 수 있을 정도의 과감한 규제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제개편안과 실거주 규제에 대해서는 보다 강한 표현을 썼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발표된 세제개편안을 비롯해 정부의 부동산 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실거주에 지나치게 집착한 정책으로 사실상 국민의 거주이전의 자유까지 제약하는 상황이 더 이상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문제가 생길 때마다 예외 조항을 덧붙이는 식의 누더기 처방으로는 시장의 혼란만 키울 뿐”이라며 “실거주 집착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는 것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임대차 시장의 불안과 전·월세 대란을 해소하는 첫걸음”이라고 진단했다.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서도 신중론을 폈다. 오 시장은 “녹지 훼손은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며 이미 추진 중인 정비사업을 통한 공급 확대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8·13 대책에 대한 이런 지적을 미리 예상이라도 한 듯 김영배 의원은 1시간 전쯤 오 시장을 향해 직격을 날렸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서울시의회에서 서울지역 국회의원·시의원들과 현안 간담회를 가진 뒤 “주택 공급은 속도·체감·균형 세 박자가 맞아야 한다”며 “정부와 서울시의 협력이 가장 중요한 상황에서 오세훈 시장이 정부정책에 어깃장을 놓으며 자기정치 할 때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이 문제 삼은 것은 오 시장이 요구한 추가적인 규제 완화보다 서울시가 이미 지정한 정비사업의 실제 진행 속도다.
그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상당한 인허가 권한은 서울시와 자치구에 있다”며 “정부를 향해 규제를 더 풀어달라고 요구하는 데 몰두할 것이 아니라, 이미 구역 지정된 사업을 얼마나 빠르게 실제 착공으로 이어가고 있느냐를 먼저 살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오 시장이 2021년부터 진행해온 신속통합기획과 모아타운을 정조준했다.
김 의원은 ”오 시장이 신통기획과 모아타운을 앞세워 수많은 구역을 지정해왔다“면서도 “첫 삽을 떠야 공급”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서울시가 136곳의 모아타운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제 착공 사례로 내세우는 곳은 강북구 번동 1호 사업뿐”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과거 뉴타운 광풍에서도 구역 지정과 장밋빛 공급 숫자가 앞섰지만 실제 사업은 오랜 시간을 끌었다”며 “이름만 바뀐 채 구역부터 잔뜩 지정하고 그 숫자를 정치적 성과로 내세우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며 구역지정이 아닌 착공에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