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집이 없지, 자존심이 없나요?”
“대출 막아놓고 폐버스에서 살라니 믿기지가 않네요”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안한 ‘버스 하우스’ 안을 두고 2030세대 사이 분노가 거세다. 네덜란드가 주택 문제 해결을 위해 운하 주변에 활용 중인 ‘보트 하우스’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황 의원의 설명과 달리 젊은 층에서는 허탈함과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9일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황 의원이 버스 하우스를 제안한 이후 이를 풍자하는 밈들이 쏟아지고 있다.
앞서 황 의원은 황 의원은 폐기되는 버스를 주거 공간으로 리모델링해 대학가 청년들에게 단기 주거시설로 제공하자는 ‘버스 하우스’ 구상을 제안했다.
네덜란드에서는 폐선박이나 중고 선박을 주택으로 활용하는 것처럼 폐버스도 주거시설로 바꿀 수 있다는 논리였다. 리모델링 비용을 대당 5000만원 정도로 잡으면 1만 세대를 약 5000억원에 마련할 수 있고, 대학가나 지하철역 주변에 배치해 이동성과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같은 주거 제안을 놓고 청년층은 조롱과 풍자의 밈 등을 통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자신을 서울 반포에 산다고 소개해놓고 온라인 게시물을 클릭해보면 고급 아파트 대신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 줄지어선 폐버스가 보이는 식이다.
버스 앞에는 ‘버스 하우스 01’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황 의원이 제안한 ‘버스 하우스’를 비꼬아 만든 인공지능(AI) 이미지다.
낡은 버스를 아파트처럼 층층이 쌓아 올려 놓고 ‘청년 행복주택’, 관리소장은 ‘황희’라고 적은 이미지도 나왔다. 고급 아파트 단지 이름을 본 따 ‘더퍼스트무빙캐슬’ 등의 단지명을 붙이고 ‘버스를 새로운 집으로, 청년의 내일로’ 등의 풍자성 문구도 볼 수 있다.
‘폐버스 청년주택 가상 브이로그’ 역시 눈길을 끈다. AI를 활용해 만든 풍자성 영상 속 폐버스 청년주택 6개월차 주민은 ‘살아보니 어떠하냐’는 질문에 “여름에는 찜질방 되고 겨울에는 냉동고 된다”고 답했다.
또 곰팡이가 피어있고 철제식 2층 침대가 들어가있는 주택 내부를 두고는 “세대당 딱 5000만원 쓴 느낌 맞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 박충권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7일 논평에서 “이것이 정녕 나라의 미래인 청년에 대한 대책인가. 황 의원 본인과 가족들부터 당장 ‘버스 하우스 1호 입주자’로 들어가는 모범을 보이라”고 밝혔다.
이어 “황 의원은 청년들 가슴에 못을 박은 이번 망언을 즉각 철회하고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라”면서 “어떤 경위로 이런 기괴한 발상이 여당 중진 입에서 나오게 됐는지 배경을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고 해명을 촉구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폐버스 청년 주택’ 같은 걸 정책이라고 내놓는 정권”이라고 꼬집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SNS를 통해 “트레일러 주거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차량 거주는 주거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노숙 통계에 잡힌다”면서 “움직이지 않는 농막에도 연결하기 어려운 상하수도를 움직이는 차 1만 대에 어떻게 연결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황 의원의 지역구인 양천갑에서는 목동 14개 단지가 모두 재건축 궤도에 올라 있다. 지역구엔 고급 주거단지와 토지거래허가제 해제를 약속하신 분, 청년에겐 버스”라며 “민주당에 공급 대책이 없다는 정직하고 쓸쓸한 자백”이라고 덧붙였다.
버스 하우스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황 의원은 “청년분들이 불쾌감을 느낀다고 한다. 버스 하우스 개념은 순수한 아이디어 차원”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