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그린벨트 풀어 서울 2만가구 공급 추진
6월 광역도시계획 지침 개정
공공주택 공급땐 규제 예외
국토부 주도 지구지정·해제
서울시장 동의 없이도 가능
MB 보금자리 모델로 속도전
매매수요 흡수 효과 있지만
빠른 주택공급은 어려울듯정부가 서울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GB)을 풀어 최대 2만가구를 추가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지난 6월 이미 국가 공공주택지구를 그린벨트 해제 가능 총량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질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번에도 국토교통부가 직접 공공주택지구를 지정해 지구 지정과 개발계획, 그린벨트 해제를 한 틀에서 추진하는 방식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과거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공급 방식과 유사한 모델이다.
◆ 공공주택지구는 GB 총량 예외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국토부는 이번 공급 대책에서 검토하는 그린벨트 물량에 공공주택특별법상 공공주택지구 지정 방식을 활용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주택사업자가 지구 지정을 제안하면 국토부 장관이 직접 지구 지정 절차를 주도하고, 이후 지구계획 승인 과정에서 그린벨트 해제까지 함께 처리할 수 있다.
정부는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문턱도 지난 6월 낮춰놨다. 국토부는 6월 9일 광역도시계획수립지침을 개정해 국가가 서민주택 공급 등을 위해 추진하는 공공주택지구 사업은 국무회의 심의 등을 거쳐 그린벨트 해제 면적을 기존 해제 가능 총량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했다. 특례는 5년간 한시 적용된다. 그린벨트 해제 가능 총량은 각 광역도시권이 풀 수 있도록 미리 정해둔 물량이다. 국가공공주택지구에 총량 예외를 적용하면 서울에 배정된 기존 총량을 차감하지 않고도 추가 그린벨트 해제가 가능해진다.
◆ 국토부가 지구 지정
공공주택지구 방식은 공급 속도를 중앙정부가 직접 관리하기에도 유리하다. 현행 공공주택특별법상 국토부 장관은 LH 등 공공주택사업자의 제안을 받아 필요한 지역을 직접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친다.
이후 사업자가 토지 이용과 주택 수용계획 등을 담은 지구계획을 마련해 국토부 장관의 승인을 받으면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위한 도시·군관리계획이 이뤄진 것으로 본다. 그린벨트 해제와 택지 개발 절차를 따로 밟지 않고 한 사업 안에서 통합·병행할 수 있는 것이다.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와 협의를 거쳐야 하지만 서울시장의 별도 동의를 받아야 하는 구조는 아니다. 협의 기간도 원칙적으로 20일로 한 차례 연장할 수 있다. 서울시가 반대 의견을 내더라도 그 자체로 지구 지정 절차가 중단되지는 않는다. 서울시 의견은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서 고려되지만 최종 지구 지정과 지구계획 승인 권한은 국토부 장관에게 있다.
정부가 이번에도 공공주택지구 방식에 6월 신설한 총량 예외까지 결합한다면 그린벨트를 활용한 공급에서 중앙정부의 통제력은 한층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사업 방식은 지난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과 유사하다.
당시 정부는 보전가치가 낮은 그린벨트를 공공이 직접 개발하고 각종 인허가 절차를 묶어 사업 기간을 단축했다. 정부 주도 아래 2009년과 2012년 서울에서 약 5㎢의 그린벨트가 해제돼 4만1000여 가구가 공급됐다. 당시에도 중앙정부가 공공주택 공급을 주도하면서 지자체와 지역주민 반발이 이어졌지만 정부는 공급 필요성을 앞세워 사업을 추진했다.
국토부는 올해 1·29 공급 대책으로 발표된 개발제한구역 해제 절차에 돌입했다. 최근 중앙도시계획위원회는 당시 대책 때 거론된 대상지를 그린벨트 해제 총량에서 제외하는 안건을 심의했다. 노원구 태릉CC를 포함해 과천 경마장·방첩사령부 일대, 성남시 수정지구 일대 등이 포함됐다.
◆ 수서차량기지 등 거론
이번 후보군으로는 서초구 내곡동 예비군훈련장 일대와 강남구 세곡·자곡동 잔여 그린벨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 인근, 수서차량기지 인근 등이 거론된다. 공급 목표를 높게 잡은 만큼 소규모 그린벨트 해제보다 복수의 대규모 용지를 묶는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그린벨트 해제가 체감할 수 있는 공급 효과를 낼 수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된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그린벨트를 통한 주택 공급은 발표부터 입주까지 10년은 소요된다"며 "시급한 수도권 공급 부족을 해소하는 정책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의 용적률을 키워 공급을 늘리고 매매 수요를 청약 수요로 전환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조만간 나올 대책에서 물량뿐 아니라 기존에 공급이 추진됐지만 여전히 표류 중인 용지가 실제 착공으로 이어질 수 있게 하는 방안 마련에도 공들이는 분위기다. 국토부 관계자는 "과거 정부 때 발표한 뒤 하려다 안 된 것까지 다 포함해 어떤 것도 제외하지 않고 총망라해 보고 있다"고 전했다.
[박소은 기자 / 진영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