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표용지·뚝섬 대형 개발 러시
준공업 규제완화로 성장 가속
30대 인기주거지로 부상하며
강남·홍대 상권 경쟁력 넘어서"일하고 살고 소비하는 기능이 결합된 '도시 실험실'로 진화하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기업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최근 상권 분석 보고서에서 서울 성수동을 이렇게 평가했다. 공장과 창고가 밀집했던 준공업지역이 젊은 층이 몰리는 '힙한 상권'으로 뜬 데 이어 고급 주거와 오피스가 들어서면서 '직주락' 복합도시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5년까지 성동구 아파트 매매에서 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41.8%로 집계됐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30대 매입 비중이 가장 높다. 젊은 직장인의 주거 선호도가 그만큼 높다는 얘기다.
상권도 급성장했다. 연무장길을 중심으로 외국인 관광객뿐 아니라 내국인 방문객, 거주민이 늘면서 하루 평균 유동인구가 23만~28만명에 달한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성수동 상가 공실률은 3.7%로 강남(13.6%), 홍대(10.4%), 명동(5.6%)보다 낮았다.
◆ 대형 복합개발 줄줄이 추진
주거와 상업 수요가 커진 가운데 대형 개발 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옛 삼표레미콘 용지다. 서울숲과 맞닿은 이곳에는 오피스와 주거, 호텔 등을 갖춘 대규모 복합시설이 2032년 들어설 예정이다. 인근에선 부영그룹이 뚝섬 복합단지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호텔과 레지던스, 공연장 등을 조성한다.
기업 사옥과 대형 오피스도 잇따라 들어선다. '그랜드 성수'가 올 하반기 준공될 예정이고, 크래프톤은 2028년 업무·문화 기능을 갖춘 신사옥을 완공할 계획이다. 무신사도 같은 해 오피스와 리테일 시설을 갖춘 '무신사 캠퍼스 E4'를 선보인다. HL그룹 신사옥은 2029년 준공될 예정이다.
한강변에서는 성수전략정비구역 1~4지구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다. 총 9428가구 규모로, 최고 높이 250m의 초고층 주거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현재 추진 중인 사업들은 성수동이 세계적인 관광·비즈니스 거점으로 도약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서울시 준공업 규제 꾸준히 풀어
이런 성수동의 변신에는 서울시의 준공업지역 규제 완화도 주효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인 2008년 서울시는 공장 비율에 따라 개발을 제한하던 준공업지역 관리 방식을 지구단위계획 등을 통해 산업 공간을 일정 부분 확보하면 주거 등 다른 기능을 넣을 수 있도록 바꿨다.
2010년엔 성수동2가 일대 약 54만㎡를 '성수 IT 산업개발진흥지구'로 지정해 정보기술(IT)과 연구개발(R&D) 기업 유치 기반을 마련했다. 그 결과 대형 오피스인 '팩토리얼 성수'가 들어섰고, 무신사·크래프톤 등 IT 기업과 디올 같은 글로벌 브랜드가 성수에 사옥과 플래그십 매장을 열었다.
작년 3월 서울시는 준공업지역 공동주택 상한용적률을 250%에서 최대 400%로 올렸고, 산업·주거 복합개발의 면적 제한도 없앴다. 올해는 성수 IT 산업개발진흥지구를 성수 준공업지역 전역인 205만㎡로 약 4배 확대하고 패션·디자인 등 문화콘텐츠 산업을 권장 업종에 추가했다. 이들 업종을 도입하면 용적률과 높이를 최대 1.2배 완화하고, 공공기여에 따라 용적률을 최대 800%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산업 기능을 키우면서 주거·문화시설을 함께 갖춰야 준공업지역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며 "성수가 대표 사례"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성수동이 고용 중심지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성수는 분당과 강남권에 사는 젊은 고급 인력이 수인분당선 등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할 수 있는 입지적 강점이 있다"며 "그동안 강북의 인력과 기능이 강남으로 빠져나갔다면 성수는 반대로 강남의 젊은 인력을 흡수하는 강북의 중심지로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임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