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강북 시장반응 엇갈려
"증여해도 자식이 稅 못낼 것"
현금청산후 강북 매수 움직임
텐즈힐 84㎡ 보유세 4.4%↑
한강벨트선 호가 올린 매물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두 채를 보유한 60대 A씨는 최근 장남 결혼을 앞두고 한 채를 증여하려던 계획을 접었다. 당초 아들에게 집 한 채를 넘겨 신혼집으로 쓰게 할 생각이었지만 정부의 세제 개편안 발표 이후 계산기를 다시 두드렸다. 아직 30대 중반인 아들이 강화된 보유세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A씨는 결국 은마아파트 한 채를 처분한 뒤 현금을 증여해 아들이 마포 등 한강벨트 지역에서 집을 직접 사도록 계획을 바꿨다.
◆ 강남서 양도세 문의 크게 늘어
정부 세제 개편안이 강남 다주택자들의 절세 전략을 바꾸고 있다. 고가 아파트의 보유세 부담이 커지면서 강남권 아파트를 증여받은 자녀는 1주택자라도 상당한 보유세 부담을 떠안게 됐다. 집을 물려주는 것이 곧 세 부담을 물려주는 일이 된 셈이다.
반면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2년간 한시 유예하면서 증여 대신 처분을 택할 유인은 커졌다. 세무·자산 관리 업계에서는 A씨처럼 보유 주택을 매각한 뒤 현금을 증여하고, 자녀가 마포·성동 등 한강벨트에서 직접 집을 사도록 권하는 상담이 늘고 있다.
김소연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세무전문위원은 "압구정 현대 등 고가 아파트 보유자들의 양도세 문의가 크게 늘었다"며 "세제 혜택이 남아 있는 동안 매도한 뒤 가격대를 낮춰 갈아타는 상담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세 부담 차이도 크다. 우병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112㎡의 보유세는 내년 61% 늘어나는 반면, 왕십리 텐즈힐 전용 84㎡는 4.4% 증가하는 데 그친다. 마포자이도 상승률은 33.4% 수준으로 강남권과 격차가 뚜렷하다.
◆ 한강벨트로 실거주 수요 이동
세제 개편의 충격은 초고가 단지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 반포 래미안원베일리 전용 59㎡는 최근 39억원,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는 50억6000만원에 급매물이 나왔다. 모두 신고가보다 10억원 이상 낮은 수준이다. 인근 중개업소들은 "세제 개편 이후 절세 목적의 매도 상담과 급매 문의가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도 이번 개편의 영향이 초고가 주택에 집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는 "장기보유공제 한도 도입으로 50억원 이상 초고가 주택은 보유와 거주의 실익이 크게 줄었다"고 평가했다.
반면 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은 한강벨트에서는 호가를 올린 매물도 나오고 있다. 성북구 래미안길음센터피스와 광진구 현대프라임 등 일부 단지에서는 개편안 발표 이후 집주인이 호가를 높여 다시 내놓는 사례가 확인됐다. 다만 강북권에서도 빠른 처분을 위해 호가를 낮춘 매물이 적지 않아 지역별로 분위기가 엇갈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보유세 부담이 커질수록 결국 상대적으로 세 부담이 작은 30억원 이하 한강벨트 아파트로 수요가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비거주 1주택 규제 강화로 임대인의 실거주 전환이 늘면 기존 세입자의 이동이 늘고, 전월세 가격과 매매가격을 동시에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비아파트 공급도 함께 풀어야
전문가들은 세제로 초고가 시장을 누르더라도 공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수요가 인근 가격대로 이동하는 풍선효과를 막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특히 단기 공급 대안인 비아파트 시장은 여전히 침체돼 있다. 상반기 전국 비아파트 착공은 1만4773가구로 2021년의 20% 수준까지 감소했다. 전세사기 이후 공급 기반이 무너졌지만 이를 대체할 금융 지원은 부족한 상황이다.
채 대표는 "빌라 공급 체계가 사실상 붕괴된 지 4년째"라며 "비아파트 공급을 되살릴 금융 프로그램이 마련되지 않으면 전월세 불안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내놓을 공급 대책에 비아파트를 포함한 공급 확대와 금융 지원이 담길지 주목하고 있다.
[박재영 기자 / 이용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