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세제개편안 발표와 대출 규제가 맞물리면서 서울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가 가팔라지고 있다. 강남권 초고가 주택 시장은 세 부담 증가와 거래 절벽 속에서 관망세가 짙어진 반면 자금 부담을 느낀 실수요자들이 서울 외곽의 소형·중소형 아파트 매매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
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에서 거래된 전용 85㎡ 이하 중소형 및 소형 아파트 매매량은 총 3만5998건으로 전체 거래량(4만2186건)의 85.3%를 차지했다. 특히 전용 21~40㎡ 소형 거래는 3103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 급증하며 2021년 이후 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대출 한도 안에서 집을 구하려는 30대와 신혼부부가 면적을 줄이더라도 서울 잔류를 선택한 결과다.
수요가 쏠리면서 가격 상승세도 소형이 주도하고 있다. KB부동산 집계 결과 지난달 서울 소형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0억4715만원으로 1년 전보다 36.9% 올랐다.
중소형(32.6%) 상승률 역시 중대형(28.0%)과 초대형(26.8%)을 크게 웃돌았다. 현금 여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전월세 매물마저 자취를 감추자 정책대출을 활용한 소형 매수세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매 시장 역시 소형 평형이 견인하고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7월 서울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은 101%로 4개월 연속 100%를 상회했다. 상위 낙찰가율 10건 중 7건이 전용 60㎡ 이하로 송파구 문정동 문정시영 전용 46㎡는 감정가(8억원)를 훨씬 웃도는 13억 1200만원(낙찰가율 164%)에 낙찰됐다. 경매 주택은 토지거래허가 대상에서 제외돼 실거주 의무가 없는데다 시세 대비 낮은 감정가가 유인책으로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중소형 쏠림과 전세난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의 세제개편안 여파로 집주인들의 실거주 전환이 잇따르면서 전세 시장의 매물 가뭄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비거주 1주택자와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대폭 늘자 절세를 위해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고 직접 입주를 선택하는 집주인이 늘고 있는 영향이다.
여기에 세 부담 증가분이 전월세 가격으로 전가되는 구조적 문제와 더불어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마저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세난과 임대료 상승 압력은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세제개편으로 실거주 요건과 세 부담이 강화되면서 고가주택 시장은 거래 위축과 관망세가 짙어지는 반면 대기수요가 풍부한 상대적 중저가·소형 주택 구간으로 매수세가 쏠리고 있다”며 “대출 및 공제 한도 내에서 감당 가능한 ‘똘똘한 한 채’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해당 구간의 가격 상승과 전세난을 동시에 부추기는 모양새”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