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 등 불가피한 비거주때
3년까지 실거주 인정하지만
전세계약은 통상 4년 주기
초과 1년 거주 인정못받아
양도·보유세 공제서 빠질수도
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의 세 부담을 높이면서 취학이나 직장 이동 등 불가피한 사유로 집을 비우는 기간에 대해 최장 3년까지 거주 기간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세입자와 임대차계약이 이미 갱신돼 총임대 기간이 4년으로 늘어나면 집주인이 돌아와도 곧바로 입주하지 못해 마지막 1년이 세법상 비거주 기간으로 남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재정경제부 등에 따르면 ‘2026년 세제 개편안’은 장기거주소득공제를 계산할 때 일정한 사유로 실제로 거주하지 못한 기간도 최장 3년까지 거주 기간에 포함하도록 했다. 직장 이동이나 자녀의 고교·대학 진학, 장기 치료, 해외 근무, 부모 봉양 등으로 1년 이상 살던 집을 떠나 다른 지역이나 해외에 거주하게 된 1주택자의 불이익을 줄이려는 취지다.
논란은 세법상 인정 기간이 3년으로 정해졌다는 데서 비롯됐다. 주택 임대차계약은 통상 2년이고, 임차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면 2년이 추가돼 전체 계약 기간이 4년으로 늘어날 수 있다.
◆특례 기간도 4년으로 연장 필요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대인이나 직계존비속이 실제로 거주하려는 경우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임대인이 최초 계약 만료 때부터 귀국이나 복직 등으로 직접 입주할 계획이 분명하다면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 다만 세입자가 갱신청구권을 행사해 계약이 이미 연장된 뒤 실거주 필요가 새로 생긴 경우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갱신된 계약이 끝날 때까지 집주인이 입주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거주 의사가 진정하다는 점도 임대인이 입증해야 한다.
예컨대 해외 근무를 이유로 집을 비운 집주인이 임대 3년째 국내 복귀가 결정됐지만 세입자와의 갱신계약이 1년 남았다면, 집주인은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총 4년간 해당 주택에 살지 못한다. 정부 특례가 3년까지만 인정되면 남은 1년은 양도세 장기거주소득공제 계산에서 비거주 기간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세제 개편으로 거주 기간은 양도세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됐다. 정부는 기존 장기보유특별공제에서 보유 기간 공제를 단계적으로 없애고, 2029년부터는 거주 기간에 따라 연 8%, 최대 80%를 공제하는 장기거주소득공제로 전환할 방침이다. 같은 집을 장기간 보유했더라도 거주 인정 기간이 1년 줄면 공제율이 8%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 양도차익이 큰 고가 주택이라면 세 부담 차이도 상당해질 수 있다.
종합부동산세 역시 실거주 여부에 따라 부담이 달라진다. 개편안은 1가구 1주택자의 기본공제액을 실거주자는 공시가격 14억원으로 높이고, 비거주자는 9억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다만 이번에 제시된 ‘최장 3년 비거주 특례’가 종부세의 실거주 판정에도 똑같이 적용되는지는 시행령 등 후속 규정에서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이를 명시하지 않으면 양도세와 보유세가 서로 다른 거주 판정 기준을 적용하는 또 다른 혼선이 생길 수 있다.
◆정부는 “사안별로 인정 여부 검토”
정부는 ‘갱신계약 때문에 비거주 기간이 4년이 된 경우 마지막 1년은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매일경제 질의에 “개정안에 열거되지 않은 사유라도 유사한 사례라면 부득이한 사유로 인정할 수 있다”며 “개별 사안의 사실관계를 확인해 거주 기간 인정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기준을 법령에 명확히 규정하지 않고 과세관청의 사후 판단에 맡긴다는 비판이 나온다. 납세자가 집을 팔기 전에는 자신의 거주 기간이 얼마나 인정될지 확정하기 어렵고, 세무서마다 판단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권대중 한성대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임대차계약이 이미 갱신된 뒤 불가피한 귀국이나 복직 사유가 발생하는 사례를 법령에서 구체적으로 규정해야 한다”며 “개별 세무서 판단에 맡기면 납세자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고 행정 분쟁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제시한 특례 사유는 취학, 직장 이동, 질병, 학교폭력 피해에 따른 전학, 해외 체류, 60세 이상 직계존속 동거봉양 등이다. 취학은 고교와 대학 진학에 한정되고 초등·중학교 진학은 제외된다. 질병은 1년 이상 치료나 요양이 필요한 경우, 해외 체류는 취학이나 근무 목적으로 출국한 경우가 대상이다.
재개발·재건축으로 취득한 신축 주택은 공사에 시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해 공사 기간의 절반을 거주 기간에 산입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세부 인정 요건과 증빙 방법은 시행령 등 후속 입법에서 정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