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가 기피하는 발주처로 학교, 병원, 종교시설이 손꼽힌다. 각 현장마다 건설사가 겪는 세부적인 고충은 다르지만 건설 난이도가 높고 공사비 정산이 까다로운 점이 닮았다고 한다. 일은 일대로 시키고 공사비는 깎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들 세 곳을 압도하는 기피 발주처가 정부 사업이라고 한다. 공사 기간은 짧고 공사비는 부족한데 책임은 건설사가 모두 져야 해 상업적 합리성이 없다는 것이다. 가덕도 신공항건설 공사가 대표적이다. 최초 건설 주관사였던 현대건설의 사업 포기이후 “가덕도 공사는 누구도 맡고 싶어 하지 않는 사업”이라는 말까지 나왔었다.
어렵사리 다시 대우건설이 건설공사 주관사로 선정됐지만 총사업비 증액과 함께 이를 위한 특례조항 신설을 요청했다.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작년 12월 단독으로 입찰했고 지난 3월 수의계약 대상자로 선정됐다. 그 사이에 미국-이란 전쟁 발발로 유가가 폭등하고 나프타 공급 병목으로 주요 자재비도 덩달아 급등했다. 그런데 사업비는 작년 12월 입찰공고 당시 약 10조7000억원 그대로다.
현행 제도상 가덕도신공항 공사비를 증액할 길이 없다. 계약 이후의 물가 인상분만 보전하는 제도 탓이다.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아직 계약을 맺지 않았다. 작년 12월 입찰공고일부터 현재까지 발생한 ‘불가항력적 비용 급등분’은 고스란히 시공사의 몫이 된 것이다.
공사비 증액 반영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낸 컨소시엄 건설사들 작년 순이익을 보면 –136억원, -63억원, -3억원 등 적자 기업이 수두룩하다. 공사비가 현실화되지 않으면 공사 참여를 재고할 수밖에 없다. 만에 하나 공사를 그대로 강행하더라도 턱없이 모자란 공사비의 여파는 결국 부실 공사, 안전 사고, 개항 지연이라는 역풍으로 돌아올 것이다.
다행히 국토부는 “증액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국무조정실 주도로 공사비 상승분을 반영하기 위해 관계 부처들과 협의도 이뤄질 예정이다. 물론 정부 입장에선 특혜 논란을 우려해야 하는 것도 맞다. 공공 공사가 최고의 발주처가 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최악일 필요도 없다. 기업에 적절한 이익이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공사비 증액 규모가 원만하게 협의되길 기대한다.
[진영화 부동산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