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태지역서 별도 과세 유형 없어
호주 NSW주 도시계획 용도 신설
런던, 전용 기준 도입 뒤 공급 4.4배
서울도 법적 분류·과세 정비해야
“규제 불확실성만 해소된다면 서울은 아시아·태평양에서 코리빙(Co-living·공유주거) 성장 잠재력이 가장 큰 시장이 될 수 있습니다.”
조시 로즈노크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아시아·태평양 리빙 부문 총괄은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서울은 1인 가구 비중이 높고 주거비 부담도 커 코리빙 수요 기반이 탄탄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코리빙이 일반 임대주택이나 학생기숙사를 대체하는 상품이 아니라 기관이 운영하는 임대주택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인 유학생과 전문인력의 이동을 지원하는 도시 인프라로서 역할도 커질 것이라고 했다. 다만 국내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려면 코리빙의 법적 분류와 과세, 기관의 주택 소유 기준 등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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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관투자가들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코리빙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는“코리빙은 수요층이 넓다는 장점이 있다. 서울처럼 주거비가 비싼 대도시에서는 일반 임대주택이나 기업형 임대주택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거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민간 학생 기숙사(PBSA·Purpose-Built Student Accommodation)와 달리 학생뿐 아니라 청년 직장인과 외국인 전문인력 등 다양한 계층을 수용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민간 학생기숙사 공급이 부족한 서울에서는 국제학생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 일부 코리빙 사업자는 단기 숙박도 함께 운영해 관광객과 출장객 수요까지 확보하고 있다.
수익 측면에서는 작은 주거공간을 다수 배치하기 때문에 같은 면적에서 더 높은 임대수입을 올릴 수 있다. 주거시설의 안정적인 임대수요와 호텔·숙박시설의 계절적 수익성을 결합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공실이 많은 오피스나 실적이 부진한 호텔을 코리빙으로 전환할 수 있어 신축 사업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대안이 될 수 있다.”
-서울 코리빙 시장은 기관투자가 관점에서 얼마나 매력적인가“
규제 환경을 제외하면 서울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코리빙 수요가 가장 강한 도시 중 하나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1인 가구 비중이 가장 높고, 이러한 수요가 서울에 집중돼 있다. 주택 구매와 임차 비용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과 전문인력 증가도 중요한 수요 요인이다. 한국 정부가 2027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30만명을 유치하겠다고 제시한 목표는 예정보다 2년 일찍 달성됐다. 외국인 전문인력도 최근 5년간 두 배 이상 늘었다. 이들은 대부분 임대주택에 의존하기 때문에 계약과 관리가 편리한 전문 운영형 코리빙을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
전세에서 월세로 임대차 시장이 이동하는 점도 기관투자에 유리하다. 서울의 월세 거래는 10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월세 중심의 반복적인 임대수입 구조가 형성되면서 국내 임대주택 시장도 기관투자가가 접근하기 쉬운 형태로 바뀌고 있다.
코리빙은 단순한 주거상품을 넘어 해외 인재의 이동을 지원하는 도시 인프라 역할도 할 수 있다. 국제학생과 전문인력을 유치하려는 도시일수록 유연하고 관리가 잘되는 주거시설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다.”
-기관투자가가 코리빙 자산에 투자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소는 “우선
규제의 명확성이 전제돼야 한다. 해당 운영 방식이 합법적이지 않거나 인허가를 받을 수 없다면 기관투자가는 검토 자체를 하지 않는다.규제 요건을 충족한 뒤에는 입지가 가장 중요하다. 그다음은 임대료의 적정성이다. 지하철역과 일자리, 대학까지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입지가 좋은 평범한 건물이 입지가 나쁜 우수한 건물보다 투자 가치가 높다.
운영사의 경험도 중요하다. 코리빙은 일반 임대주택보다 입주자 교체가 잦아 운영 부담이 크다. 관리가 부실하면 높은 운영비 때문에 수익성이 빠르게 낮아질 수 있다. 이에 따라 기관투자가들은 운영 실적이 검증된 사업자를 선호한다.
최근에는 임대율뿐 아니라 재계약률, 입주자 만족도, 커뮤니티 참여도 등 거주 경험과 관련된 지표도 살펴본다. 사업 규모는 클수록 좋지만 초기 사업자라도 입지와 운영 역량이 우수하면 투자를 받을 수 있다. 반면 입지가 좋지 않은 사업은 규모와 상관없이 기관투자를 유치하기 어렵다.”
-한국에서는 코리빙 사업자가 주택을 많이 보유할수록 세금 부담이 커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아시아·태평양 국가에서는 코리빙을 어떻게 과세하나“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코리빙을 별도의 과세 유형으로 분류하는 국가는 사실상 찾기 어렵다. 세금은 ‘코리빙’이라는 사업 명칭보다 해당 건물의 도시계획상 용도와 인허가 방식, 소유 구조에 따라 결정된다. 일반 임대주택이나 서비스드 레지던스, 숙박업으로 분류될 수 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는 2021년 코리빙을 별도의 도시계획 용도로 규정했다. 명확한 개발 기준과 함께 용적률을 10% 높여주는 혜택도 도입했다. 다만 호주의 주요 세제 혜택은 코리빙보다 기업형 임대주택에 집중돼 있어 일반적인 코리빙 사업은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할 수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사업자가 건물을 직접 소유하기보다 건물 전체를 장기 임차하는 마스터리스나 위탁운영계약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사업자가 직접 부담하는 보유세는 제한적이다. 다만 건물주가 내는 세금이 임차료에 반영될 수 있다. 싱가포르는 공용시설을 갖춘 전문 운영형 장기 숙박시설에 최소 3개월의 거주 기간을 허용하는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한국도 새로운 세제 혜택을 만드는 것 못지않게 코리빙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전문 운영형 코리빙이 어떤 조건에서 기관형 임대주택으로 인정되는지 기준을 정하면 투자 불확실성을 낮출 수 있다.
-서울에서 활용도가 떨어진 건물을 코리빙이나 시니어리빙으로 전환할 수 있을까“
서울은 기존 건물을 주거시설로 전환하는 사업에 적합한 도시다. 최근 글로벌 기관투자가의 국내 임대주택 투자도 기존 건물 전환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KKR과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 인베스코 등이 이러한 방식으로 한국 임대주택 시장에 진입했다.
특히 오피스텔은 처음부터 주거와 업무 기능을 함께 갖춘 준주거 상품이어서 전환이 비교적 쉽다. 대규모 재건축보다는 브랜드와 내부 공간을 바꾸고 전문 운영사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사업할 수 있다. 투자비가 상대적으로 적고 사업 기간도 짧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 건물도 충분히 좋은 주거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다만 남는 공간에 억지로 주거 기능을 넣는 ‘공간 중심 전환’이 아니라 입주자의 생활을 기준으로 설계하는 ‘상품 중심 전환’이어야 한다. 코리빙 입주자는 넓은 전용면적 대신 좋은 입지와 디자인, 서비스, 커뮤니티를 선택한다. 이러한 요소를 갖추면 전환 건물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기존 건물을 코리빙이나 시니어리빙으로 바꿀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건물의 평면 형태와 자연채광이 가장 기본적인 판단 요소다. 오피스의 바닥 면적이 지나치게 깊으면 창문과 채광을 확보한 주거공간을 만들기 어렵다. 급배수 설비를 추가하는 비용도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 주거시설에는 상업시설보다 강화된 소방·건축 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에 피난계단과 승강기 수, 대지 경계선과의 거리 등도 사업성과 인허가 여부를 좌우한다.
소유구조도 중요하다. 건물이 여러 명에게 구분 소유돼 있으면 물리적으로 전환이 가능하더라도 소유권을 확보하고 사업 동의를 받기 어렵다.
다만 주거 전환은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오피스를 없애는 방식이 아니라 장기간 공실이거나 기능이 떨어진 오피스와 호텔을 재활용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 오피스만 밀집해 저녁이면 사람이 빠져나가는 지역에 주거시설을 도입하면 상권과 대중교통 이용을 활성화할 수 있다.
도시는 주요 업무 중심지를 보호하면서도 오전 9시와 오후 9시 모두 활력이 유지되는 복합용도 지역을 조성해야 한다. 일자리와 대중교통 가까이에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이러한 균형을 만드는 핵심이다.”
-앞으로 5~10년간 아시아·태평양 코리빙 시장은 얼마나 성장할 것으로 보나. 한국의 성장 가능성은.“주요 대도시의 전문 운영형 코리빙 공급은 앞으로 5~10년간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아시아·태평양 리빙 투자자 조사에 참여한 기관들만 해도 향후 5년간 관련 분야에 332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런던 사례를 보면 규제 체계가 마련될 경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런던은 2021년 도시계획에 코리빙 관련 기준을 도입했다. 이후 운영 중인 코리빙 객실은 2022년 초 약 1400실에서 2025년 중반 약 6200실로 늘었다.
코리빙은 일반 임대주택이나 학생기숙사, 서비스드 아파트를 대체하기보다 이들과 나란히 존재하는 기관형 임대주택의 한 분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주택 가격 상승과 가구원 수 감소, 국제학생과 이동이 잦은 전문인력의 증가는 코리빙 수요를 지속적으로 뒷받침할 것이다.
싱가포르는 운영사가 성숙했지만 국토가 좁고, 도쿄는 임대시장이 크지만 소형 아파트가 많아 코리빙과의 경쟁이 치열하다. 홍콩은 높은 주거비와 건물 전환 수요가 강하고, 시드니는 코리빙에 대한 도시계획 기준이 비교적 명확하지만 건설비가 높다.
한국이 코리빙의 법적 분류와 과세, 기관의 주택 소유 기준을 명확히 한다면 서울이 장기적으로 가장 큰 성장 잠재력을 보유한 시장이 될 수 있다. 코리빙은 앞으로 단순한 틈새 주거상품이 아니라 인력 이동과 해외 인재 유치, 변화하는 생활방식을 지원하는 도시 인프라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