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發 신공항 공사비 급등 … 대우건설, 정부에 증액 요청
이란전쟁으로 공사비 치솟아
입찰·계약 사이 상승분 미보전
지역 업체당 46억 손실 불가피
대우건설, 원가반영 특례 요청
국토부, 증액기준 다각도 검토
재경부·기획처와 조율도 과제가덕도 신공항 건설사업은 연이은 유찰과 공사 기한에 대한 논란, 옛 주관사(현대건설)의 사업 포기 등 우여곡절을 여러 번 겪었다. 그러다가 작년 말 사업 추진 20년 만에 새 시공사(대우건설)를 찾으면서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는 듯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도 채 안 돼 전쟁발 공사비 쇼크가 사업을 덮쳤다.
문제는 작년 12월 입찰 공고 이후 달라진 원가 여건에서 터졌다. 올해 중동 전쟁 이후 유류비와 원자재 가격이 한꺼번에 급등하면서 기존 공사비로는 손실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돌변한 것이다. 공사 주관사인 대우건설 컨소시엄에 참여한 부산·경남 지역 건설사 13곳은 '공사비 현실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탈퇴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20년 논쟁 끝에 궤도 올랐던 가덕도
가덕도 신공항은 시작부터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2006년 노무현 정부가 동남권 신공항 검토를 공식화한 이후 이명박 정부의 백지화(2011년), 박근혜 정부의 김해공항 확장 선회(2016년)를 거치는 등 입지 논쟁만 15년을 끌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특별법이 제정되고 나서야 사업은 비로소 궤도에 올랐다.
착공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2024년 5월 첫 입찰 공고 이후 네 차례의 유찰 끝에 수의계약자로 선정된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공사 기간을 놓고 정부와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해 기본설계 단계에서 사업을 포기했다.
결국 정부는 공사 기간을 84개월에서 106개월로 늘리고 사업비를 10조5300억원에서 10조7000억원으로 올려 지난해 12월 재공고했지만 이마저도 대우건설 컨소시엄 단독 응찰로 두 차례 유찰됐다. 올해 초 수의계약으로 전환해 기본설계에 착수하며 겨우 정상화됐는데 불과 넉 달 만에 다시 공사비 암초를 만난 것이다.
◆업체당 손실액, 연간 순이익의 3배
가덕도 신공항 용지 조성공사 컨소시엄에 참여한 지역 건설업체들은 최근 국토교통부 등에 현재 조건으로는 사업 수행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기존 컨소시엄 참여사 중 대형사를 포함해 수많은 업체가 이탈했지만 부산·경남 참여 건설업체는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사업의 대의를 위해 기꺼이 나섰다"면서도 "총사업비가 조정되지 않는다면 지역 중소건설업체들은 심각한 경영 위기와 연쇄 도산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들이 추산한 손실 규모는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이다. 평균 1%의 지분율을 보유한 지역 업체들은 현재 공사비 인상분을 고려하면 업체당 평균 46억원의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이들 업체의 평균 당기순이익은 13억원으로 계산됐다. 연간 순이익의 3배가 넘는 손실이 예상되는 사업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근 중동 전쟁의 영향으로 공사비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입찰 공고일 이후 올해 5월까지 토목 건설공사비지수는 5.2% 상승했다. 전체 사업비 10조7000억원 기준으로 5000억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예상된다.
◆입찰공고·계약 사이 '사각지대'
사태의 근원에는 국가계약법의 구조적 공백이 있다. 물가 변동에 따른 계약 금액 조정은 기술형 경쟁입찰의 경우 입찰일, 수의계약으로 전환되는 경우에는 계약 체결 이후부터만 적용된다. 입찰 공고와 계약 체결 사이의 상승분은 반영되지 않는 것이다. 평시에는 이 구간의 변동 폭이 크지 않아 업계가 감당할 만했지만 가덕도는 지난해 말 공고 후 두 달 뒤에 전쟁이 터지며 간극이 극대화됐다. 계약이 예정된 올해 11월까지의 급등분이 통째로 무보전 구간이 되는 셈이다.
가덕도 신공항 공사는 올해 2월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연내 착공을 목표로 기본설계가 진행되고 있다. 절차가 정상적으로 추진되면 올 11월쯤 우선시공분에 대한 예비계약이 체결될 예정이었다.
국토부 역시 건설사들이 처한 환경을 인정하며 공사비 증액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증액 규모를 두고선 "입장이 없다"며 신중한 분위기다. 기존 공사비가 10조7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작은 변화에도 비용이 엄청나게 큰 폭으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입찰 공고일을 기준으로 삼는 건설사 요구를 포함해 전쟁 등 불가항력 사유 발생일을 기준으로 삼는 등 여러 방안이 내부에서 고려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부처 간 협의 필요"
부처 간 조율도 풀어야 할 숙제다. 국토부가 공사비 증액에 찬성하더라도 국가 계약을 담당하는 재정경제부, 국가사업 투입 비용을 맡은 기획예산처와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이견 조율을 위해 국무조정실에 안건 조정을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설사들과 각 부처 간 입장까지 모두 포함해 테이블에 올려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덕도 신공항 용지 조성사업 외에도 전쟁 발발 이전에 공고된 대형 기술형 입찰 국책사업들은 모두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
가덕도 신공항 접근도로(5899억원)와 계양~강화고속도로 2공구(4328억원), 남부내륙철도 1·7·9·10 공구(2조1947억원) 등 전국적으로 25조원 규모에 달하는 공공사업들이 전쟁에 따른 공사비 상승 압박에 직면했다.
한편 대우건설 관계자는 "국가 핵심 사업을 차질 없이 수행하기 위해 설계와 사전 검토를 면밀히 진행하고 있으나 전쟁 같은 외부 요인에 따른 공사비 급등으로 지역 업체들의 이탈이 우려되는 게 현실"이라며 "주관사로서 국토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에 이런 우려를 전달하고 공사비를 현실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동우 기자 / 박재영 기자 / 진영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