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만가구 잔금일 코앞인데…'대출 셧다운'에 발동동
대출 규제 전방위 확산에
세입자 전세로 잔금해결 난항
"신축 입주직전 잔금 대출
총량 규제에서 빼줘야"
국민정책제안 요구 가장 많아가계대출 총량제로 인한 입주 차질 사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1년 문재인 정부 당시에도 은행권이 대출을 막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하지만 당시엔 제2금융권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거나 임차인의 전세대출을 통해 잔금을 해결하는 방법이 있었다.
올해는 두 방법 모두 시도하기 어려워진 만큼 입주를 앞둔 잔금대출은 총량 규제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하나은행은 경기도 수원 권선구의 '매교역 팰루시드' 입주 예정자로부터 집단대출 신청을 선착순으로 받았다. 당초 하나은행을 포함한 6곳의 금융사가 잔금대출 참여 은행이었는데, 공식적으로 잔금대출 신청이 모두 끝났다.
매교역 팰루시드는 권선6구역을 재개발해 32개 동, 지하 2층~지상 15층, 2178가구 규모로 지어진 단지다. 이 중 일반분양 물량만 1234가구였다. 2023년 12월 일반분양을 진행했고 2024년 1월 당첨자를 발표했는데, 당시 청약자들은 잔금대출이 나올 것을 전제로 자금 계획을 짰다. 입주 기간은 다음달 18일부터 10월 19일까지다.
잔금을 마련하지 못한 수분양자는 당장 이중으로 연체이자를 물어야 할 수도 있다. 입주 기간까지 잔금을 내지 못하면 연체이자가 발생하는데, 11월 30일까지 중도금대출을 상환하지 못하면 이에 대한 연체이자가 또 생기기 때문이다. 통상 중도금대출은 잔금대출로 전환하면서 갚는데, 잔금대출이 막히니 두 종류의 연체이자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한 입주 예정자는 "잔금대출을 취급한 은행들의 한도가 100억~150억원 정도여서 한 곳당 수십 명 정도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며 "입주 기간까지 잔금을 납부하지 못하면 연체이자가 붙고, 장기간 미납하면 계약 해지 통보까지 받을 수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재개발사업의 시행자인 조합은 계약서에 정한 기한까지 잔금이 납부되지 않으면 계약 해지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
잔금대출 중단은 수분양자뿐 아니라 기존 정비사업 조합원에게까지 불똥이 튈 수 있다. 조합원 분양가보다 종전 주택의 평가액이 낮으면 조합원은 그 차이만큼 분담금을 내야 한다. 그런데 이 분담금도 통상 잔금대출로 해결하는 만큼, 잔금대출이 막히면 알아서 자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입주 차질은 다른 단지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매교역 팰루시드뿐 아니라 평택의 '평택화양 서희스타힐스 센트럴파크'와 '브레인시티 로제비앙&엘가 더퍼스트'도 집단대출을 구하지 못해 입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대출 총량에 예외를 둬서라도 수분양자들이 입주를 마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청약 당첨자는 실수요자인데 대출 총량제 때문에 이들이 입주하지 못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2021년 문재인 정권 당시에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정부는 총량 규제에 예외를 두지 않았는데,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엔 총량제를 은행권에만 적용해 금리는 더 높더라도 제2금융권에서 자금을 구할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올해 대출 총량제는 전 금융권에 적용돼 대출 여력이 넉넉한 곳을 찾기가 힘든 상황이다. 또 임차인을 구해 전세금을 받아 잔금을 치르기도 했는데, 지난해 6·27 대책의 대출 규제로 수도권에서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 막혀 이 방법도 쓰기 어렵다.
이에 따라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를 위한 온라인 의견 수렴 창구인 '국민 부동산 정책 제안' 게시판도 집단대출은 총량제에서 제외해달라는 요구로 뒤덮였다. 창구 개설일인 지난 14일부터 24일 오전까지 접수된 제안 6744건을 분석한 결과 '집단대출'이 포함된 제안은 254건으로 가장 많았다. 토론회 당일인 23일 하루에만 '신축 분양단지에 있어서 잔금 집단대출 총량제 미적용 요청의 건'이라는 같은 제목의 제안이 23건 접수됐다.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도 지난 22일 신규 아파트의 집단 대출과 일반 주택담보대출을 분리해서 규제해 달라는 청원이 3건 올라왔다. 이 중 한 청원은 사흘 만에 8000개가 넘는 동의를 확보했다. 지난 23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는 수원 매교역 팰루시드 입주 예정자로 추정되는 시민이 잔금대출의 어려움을 직접 호소했다. 이 대통령은 해결 방안을 살펴보겠다는 취지로 답하기도 했다.
가계대출 총량제
당국이 금융기관별로 연간 가계대출 증가 목표를 정해 대출 증가 속도를 관리하는 제도. 가계대출의 과도한 증가를 막고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이 쏠리는 현상을 억제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용안 기자 / 박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