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높은 청약 가점 경쟁에
20·30세대 겨눈 추첨제 도입
강남 대단지 청약 이어지지만
계약 포기하면 ‘재당첨 제한’
현금 동원력 꼼꼼하게 체크해야
그룹 아이브 안유진이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재건축 아파트 ‘디에이치 방배’ 일반분양에 당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청약제도가 도마에 올랐다. 무주택 서민의 내 집 마련을 돕겠다는 취지의 제도가 일부 고소득층과 부유층의 ‘로또 복권’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용면적 84㎡ 기준 분양가가 22억원 수준이었던 이 단지의 현재 호가는 40억원 안팎으로 시세 차익만 18억원에 이른다.
안유진의 당첨 여부와 구체적인 주택형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고 소속사 역시 사실 확인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2003년생인 그가 2년 전 청약 당시 만 21세였던 점을 감안하면 추첨제 물량에 당첨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령상 무주택 기간과 부양가족 수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디에이치 방배는 방배5구역을 재건축해 지하 4층~지상 33층, 29개 동, 총 3064가구로 조성되는 대단지다. 2024년 8월 일반공급과 특별공급을 합쳐 1244가구가 공급됐고, 청약 과정에서 약 9만명이 몰렸다. 1순위 평균 경쟁률은 90.2대1이었으며 일부 주택형은 200대1을 넘겼다.
당첨의 열쇠는 면적별 추첨 물량이었다. 일반공급 650가구 가운데 추첨은 215가구였다. 전용 59㎡ 108가구 중 63가구, 84㎡ 477가구 중 141가구, 85㎡ 초과에서 11가구가 추첨으로 돌아갔다. 청년이 뚫을 수 있는 통로는 이 추첨 칸이 사실상 유일했다.
청약 가점은 부양가족 수와 무주택 기간, 청약통장 가입 기간을 기준으로 산정하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강남권 주요 분양 단지의 최저 당첨 가점은 만점에 가까웠다. 서초구 아크로 서초 전용 59㎡C 당첨자는 84점 만점을 기록했고, 오티에르 반포는 전용 44㎡ 기준 최저 당첨 가점이 74점, 최고 79점에 달했다. 84점은 부양가족 6명을 둔 7인 가구가 무주택을 유지하며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15년 이상이어야 채울 수 있는 점수다. 무주택 기간이 짧고 부양가족이 적은 청년은 가점제로는 사실상 당첨을 기대하기 어렵다.
기존에는 투기과열지구 내 전용 85㎡ 이하 주택 100% 가점제로 공급됐다. 그러나 정부는 2022년 청약 가점이 낮은 2030세대도 이들 단지를 분양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손질했다. 1·2인 청년 가구 수요가 높은 소형 평형의 추첨제를 도입하고, 중대형에도 일정 물량을 추첨으로 배정하는 것이 골자였다. 이에 따라 이듬해부터 투기과열지구 전용 60㎡ 이하와 60㎡ 초과 85㎡ 이하 일반공급에 추첨제가 신설됐다. 추첨 비율은 각각 60%, 30%다.
실제 2030세대의 청약 당첨은 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연령별 청약 당첨자 정보에 따르면 30대 이하 청약 당첨자 비중 월별 평균은 2023년 52.7%에서 올해 1~5월 56.1%로 상승했다.
문제는 당첨이 곧 계약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디에이치 방배의 최고 분양가는 전용 59㎡ 17억250만원, 84㎡ 22억4300만원, 101㎡ 25억원, 114㎡ 27억6200만원이었다. 여기에 계약금 비율이 20%로 높아 84㎡ 기준 현금 약 4억5000만원을 쥐고 있어야 계약이 가능했다. 중도금 이자 후불제도 적용되지 않아 당첨되더라도 매달 수백만 원의 이자를 직접 부담해야 하는 구조였다.
지난해 10·15 대책으로 잔금대출 한도까지 조여지면서 강남권 단지는 분양가의 상당액을 현금으로 마련해야 계약을 완주할 수 있게 됐다. 추첨은 기회를 균등하게 열었지만 결국 현금이 핵심 조건이다. 무주택 서민을 돕겠다는 제도가 ‘로또 청약’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다.
이런 구조는 분양을 앞둔 강남권 단지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먼저 서초구 방배동에선 디에이치 방배에 이어 신축 분양이 올해 혹은 내년에 이어질 예정이다. 롯데건설이 짓는 방배 르엘은 총 492가구 중 180가구 안팎이 일반분양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방배13·
14구역을 재건축하는 방배 포레스트 자이(GS건설·
일반분양 547가구)는 올해 혹은 내년 분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같은 서초구에선 반포주공1단지 1·
2·
4주구를 재건축해 5002가구 대단지로 조성되는 반포디에이치클래스트도 하반기 분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반분양 물량만 1800여 가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 관악구 신림2구역과 동작구 노량진동 써밋더트레시아 등 비강남권 대단지도 하반기 공급을 앞두고 있다.추첨제가 청년에게 청약 문을 넓힌 것은 맞지만, 당첨 이후를 감당할 자금 없이는 계약이 불가능한 만큼 로또 청약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막대한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분양가상한제에 더해 복잡한 청약 가점제와 추첨 규정, 여기에 대출규제 문턱까지 작용하면서 청약은 고차원의 방정식을 풀어내 정답을 찾아야 하는 시장이 됐다”며 “규제 지역에서 당첨 후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계약을 포기하면 계약금을 날리는 것은 물론, 재당첨 제한이라는 치명적인 페널티를 받게 되므로 자금 조달 계획을 꼼꼼히 세워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