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국토 5대 학회
'미래국토전략포럼' 출범
AI 전환에도 수도권 집중 여전
은퇴층 10% 지방으로 옮겨도
12만가구 주택공급 효과 기대정부가 추진하는 '5극 3특' 균형성장 전략에 베이비부머의 지방 이주를 결합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귀촌·귀향을 원하는 수도권 거주 베이비붐 세대를 지원해 수도권 주택 공급과 국토 균형 발전이라는 정책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마강래 중앙대 교수와 여혜진 건축공간연구원 연구위원은 20일 열린 '2026 미래국토전략포럼 제1회 정책포럼'에서 이 같은 국토 공간 재편 방향을 제시했다. 미래국토전략포럼은 대한교통학회,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한국농촌계획학회, 한국행정학회, 한국철도학회 등 국토 관련 5대 학회와 매일경제가 공동 주최하는 상설 정책 협의체로 이날 출범했다.
마 교수는 AI와 디지털 전환으로 지역 간 격차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빗나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문서나 데이터로 옮기기 어려운 암묵지와 신뢰, 우연한 만남에서 이뤄지는 학습과 협업의 가치가 커지면서 인재와 기업이 다시 밀도 높은 대도시로 모이고 있다는 것이다.
교통 인프라가 지역을 살릴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강한 중심도시와 연결될수록 주변 지역의 인구와 소비가 중심도시로 빠져나가는 현상도 나타난다. 지방 광역시도 주변 시군의 인구와 소비를 끌어들이지만, 정작 청년층과 생산연령인구는 다시 수도권으로 내보내는 이중의 압력을 받고 있다.
마 교수는 산업과 청년 일자리만 지방 거점에 배치해서는 수도권 인구 집중을 되돌리기 어려운 만큼,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가 지역에서 '인생 2막'을 시작할 수 있도록 주거·의료·세제 지원을 묶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수도권에 거주하는 베이비부머 가운데 10%만 지방 거점도시로 이주해도 수도권에서 약 12만채의 주택이 시장에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수도권에 새 아파트를 짓는 공급정책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기존 주택의 순환을 촉진하는 인구정책을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마 교수는 수도권 거주자 가운데 지방 이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잠재층을 약 411만명으로 추산했다.
이들이 지역에 정착하면 소비와 생활서비스 수요를 유지하고, 장기적으로 청년층이 정착할 기반을 마련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마 교수는 "수도권 집중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활용하기 위해선 은퇴하는 베이비부머의 귀촌과 귀향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이들이 지역에 머물 수 있도록 지역 인프라를 유지해야 한다"며 "이들이 지역에서 창업하고 인생의 2막을 가꿀 수 있는 정책이 지역적·국가적 차원에서 시행되면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여 연구위원은 광역거점을 키우면 성장 효과가 주변으로 자연스럽게 확산할 것이라는 전통적인 성장거점 전략만으로는 국토 불균형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거점의 규모만 키워서는 수도권과 경쟁하기 어렵고, 주변 중소도시와 농촌은 오히려 더 빠르게 쇠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농촌에서는 중심지와 배후 마을을 연결하던 생활권 구조가 무너지고 있다. 농촌 문제가 단순한 인구 감소를 넘어 장보기와 의료, 교육 같은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단계로 진입한 셈이다.
수도권 베이비부머의 지방 이주도 농촌 생활권을 유지할 대안으로 제시됐다. 정부의 '5극3특' 정책과 2차 공공기관 이전 역시 기관과 예산을 지역별로 나눠 갖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광역거점의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을 하나의 산업생태계로 묶는 동시에 주변 중소도시와 농촌 주민이 거점의 일자리와 의료·교육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교통망과 생활권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정환 매일경제 대표는 "기업 하나가 지역에 들어간다고 살아나지 않는다. 일자리가 생겨나고 사람이 정착하려면 교통과 주거, 교육, 문화생활까지 갖춰져야 한다"며 "국토를 바라보는 시각도 훨씬 더 포괄적으로 발전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질적 정책 제안이 이뤄지고 정부와 지자체를 움직이는 실행력 있는 포럼으로 발전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진영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