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경제정책 방향 제시
다주택·비거주·초고가주택에 稅강화 예고
"보유세 높여도 일률적 양도세 인하는 어려워"
"매입임대·오피스텔 등 단기 공급대책 총동원"
대미투자 지연지적엔 "8~9월쯤 가시화될듯"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19일 '꼬리가 몸통을 흔들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관련 후속 대책을 마련해 증시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 16일 레버리지 ETF 투자를 위한 기본 예탁금을 기존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1주씩 살 수 있던 거래 규모도 20주씩 사고팔도록 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김 실장은 여기에 더해 주가 하방 압력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적받는 집중 매수·매도 시간을 현 30분에서 2시간여로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일부 투자자가 요구하는 레버리지 ETF 상장폐지에 대해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투자자들의 자율적 판단에 의해 조정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 당정, 20일 레버리지ETF 협의키로
김 실장은 이날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이들 레버리지 상품의 (실제 지수와 가격) 괴리율을 최소화하기 위한 매수·매도 작업이 장 막판 30분 동안 집중되면서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며 "이 때문에 단기간에 매도 압력이 강화되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집중 매수·매도 시간을) 2시간 정도로 넓게 할 순 없을지 고민을 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5월 말 도입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기초자산의 하루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상품이다.
예컨대 삼성전자 주가가 하루 새 5% 빠지면 삼성전자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레버리지 ETF는 대략 10% 하락하도록 설계돼 있다. 이 같은 2배의 수익·손실률을 맞추려면 ETF가 보유한 현물과 선물의 포지션 규모를 조정(리밸런싱)해야 하는데 현행 규정에 따라 이 같은 괴리율을 30분 이내에 맞추다 보니 단기간에 매매가 집중돼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는 문제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김 실장은 "레버리지 상품의 시장 충격을 어떻게 최소화할지에 대해 추가로 당국과 자산운용사, 증권사가 논의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김 실장은 또 "(가격 괴리율 조정을 위해) 꼭 현물을 팔면서 해야 하느냐, 파생상품 등 다른 방식으로 적정하게 (괴리율을) 관리할 수 없는지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실장은 정부가 레버리지 ETF 상품 도입을 결정한 배경에 대해 "홍콩 등 해외 시장에 우리나라 주식을 대상으로 한 (레버리지) 상품이 이미 상장돼 있고, 우리 시장 내 투자 규모보다 많은 20조원 이상이 거래되고 있다"며 "(레버리지 투자를 원하는) 자금이 해외로 유출되는 상황을 균형 있게 조정하고 국내 자본시장을 육성하려는 국익적 목적이 있었으나 일부 종목 비중이 월등히 높아 변동성을 키우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 국힘 "레버리지ETF 국정조사를"
국민의힘은 레버리지 ETF 사태에 대해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도박판 레버리지 ETF는 어르신들의 노후자금, 청년들의 종잣돈, 1400만 개미투자자의 투자금에 막대한 손실을 안긴 대참사"라며 "김 실장은 본인이 저지른 레버리지 사태를 책임지고 수습하고 즉각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김 실장은 이달 말 부동산세제를 포함한 내년도 세제 개편안 발표와 관련해 다주택·비거주·초고가주택에 대해 강화된 세제가 적용될 방침임을 시사했다. 김 실장은 "이번 세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다주택자와 1주택자, 실거주와 비거주, 중간 정도 주택과 초고가주택을 달리 보고 (세제를) 차등 적용하겠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며 "다만 달리 적용받는 쪽에 대한 적정 (과세) 수준이 얼마냐, 기준은 어떻게 설정하느냐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고 했다.
김 실장은 보유세 인상과 함께 양도소득세도 낮춰 주택 매도를 유도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선 "보유세를 높이면 일률적으로 양도세는 낮춘다고 말하기는 힘들다"며 "양도세 인하도 하나의 고려 사항이긴 하나 정부 내부적으로 정한 세제 차등 적용 기준에 맞춰 설계를 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초고가주택을 매도하더라도 다주택과 1주택, 실거주와 비거주 등을 따져 양도세 인하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얘기로 풀이된다.
◆ 부동산 '트리플 강세'에 사과
이재명 대통령은 오는 23일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에 참석해 부동산세제와 관련한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부동산세제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집값과의 전쟁'을 선언했지만, 서울 아파트 매매·전세가격은 75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김 실장은 부동산 매매·전세·월세 가격이 오르는 '트리플 강세' 현상에 대해 "참 많은 국민께 죄송하다"며 "부동산 수급이나 여러 요건이 굉장히 녹록지 않아 무겁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아파트 공급 확대와 매입임대, 민간 오피스텔 공급, 상업용지의 주거용 전환 등 단기간에 공급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총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달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닥치고 공급하겠다"며 주택 공급 의지를 밝혔던 김 실장은 서울시 공급의 열쇠를 쥐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조만간 회동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김 실장은 앞서 재개발 후보지로 지목한 서울 영등포·구로 준공업지역을 이용한 주택 공급 방안과 관련해 "서울시만의 문제가 아니라 중앙정부와 협업하면 훨씬 큰 성과를 낼 것 같아 (오세훈) 서울시장과 따로 뵐 약속을 잡아놨다"고 전했다.
다만 재개발·재건축에 대해선 "만능키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절차를 단축하고 용적률에 대해서도 적정한 논의를 할 수 있지만 재개발·재건축은 최소한 3년 내지 5년이 걸린다"며 "이주 수요가 생겨 단기간으로 보면 공급이 부족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대미투자 프로젝트가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엔 "그렇지 않다. 적정한 스케줄대로 가고 있다"며 "대미투자 1호가 현실화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진 대미투자 가시화 시점에 대한 질문엔 "8~9월엔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오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