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정비사업 지역 옥석가리기신축 공급의 절대량을 확대하는 길 외에 서울 집값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긴 어렵다. 5선 임기를 시작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닥치고 공급' 구호로 2031년까지 주택 31만가구를 착공해 공급 확대를 강조한 이유다.
서울시 주택정책지원센터 자료(2025년 기준)에 따르면 서울시 재개발 구역 지정 건수는 오세훈 1·2기 재임 시절(2006~2010년) 확대됐다가 박원순 시장 재임 기간인 2012~2020년 급감했다. 이 시기 '뉴타운 출구전략'으로 정비구역이 대거 해제됐다. 정비사업이 통상 10~20년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공급 부족은 이미 예정됐다. 정비구역 해제로 정비사업마저 멈춰 서면서 신규 주택 공급 경로 자체가 좁아졌다. 부동산 가격을 만드는 것은 결국 수요와 공급이다.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 중 정비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5년 93%(3만3342가구), 2026년은 83%(1만7641가구 전망)로 예상된다.
오 시장은 2021년 복귀 이후 신속통합기획을 도입해 정비구역 재지정에 나섰다. 2031년까지 31만가구 착공을 실천하기 위해 민간 주도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는 지난 2월 '정비사업 추진 정상화 방안'을 발표하며 253개 구역의 공정표를 전수 점검해 올해부터 2028년까지 조기 착공이 가능한 85개 구역(8만5815가구)을 '핵심공급전략사업'으로 선정했다. 서울시가 공개한 핵심 전략정비구역은 추측이 아니라 행정 문서다. 재개발에 관심이 많은 실수요자라면 이 명단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요즘 초기 단계 재개발은 사업 추진 소식에 호가부터 먼저 뛴다. 하지만 분담금·사업성이 재산정되며 기대가 후퇴하는 일이 반복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현재 서울에는 신속통합기획, 모아타운,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등 다양한 정비사업 유형이 난무하고 있다. 같은 '정비사업'이라도 추진 주체와 절차, 인센티브 구조가 제각각이라 명단에 이름이 올랐다는 사실만으로 사업성 판단이 쉽지 않다.
가장 큰 리스크는 해제 가능성이다. 과거에는 한번 지정된 정비구역이 해제되는 경우가 드물었지만, 현재는 토지 등 소유자의 동의율을 충족하면 구역 해제가 실제로 가능한 구조로 바뀌어 있다. 신속통합기획의 경우 사업 추진 단계에서 일정 비율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연번(번호)이 법령에 명시된 절차에 따라 부여된다. 번호가 부여됐다는 사실 자체가 사업의 완성을 보장하지 않는다. 번호가 붙은 구역일수록 오히려 더 신중하게 단계와 동의율 추이를 검토해야 한다.
투자에 앞서 정비구역 지정에서 착공까지의 단계 중 어디에 있는지도 반드시 봐야 한다.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것과 실제 이주가 시작된 것은 전혀 다른 단계다. 같은 핵심전략정비구역이라도 한남3·갈현1처럼 올해 착공이 진행되는 곳과 구역 지정 초기 단계에 머무는 곳의 리스크 구조가 완전히 다르다. 기대가 이미 가격에 얼마나 반영됐는지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황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