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생애최초 매수자 ‘셀프 인테리어’
“돈 대신 몸 쓰자” 도배·장판은 직접
어려운 공정만 전문가 맡겨 비용절약
# 30대 신혼부부 장모씨는 지난해 7월 서울 노원구의 30년 넘은 구축 아파트를 매수한 뒤 직접 인테리어에 나섰다. 집을 사느라 매달 50만원씩 넣던 연금저축펀드까지 해지해 통장 잔고가 바닥났기 때문이다. 장씨는 “벽은 직접 칠하고 바닥에는 데코타일을 깔았다”며 “일괄 시공 견적을 받아보고 놀라 돈 대신 몸을 쓰기로 했다”고 말했다.집값과 인테리어 비용이 함께 오르면서 구축 아파트를 매입한 2030세대 사이에서 ‘셀프 인테리어’가 확산하고 있다. 전문업체에 공사 전체를 맡기는 대신 유튜브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시공법을 익혀 도배·도장·바닥 공사 등을 직접 하는 방식이다. 어려운 공정만 업체에 맡기고 나머지를 직접 처리하는 이른바 ‘반테리어’도 늘고 있다.
14일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는 ‘구축 셀프 인테리어’ 관련 영상과 후기가 다수 올라와 있다. ‘셀프 도배’, ‘셀프 페인트’ 강좌부터 ‘30년 된 20평 구축 아파트 1000만원대 인테리어’ 같은 체험 콘텐츠도 인기를 끌고 있다.
한 인테리어 플랫폼 관계자는 “공사 전체를 맡기는 서비스의 2030 이용자는 최근 2년간 꾸준히 줄었지만 DIY 시공 제품 판매는 반대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 매수자들이 신축 대신 구축을 선택하는 배경에는 높은 분양가와 청약 경쟁이 있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5월 서울 집합건물 매매등기 7만2025건 가운데 생애최초 매수자는 3만2843건으로 45.6%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30대 비중은 56.1%로 절반을 넘었다.
생애최초 매수 비중은 구축 주택이 많은 비강남권에서 특히 높았다. 노원구가 60.6%로 가장 높았고 성북구 59.8%, 강북구 57.2%, 서대문구 55.2%, 관악구 52.7% 순이었다.
인테리어 자재값 상승도 셀프 시공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 인테리어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도배 부자재 가격은 2월보다 50%, 실리콘은 48%, 벽지와 장판의 주원료인 PVC는 17% 올랐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 이후 석유화학 원료 가격이 뛰면서 자재비 부담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인테리어경영자협회 관계자는 “원가 부담이 커져 공사를 해도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업체별 재고 사정에 차이는 있지만 소비자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곳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