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행동 임차인 “정당한 권리 행사”
보증금·시세 격차에 재정착 난항
신혼부부 공급 정책, 입주민과 충돌
서울 강동과 송파 일대 공공임대주택에서 ‘계약 연장’과 ‘분양 전환’을 둘러싼 갈등이 확산하고 있다. 장기전세주택(시프트) 입주민들이 20년 만기 도래를 앞두고 집단 행동에 나서면서 제도 취지를 둘러싼 논쟁이 서울 전역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시 공공임대주택 임차인 권익 증진위원회 송파파인타운 지회는 지난 11일 입주민 설명회를 열고 계약 연장과 단계적 분양 전환을 서울시에 공식 요구했다.
20년 만기 앞둔 장기전세…집단 행동 본격화
서울시 공공임대주택 임차인 권익 증진위원회는 지난 5월 서울시 공공임대주택 임차인 대표들이 모여 조직한 단체다. 향후 서울시가 기존 장기전세주택 입주민의 계약이 끝나면 해당 주택을 신혼부부 등을 위한 ‘미리내집(장기전세주택Ⅱ)’ 형태로 공급한다는 방침을 두고 공동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지회 측은 “지금의 보금자리에서 퇴거한다면 가족과 함께 편안히 쉴 수 있는 새로운 거처를 마련할 수 있을지 우리 모두 깊이 고민해야 한다”며 “이번 청구는 막무가내의 요구가 아닌 도덕적으로나 법적으로 정당한 권리 행사”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행 법 테두리 안에서 충분히 가능한 정당한 청구를 하는 것”이라며 “임차인 모두가 한마음으로 단단히 뭉쳐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지회 측은 △서울시(SH) 공공임대주택(장기전세주택, 국민임대주택 등)의 장기적인 계약 연장 △SH 공공임대주택의 개별적, 단계적 분양(소유권 전환) 등을 서울시에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자신들은 20년 거주 후 퇴거해야 하지만 미리내집 입주자의 경우 출산 시 장기 거주와 우선 매수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장기간 거주하며 생활 기반을 형성한 만큼, 계약 연장이나 단계적 분양 전환 등 별도의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입장이다.
한 부동산 카페에는 ‘이번 설명회 불참은 곧 퇴거 동의-죽음’이라는 제목의 글도 올라오기도 했다. 작성자는 공공주택특별법 등을 근거로 “공공임대주택 임차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퇴거당하지 않으며 분양전환 시 우선권이 보장되기에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퇴거를 요구하는 것은 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송파·강동서 서울 전역으로 번지나
최근 강동구 강일리버파크·강일리엔파크에서도 비슷한 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강일리버파크·강일리엔파크 장기전세 입주민 일동은 ‘입주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장기전세 20년 만기, 우리 단지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라며 “2027년 만기가 도래하면 현재 시세 10억 집에 사는 전세 세대는 보증금 3억만 받고 나가야 한다”며 “동일 단지 재계약도 불가능한 금액”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분양세대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근거로 △수백 세대 동시 공실로 인한 단지 슬럼화로 실거래가 급락 위험 △시세 80% 수준의 보증금으로 재계약, 감정가 분양전환은 SH에게도 손해보지 않는 구조 △‘20년 거주 보장’이라는 정책에 따라 관리비·주민세를 성실 납부하며 단지에 함께 기여 등을 꼽았다.
끝으로 장기전세 입주민 일동은 “우리는 ‘임대 거지’가 아닌 아이를 함께 키운 20년 이웃”이라며 “성공적인 소셜믹스 사례로 남아야 단지 집값도 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 2028년 은평뉴타운, 2030년 상암월드컵파크, 2031년 세곡리엔파크, 2033년 서초네이처힐, 2035년 서초포레스타 등 주요 장기전세 단지들도 만기를 앞둔 만큼 논란이 클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서울시는 2007년 전세 시장 안정을 위해 장기전세주택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주변 시세의 약 20~30% 수준 보증금으로 최장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