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총량 규제 강화되며
매년 은행별 관리 들어가
2024년 둔촌주공 입주기
은행 대출 닫는 분위기에
입주예정자 발동동 굴러
작년에도 대출 중단 사태
올해 5대은행 85% 소진
KB부터 한도 관리 돌입
차주는 리스크 관리 필요
잔금일 앞당기는 등 대응
KB국민은행이 지난 10일 전국 모든 지역의 주택구입자금 대출 한도를 기존 6억원에서 3억원으로 깎은 이래 연말 대출 셧다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해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 가운데 이미 85%를 소진한 상태라 하반기 대출을 조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근래 들어 매년 반복되는 현상이다. 2024년 말에는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 예정자들이 대출을 구하지 못할까 봐 발을 동동 굴렀고, 2025년 하반기에는 실제로 대출 중단이 벌어졌다. 올해는 그 시점이 예년보다 훨씬 빠르다는 점에서 실수요자 피해가 전방위로 확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출 셧다운이 무엇이고, 왜 반복되며, 실제 대출을 앞둔 차주는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짚어봤다.
Q1. 대출 셧다운이 뭐지?
은행은 금융당국과 매년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총량)를 협의해 정한다. 이 한도를 다 채우면 은행은 신규 대출 취급을 중단하거나, 한도를 낮추거나, 심사를 까다롭게 해 사실상 대출문을 닫는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대출 셧다운’이라 부른다.방식은 다양하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 자체를 낮추는 것 외에도 ▲모기지신용보험·보증(MCI·MCG, 이른바 ‘방공제’) 가입 제한 ▲대출모집인 채널 신규 접수 중단 ▲비대면 대출 접수 중단 ▲우대금리 축소 ▲마이너스통장·신용대출 한도 축소 등이 모두 대출 총량을 조이는 수단으로 동원된다.
Q2. 2024년 둔촌주공, 무슨 일이 있었나?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으로 불린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은 총 1만2032가구, 일반분양만 4768가구에 달하는 매머드급 단지였다. 2024년 11월 말부터 입주가 시작될 예정이었는데, 하필 그해 9월 2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가 본격 시행되고 금융당국이 급등한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대출 조이기에 나서면서 상황이 꼬였다.가장 큰 타격은 ‘조건부 전세대출’ 제한이었다. 상당수 수분양자는 세입자를 들여 받은 전세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를 계획이었는데, KB국민·NH농협·우리은행이 임대인 소유권 이전 전에는 전세대출을 내주지 않기로 하면서 이 계획이 통째로 흔들렸다. 전용 84㎡ 분양가가 약 13억원인 이 단지에서 계약금 20%를 뺀 나머지 11억원 이상을 마련해야 하는 수분양자들 사이에서는 “10억원을 어떻게 구하느냐”는 곡소리가 나왔고, 2금융권을 알아보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당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직접 은행·부동산 업계 간담회에 나서 “갭투자 등 투기수요 관리는 바람직하지만 실수요 대출까지 제약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하겠다”고 언급하며 국민은행이 조건부 전세대출 규제를 10월말까지 한시 운영하기도 했다.
입주가 시작되자 우려는 숫자로 확인됐다. 입주 이틀 만에 잔금대출 4000억원대가 소진됐고, 5대 은행이 이 단지에 배정한 잔금대출 한도 총액은 9500억원에 그쳤다. 특히 신한은행은 전년 대비 가계대출 증가율이 5대 은행 중 가장 높다는 이유로 그해 잔금대출을 아예 포기하고, 이듬해에도 다른 은행 대비 3분의 1 수준(1000억원)만 취급하겠다고 밝혔다. ‘정책 수혜 단지’로 불리던 둔촌주공이 정작 입주 시점엔 가계부채 규제의 최전선에 서게 된 셈이다.
결국 이 위기는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이 나서며 상당 부분 진정됐지만 일각에서는 각종 대출 제한책을 통해 결국 ‘풍선효과’를 불러일으켰을 뿐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Q3. 2025년, 우려가 실제 상황이 됐다
4대 시중은행의 2025년 가계대출 증가액은 7조8900억원으로, 금융당국에 제출했던 연간 목표치 5조9400억원을 30% 이상 초과했다. 목표를 넘긴 은행은 이듬해(2026년) 한도가 축소되는 페널티를 받는 구조라, 연말이 다가올수록 은행들은 더 급하게 대출문을 걸어 잠갔다. 11월 우리은행은 전국 영업점의 주담대·전세대출 판매 한도를 월 10억원으로 제한했는데, 이는 대출 2~3건만 취급해도 소진되는 수준이었다. KB국민은행은 대출모집인을 통한 가계대출 취급을 12월 실행분까지 중단했고, NH농협은행은 7월부터 넉 달째 모집인에게 아예 한도를 배정하지 않았다. 신한·하나은행도 순차적으로 모집인 채널 접수를 닫았다.
Q4. 올해 상황은?
올해는 셧다운 논의가 시작되는 시점 자체가 빠르다. 예년엔 총량 관리 방안이 10~11월에야 본격화됐는데, 올해는 6월부터 은행들이 신용대출 한도 축소, 비대면 접수 제한에 나섰다. 은행권에서는 “올해 가계대출 총량 목표가 크게 낮아진 데다 지난해 말 쏠림 현상까지 감안해 선제적으로 관리에 들어갔다”고 설명한다.그런데도 6월 한 달간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은 8조3000억원 늘었다. 주담대가 4조5000억원,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3조7000억원 증가했는데, 이는 가계대출이 폭증했던 2024년 8월 이후 최대 증가폭이자 2025년 6월 이후 1년 만의 최대치였다. 수도권 주택 거래 증가와 기존 분양 물량의 중도금 납부 수요가 시차를 두고 반영됐고, 증시 상승에 따른 ‘빚투’ 수요로 신용대출도 급증한 영향이다.
그 결과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해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 합산 액수 가운데 상반기 기준 이미 85%가 소진됐다. 이에 하반기가 시작되자마자 은행들은 다시 한번 대출문을 좁히고 있다.
가장 강도 높은 조치는 KB국민은행이다. 지난 10일부터 별도 통보 시까지 수도권·규제지역은 물론 비규제지역까지 포함해 전국 어디서든 주택구입 목적 주담대 한도를 3억원으로 일괄 제한했다.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까지만 가능하다. 디딤돌대출 등 정책자금을 제외한 자체 재원의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대출도 3억원으로 줄었다. 정부가 2025년 6·27 대책으로 수도권 주담대 상한을 6억원으로 규제한 적은 있지만, 은행이 자체적으로 이를 3억원까지 추가로 끌어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목표치를 초과해 올해 상대적으로 낮은 증가 목표를 부여받은 만큼, 2년 연속 초과를 피하기 위해 다른 은행보다 먼저 움직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른 은행들도 뒤따르고 있다. 신한은행은 대출모집인 채널 신규 접수를 이달 말까지 중단하고 MCI·MCG(모기지보험) 가입도 제한했다. 모기지보험 가입이 제한되면 개별 차주가 받을 수 있는 대출 폭이 줄어든다.
다만 이번 KB국민은행 조치에서 집단대출 중 중도금·이주비·잔금대출, 보금자리론·기금대출, 전세사기 피해자 구입·경락자금대출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대출 증액이 없는 동일 은행 내 대환대출·재대출, 상속에 따른 채무 인수도 예외다. 2024년 둔촌주공 때와 마찬가지로 대단지 집단대출 자체는 총량 규제의 예외로 다뤄지는 경우가 많지만, 은행별로 배정된 사업장 한도가 소진되면 신한은행이 그랬듯 특정 은행이 아예 취급을 포기하는 상황은 여전히 반복될 수 있다.
Q5. 실수요 차주는 지금 뭘 준비해야 하나?
셧다운 국면에서 가장 곤란한 쪽은 이미 매매계약을 맺고 잔금일을 기다리는 실수요자다. 최근 아파트를 매입한 이들 사이에서는 “자금조달계획서를 내고 토지거래허가까지 받았는데 잔금 앞두고 대출이 막히면 그 절차가 무슨 의미냐”는 불만이 이어진다. 현재로선 아래와 같은 대응이 현실적인 선택지로 꼽힌다.계약 전 대출 가능 여부부터 점검한다. 은행별로 총량 소진 속도와 잔여 한도가 다르므로, 계약을 확정하기 전 실제 대출 실행 가능 금액을 은행 영업점에서 직접 확인하는 절차가 이전보다 훨씬 중요해졌다.
잔금일을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대출 접수는 통상 잔금일 1~2개월 전부터 시작되고, 월말로 갈수록 은행별 월간 한도가 소진될 가능성이 커진다. 잔금일이 임박했다면 신청 시점을 최대한 앞당기는 것이 유리하다.
MCI·MCG 등 모기지보험 제한 변수를 계산에 넣는다. 방공제 가입이 막히면 서울 지역 기준 최대 5500만원, 경기도 기준 최대 4800만원가량 한도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게 은행권 설명이다. 애초 모지지보험 가입을 전제로 잡았던 자금 계획이라면 별도로 이 부족분을 메울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대체 자금 조달 경로를 미리 점검한다. 한도가 부족할 경우 가족 간 차입, 신용대출(단 1억원으로 축소됨을 감안)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신용대출 역시 총량 규제 대상인 만큼 사전 확인이 필요하다.계약서에 대출 특약을 넣는 것도 방법이다. 대출이 계획대로 나오지 않을 경우 계약 해제나 계약금 반환이 가능하도록 특약을 명시해두면, 갑작스러운 한도 축소로 인한 손실을 줄일 수 있다. 구체적 조항은 공인중개사·법률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수요 증빙 서류는 잘 챙겨둔다. 자금조달계획서, 토지거래허가 서류 등은 향후 금융당국이나 은행이 실수요자에 대한 예외 조치를 검토할 경우 근거자료로 쓰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이사를 앞둔 ‘실수요 증빙 차주’는 은행의 연간 총량 계산에서 한시적으로 제외하거나, 모지지보험 가입 제한에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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