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창릉 '뉴:홈' 정책대출 일방취소
장기저리대출 믿고 사전청약
중도금 대출 여부도 불투명
84㎡ 현금 1.1억서 5억원 필요
수도권 뉴:홈 16개 단지 비상
사전청약자들 집단행동 예고
청년임대 버팀목대출도 막혀
대출규제가 실수요자 직격4년 전 공공분양 브랜드 '뉴홈'의 고양창릉 S-3 나눔형(이익공유형) 사전청약에 당첨된 30대 장 모씨는 최근 해당 지역 본청약 공고문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나눔형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했던 장기 저리 대출 혜택이 백지화됐기 때문이다. 장씨는 "공고문에 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는 고지가 있었지만 혜택이 완전히 사라진 건 다른 문제"라며 "청년층을 위한 주거정책을 쓴다면서 자금조달 계획이 완전히 틀어질 수 있는 문제로 이렇게 뒤통수를 칠 수 있냐"고 토로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핵심 기조 중 하나는 청년과 신혼부부 등 미래 세대의 주거 안정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주거 안정이 '생산적 금융'이라는 또 다른 정책 명제와 충돌하는 사례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전방위적인 대출규제에 주택 매매·청약은 물론 임차시장까지 유탄을 맞는 상황이다.
◆ 사전청약 땐 집값 80% 대출 약속
특히 2022년 금융지원 조건을 내세워 사전청약 지원자를 모집했던 나눔형 공공분양에서 전용대출 혜택을 전부 없애면서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사전청약 당시 예고한 분양가도 20~30%가량 뛰었지만 중도금 대출까지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동원해야 할 현금은 5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3기 신도시 나눔형 첫 타자였던 고양창릉 S-3에서 대출 혜택이 사라지면서 남은 나눔형 공공분양 단지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매일경제신문이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에 따르면 2022년 사전청약 당시 안내한 대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80%의 전용대출을 받을 경우 전용면적 59㎡, 84㎡ 타입은 각각 7500만원, 1억1100만원가량의 현금이 필요했다. 하지만 최근 공고문대로 전용대출이 사라질 경우 계약금과 중도금을 전액 현금으로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각각 3억4860만원, 4억9490만원을 수요자가 자체 부담해야 한다. 고양창릉의 경우 비규제지역이라 잔금대출로 전환할 때 LTV 70%가 적용되지만 청약받는 사람 입장에선 초기 자금부담이 확 뛰는 셈이다. 특히 나눔형 주택이 배정된 경기 하남교산, 화성동탄 등 규제지역의 경우 LTV가 40%로 떨어져 필요한 현금은 더 커진다.
고양창릉 S-3와 유사한 사례는 연이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나눔형뿐 아니라 입주자가 6년 동안 임대로 거주한 뒤 여건에 따라 분양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선택형' 역시 전용 모기지를 안내했기 때문이다. 목돈이 부족한 청약자에게 임대보증금의 80%까지 대출해주고, 분양전환 시 전용모기지(최대 40년간 최대 5억원의 장기 저리 대출상품) 지원을 약속했다.
사전청약자들은 집단행동 준비에 들어갔다. '나눔형·선택형 사전청약자 연대'는 성명서를 내고 "사전청약자들은 당첨 이후 무주택 자격 유지, 지역 거주요건 충족, 다른 사전청약 신청 제한, 대기 등 실질적 제약을 감수했다"며 보완 금융지원책을 요구했다. 이들에 따르면 남양주양정역세권 S5, 하남교산 A5, 화성동탄2 C14 등 전국에 나눔형(이익공유형)·선택형 분양주택 단지 16곳이 유사한 사례에 해당된다.
◆ 생산적 금융 기조에 실수요층 유탄
무차별 대출규제의 부작용이 청약 시장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청년임대주택에 입주한 사람들 중에서 버팀목대출(전월세 자금대출)을 거절당하고 있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가 되는 주택은 건설 사업자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금을 상환하기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을 받아 임대 모기지로 전환한 곳들이다. 임대주택 운영 사업자들이 주로 활용하는 방식이지만 신탁등기가 돼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요즘 금융당국의 대출지도가 엄격해지면서 금융권이 신탁부동산의 위험 노출도가 높다는 이유로 대출을 거절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HUG 규정에 따르면 신탁등기가 되어 있어도 사업자에 사고가 나면 HUG가 대신 갚아주도록(대위변제) 되어 있다. 비슷한 유형의 일반 금융대출보다 위험도가 낮다는 뜻이다. 이 같은 유형의 주택은 이중 보호장치로 임차인의 보증금에 대해 HUG의 반환보증도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HUG 관계자는 "청년버팀목대출 재원은 HUG가 관리하는 주택도시기금으로, 신탁등기를 이유로 대출을 거절할 수 없다"며 "하지만 금융 현장에선 회사 내규 등에 따라 거절하는 경우가 있어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한 청년임대주택에 입주한 세입자는 "금융권이 청년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주거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는데 현장에선 상황이 반대로 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 대출 끼고 집 사는 사람 줄어
이 같은 상황에서 수도권 주택 시장은 현금을 충분히 보유한 계층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이른바 '금수저'들만 매매시장이든 임차시장이든 진입할 수 있도록 환경이 바뀌고 있는 셈이다. 매일경제신문이 법원 등기정보광장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5월 서울 전역에서 소유권 이전을 신청한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빌라 등)의 거래가액 대비 채권최고액 비율은 42.25%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48.10%)과 비교하면 5.85%포인트 떨어졌다. 거래가액 대비 채권최고액 비율은 주택을 거래할 때 대출이 얼마나 활용됐는지를 가늠하는 지표다. 해당 비율이 낮아질수록 실제 대출을 끼고 거래한 규모가 축소됐음을 나타낸다.
권대중 한성대 일반대학원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정부가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는 것도 좋지만 청년층이나 주택 실수요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유연하게 정책을 실행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손동우 기자 / 진영화 기자]